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언어

인간답게 말고 사람처럼 살고 싶어요

by 김소연




“아. 숙제 확인해야하는데.”하며 아이가 휴대폰을 꺼내든다.

“무슨 숙제?”

“학원숙제, 낼 학원가잖아.”

“그니까 학원 숙제를 누구한테 물어보냐고?”

“학원친구”


순간 욱했다. 아니 숙제는 미리미리 하원할 때 알아와야지. 그리고 왜 학원친구한테 물어보냐며, 선생님한테 물어보던지, 네가 모르고 있는 숙제를 왜 학원친구는 알고 있냐? 는 잔소리가 이어졌다. 아이는 한숨을 푹 쉬었다. 또 그에 따른 잔소리가 이어진다. 엄마가 말하는데, 한숨을 쉬다니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 며 말을 하려는데 아이가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준다. ‘학원친구’라는 어플이다.


아이는 그 어플을 보여주면, 엄마가 사과라도 할 줄 알았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사실 난 아까보다 더 화가 났다.




아이와는 좁힐 수 없는 언어의 벽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또래가 아닌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신조어를 많이 아는 게 어깨가 으쓱해질 만큼 크게 생각될 때가 있었다. 그땐,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그 때 듣기 싫어했던 '라떼는'이라는 말을 즐겨 쓰던 어른처럼 나도 변하게 한다.


“엄마가 너에게 전에도 이미 여러 번 말했을 텐데. 너 혼자만 아는 말은 하지 말라고.”


아이는 다소 억울한 듯하다. 요즘 아이들이 다 쓰는 말이고 당연히 엄마도 알고 있을 줄 알았다는 게 늘 그가 하는 변명인데, 난 그게 싫다. 내가 아는 걸 다른 이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는 전제 말이다.


다른 이와의 소통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것이다.


첫 번째,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기.

두 번째,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다고 단정 짓지 않기.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타인이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그런 생각은 타인과의 소통을 어렵게 한다. 만약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더라도, ‘학원친구’라는 말 대신 ‘학원친구어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하지 않아도 될 여러 말을 아끼며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비단 단어 하나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경험했던 것이나 알고 있는 것을 마치 타인이 다 알고 있다는 전제를 하며,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 서로를 비난하며, 서로 실망하고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조차도 타인이 알고 있는 걸 모를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우리는 이 넓은 지구에서 이 좁은 한국에 살며, 자신의 나라도 다 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좁기도 하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사람들이 아는 지식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이지만, 모르고 있는 것도 참 많다.


keyword
이전 26화하고 싶은 일만 하기에도 부족한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