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소한_희망

by 김소연


나는 맥주 한두 잔에 취하는 사람인데, 언젠가부터 취기가 오르는 느낌이 좋아서 거의 매일 마시게 됐어. 아마 우울하기 시작했던 날 즈음이었겠지. 술 덕분에 나는 가끔 웃게 됐어. 그런데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매일 술을 마시는 건 알코올 중독이라고 말이야. 난 이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어. 일주일 동안 내가 먹는 맥주를 다해봤자, 일주일에 한 번, 만취할 때까지 먹는 사람들보다 적을 테니까. 하지만 양이 중요한 게 아니래. 그저 꾸준히 섭취하는 소량의 술이 더 심각한 중독이라는 거야.


정신과의사가 만성우울증은 자신이 우울한 걸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았어. 나는 가끔, 자주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거든. 하지만, 어느 날 네가 사라진 후에, 나는 사람들의 그 말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어. 중독이라는 것 말이야. 갑자기 떠난 너를 따라나설 용기는 내게 없었지만, 나는 내내 너를 생각하고 있었거든. 처음엔 하루 종일 네 생각이 났고, 시간이 흘러 문득문득 네 기억이 스쳤지만,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는 거야. 그런 게 중독이라는 걸까. 그렇담 그건 참 슬픈 일이구나. 가끔은 내게 남은 눈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쏟아버리면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 하루에 흘릴 수 있는 눈물엔 총량이 있거든. 하지만 그건 아주 무모한 생각이었지. 내가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도 눈물은 필요한 거니까. 그러니 남은 눈물을 모조리 짜낼 순 없는 거겠지. 그래서 조금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 사람은 슬프지 않아도 눈물을 흘려야 되니까. 그래서 이유 없이 내 눈에 눈물이 고여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어.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다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대. 하지만,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 그게 희망이든, 미련이든 말이야. 나는 언젠가 꼭 프라하에 가고 싶어. 지금 당장 갈 수 없지만 희망을 가질 수는 있지 않을까. 아마, 반백살이 되도록 프라하를 가보지 못한 나는 앞으로도 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곳에 갈 희망으로 나는 매일을 버텨. 오늘만, 이번 달만, 아니, 이번 해만 버티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내 인생도 희망이 생기겠지. 그런 게 중독이라면 조금 긍정적이지 않아?



keyword
화, 금 연재
이전 19화이토록 사소한_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