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꿈꿨어.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이웃들과 다정히 인사를 건네고, 퇴근길에는 차가 안 막혀서 집에 일찍 도착하는 거야. 그리고, 대충 만든 음식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가족들이 엄지 척을 날리며, 밥을 두 그릇씩 먹고, 웃으며 티브이를 보는 모습, 그리고 자려고 누우면 스르륵 잠이 오는 거야. 그저 무탈했던 하루와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며 눈을 감았다가 다음날이 되면 또 평범한 하루가 시작되는 거지. 그런 하루들이 모여 행복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어. 어쩌면 변덕스러운 내 감정은 늘 같은 날이라며 싫증을 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근데 중요한 건, 늘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건, 전혀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
어떤 날엔 과식을 해도 금세 소화가 되다가도 어떤 날엔 물 한 모금이 걸려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곤 해. 긴장을 잔뜩 한 날이거나, 기분이 안 좋은 날이면 더 하지. 어쩌면 소화는 위가 아니라 마음에서 할지도 몰라. 나는 신경성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거든.
운전할 때 비어있는 차선이 있어. 왜 사람들은 그 길로 가지 않을까. 그 길을 이용하면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나는 모험심이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 길로 가는 게 자신이 없어. 대부분 그 차선에서 사고가 났거나, 길이 없어지거나 공사를 한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거든.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그런데, 계속 가도 그 차선엔 아무 일도 없을 때가 있어. 그러면 왠지 손해 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지. 하지만, 나는 모험은 두려워. 평범이란 그런 거 아닐까? 비어있는 길이 아니라 길게 늘어선, 막히는 도로에 남들처럼 서 있는 거 말이야. 생각해 보면, 그건 그렇게 아름답지 않아.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과는 많이 다르지. 간혹 있을 수도 있는 큰 손해를 볼 자신이 없어서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것 말이야.
어쩌면 그게 행복일지도 모르지. 너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꿈이 사라졌다고 말했어. 나는 네게 왜 꿈이 없냐고 다그치듯 물었지. 그러다가 나는, 그래. 너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구나 생각했어. 하지만 어쩌면 그때부터 너는 이미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게 된 거야. 너는 이미 꿈을 이룬 거니까.
가끔은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 일상의 꿈이 되기도 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버스를 타서는, 종일 힘들었던 몸을 쉬게 해 줄 자리를 찾는 게 꿈이 되기도 하겠지. 아주 더운 날, 누군가가 시원한 물을 건넨다든가. 종일 비가 오다가 내가 나가는 순간 비가 그친다든가. 그런 아주 사소한 것들 말이야. 그런 사소한 꿈이 이뤄졌을 때, 가끔은 어떤 때보다 더 기뻐지기도 하잖아. 그렇게 사소한 일상의 꿈이 반복되는 게 인생 아닐까. 나는 그런 평범한 꿈을 꾸지 못하겠지. 네가 사라진 그날부터 나의 꿈은 온통 그것이 되었으니까. 이루지 못할 꿈은 사는 내내 나를 얼마나 슬프게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