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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느네 Dec 21. 2021

공부 못해도 합격

사회 정치와 생활 정치 : 정치인 자격

간부 : 단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논술: 어떤 일에 관한 글을 짜임새 있게 쓰는 것.

인적 자원 : 일할 수 있는 사람.

물적 자원 : 쓸 수 있는 돈이나 물건.     


회사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일은 회사 직원 모두와 관계있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회사의 대장과 간부의 역할이 큽니다. 회사 운명을 크게 바꿀만한 중요한 일을 그런 사람들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나라 역시 그 나라의 대장과 간부 역할을 하는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정치인이 맡은 나랏일은 나라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일이라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거나 위험해집니다. 그만큼 나랏일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치인이 되려면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예전 조선 시대(15~19세기)에는 신하와 왕이 나라의 정치인이었습니다. 신하가 되는 방법은 어려웠습니다. 신하는 지금의 논술 시험과 비슷한 과거 시험을 통해 그 자격을 얻었습니다. 과거 시험은 수십 년을 공부해도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었습니다. 신하가 되려면 공부 재능과 오랜 시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시험공부 외에 다른 일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왕이 되는 방법은 특이했습니다. ‘지금 왕이 다음 왕을 정한다’라는 법이 왕이 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많은 부담을 느끼지만 자녀에게 넘길 때는 그 부담이 매우 적습니다. 대부분 왕은 자기 자녀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자녀에게 왕의 자리를 넘겨주었습니다. 왕의 자녀가 되는 일은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고, 왕이 되고 싶은 왕의 자녀는 다른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아버지 마음에 드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왕이 되는 길은 자기 군대를 사용하여 억지로 왕의 자리를 빼앗는 반란(쿠데타)뿐이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나랏일을 하는 정치인이 되는 방법은 ‘시험을 잘 보거나 왕의 자녀이면서 왕의 마음에 드는 일’ 뿐이었기에 국민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정치인 자리를 유지하는 방법은 신하와 왕이 심각하게 싸우지 않거나 반란이나 전쟁만 없으면 되었기에 이마저도 국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정치는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정치를 잘하려면 많은 사람, 즉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선 시대 정치인은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들 줄 몰라도, 즉 정치를 못해도 정치인이 되었고 정치인 노릇을 계속할 수도 있었습니다.

나랏일을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마련합니다. 국민이 준 돈으로 나랏일을 하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관심을 많이 갖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정치인은 국민이 모아 준 돈으로 정치를 하면서도 국민의 마음이 아닌 왕의 마음을 얻는 일, 공부 잘하는 가문을 만들어 자기 가문 정치인을 계속 만드는 일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국가의 인적 자원・물적 자원・공권력을 왕과 정치인 가문만을 위해 쓴 결과 국민의 삶은 어려워졌고 나랏일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정치인은 국민과 나라를 망하는 길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결국 조선시대 끝 무렵에는 다른 나라가 침략해 왔을 때 전쟁 한 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망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에는 거대한 피라미드나 유명한 궁전처럼 옛날 정치인이 만들어 놓은 대단한 건축물이 남아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멋있고 화려해 보이지만 국가의 막대한 자원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정치인 자신을 위해 쓴 흔적이기도 합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때때로 이런 정치인에게 크게 대항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치인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경찰과 군대를 운영하므로 정치인에게 대항하는 국민을 폭력으로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폭력을 쓰면 당연히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합니다. 그러나 옛날 시절 정치인은 국민의 마음을 굳이 얻을 필요가 없었기에 폭력을 이용하여 국민을 통제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요즘 시대는 예전의 왕과 신하가 대통령과 정치인으로 바뀌었습니다. 공부나 왕의 마음이 아닌 국민 선거를 통해 나랏일을 할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표를 많이 얻어야만 정치할 수 있는 정치권력을 얻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편을 만드는 일은 자기 매력을 보여주는 일과 상대편을 견제하는 일이 있습니다. 평상시에 꾸준히 국민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든가, 선거 때 많은 국민이 좋아할 만한 약속을 많이 찾아낸다든가, 거짓말로 상대방을 모함한다든가, 국민에게 폭력을 보여주고 억지로 자기편이 되게 한다든가 등등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거짓말과 폭력’입니다. 자기가 꾸준히 좋은 일을 해서 국민에게 매력을 보여 주는 것보다 거짓말이나 폭력으로 상대편이나 국민을 견제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떼쓰는 아이를 일일이 설득하는 것보다 회초리로 겁주는 것이 훨씬 빠른 해결책이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직도 이렇게 거짓말과 폭력으로 정치권력을 얻는 나라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치권력을 얻어 나랏일을 하는 ‘높은 사람’이 되면, 그다음 세대 역시 거짓과 폭력으로 정치권력을 얻으려는 전통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나랏일을 하는 정치인이 나라를 잘 관리하고, 나라를 크게 발전시키며, 나라를 위험에서 보호하는 일을 능숙하게 잘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나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에게 거짓과 폭력을 쓰지 않고 국민의 눈치를 보는 일입니다. 거짓과 폭력을 일삼는 정치인이 정치권력을 잡으면 다른 나라가 아닌 그 사람이 나라를 직접 위험하게 만듭니다. 그동안 거짓과 폭력으로 자기편을 많이 모아 정치권력만 얻으면 그만이었던 시대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언제든지 그런 시대가 다시 올 수도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조선 시대의 왕이었습니다. 세종은 왕의 네 아들 중 한 명이었고, 그중에서도 왕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세종은 국민 덕분이 아닌 아버지 덕분에 왕이 되었기에 국민 눈치를 딱히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세종 왕은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세종 왕은 국민을 위해 글을 만들었고 다양한 국민 사업을 하였습니다. 국가의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국민을 위해 이용했습니다. 국민의 마음과 형편을 신경 써준 정치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세종은 대왕이라는 칭호를 국민이 기꺼이 써줍니다. 

국민 선거로 정치인을 뽑는 요즘이지만 정치인이 되려면 공부 잘하는 것과 윗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편입니다. 정치인이 되려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정당 안에서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국민의 마음과 요구를 알아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공부만 잘하면 되었고 정치인 부모만 있으면 되었던 옛날 정치인에 비해 요즘 정치인은 다양하고 많은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만큼 요즘 정치인은 자기 인생을 국민에게 보여 주고 국민에게 나랏일을 할 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대통령 후보가 되는 조건 중에 만 40세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사람의 평균 연령이 대략 80세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평균 나이입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말만 그럴듯하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인생의 절반은 살아 보고 그 인생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 준 뒤에 국민의 허락을 받으라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나랏일을 잘하는 사람이 최고 높은 정치인이 되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나랏일을 너무 못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잘하는 것이 많은 정치인이라도 거짓과 폭력을 통해 정치권력을 얻게 되면 그 순간 바로 옛날 시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해도 정치가 옛날 시대로 돌아가면 국민은 옛날 시대를 살아야만 합니다.

아직도 생활에서 자기 공부 잘하고 윗사람의 인정을 받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을 때가 많습니다. 머리에 든 것이 많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더라도 주변 사람의 마음과 형편을 살피지 않고 자기 집안과 자기 이득만 챙기는 사람은 자기 지위에 계속 있을 자격이 점점 사라집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많은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일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없으면 부끄럽게 쫓겨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자기 정치력을 높여 좋은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을 충분히 감당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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