이토록 사소한_문장

by 김소연


최대한 간결하게 마음을 고치고 또 고쳤어. 이토록 슬픈 일에 각종 미사여구를 붙여봐야 더 슬퍼질 뿐이거든.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것들이 오히려 슬픔을 방해할 뿐이었어.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슬픔에 취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고, 가족들은 뭐라고 했고, 그런 것들에 휘둘리다가는 결국 그 본질은 훼손되는 거니까. 그래서 결국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아주 초라한 서술어 하나만 남게 되었어. 사람들은 그걸론 아무것도 짐작하지 못했지. 오롯이 나 혼자서만 집중하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그렇게 집중해도 답을 찾지 못했어. 다 덜어내고 나니,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한 문장이 되었거든.


혼자서 짊어지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점점 더 그것에 잠식당했어. 어느 하나에만 심취해서 주위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어. 산을 오를 때, 분명 오르고 있는 중이어도 오르막길만 이어지진 않아. 산의 지형에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지곤 하잖아. 그런데 나는 바닥만 보고 걸었던 거야. 그러다가 내리막을 만나면 좌절하며 화를 냈어. 왜 나는 오르고 있는데 내리막을 만나는 건지. 이 길이 잘못된 건지. 근데 주위에 벽을 쌓으니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못하는 거야. 내가 누군가에게 쌓은 벽은 결국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되거든.


문득 주위를 둘러보다가 곁에서 웃는 이들을 보니 깨달았어. 어쩌면 나도, 슬픔에 잠식된 네 곁에서 환하게 웃었을까. 그저 담담하게 말하는 너의 슬픔에, "왜"나 "어떻게" 같은 이유를 물었을까. 얼마나 슬픈지 궁금해했을까. 그래서 너도 내 앞에 벽을 쌓았을까. 그래서 너도 그토록 초라한 서술어 하나만을 남긴 채, 바닥만 보고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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