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사고 : 몸의 병
자기 몸은 누가 가장 잘 알까요?
1. 자신.
2. 의사.
3. 아무도 모른다.
몸의 특정 부분에 문제가 생기고 그 부분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것이 병입니다. 병이 생긴 부분은 불편하고 괴롭고 아픕니다. 이것이 ‘증상’입니다. 증상은 어떤 병이 생긴다는 신호가 됩니다. 이 증상이 매우 커질수록 병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프면 뱃속에 병이 생겼음을 알게 됩니다. 그 증상이 더 심해져서 허리를 펴기 힘들 정도로 배가 매우 아프면 뱃속에 심각한 병이 생겼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배가 고파도 속이 아프고 음식을 많이 먹어도 속이 아픕니다.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소화기관 위(胃)에서 피가 나도 속이 불편합니다. 병의 원인이 달라도 비슷한 증상이 사람에게 나타납니다.
칼에 베인 피부에서 피가 나는 것은 눈에 잘 보이고 아픔 또한 잘 느껴져 증상이 잘 나타납니다. 그런데 뱃속에서 피가 나는 것은 사람 눈에 안 보이고 아픔 또한 피부에서 피가 나는 것처럼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증상이 잘 느껴지지 않으므로 몸 밖의 병과 달리 몸속의 병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속이 아플 때마다 촬영 의료 기계, 내시경으로 뱃속을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병에는 감기처럼 단번에 걸리는 병이 있지만 고혈압처럼 천천히 걸리는 병이 있습니다. 단번에 걸리는 병은 증상이 빠르고 확실하게 나타나므로 자기 병을 확인하기 쉽습니다. 그 대신 심장과 뇌에 나쁜 영향을 주는 고혈압은 비만・스트레스・운동 부족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생기기에 병의 진행이 느려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병이 커지므로 큰 병이 되고 나서야 확실한 증상이 나타나고 병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은 영양분으로 소화됩니다. 영양분은 사람의 에너지와 몸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지난번에 먹었던 식사가 몸속에서 천천히 자동으로 에너지・코털・손톱・뼈와 살 등 수많은 것을 만들어 냅니다. 특이한 점은 사람의 몸안에서 병이 점점 생기는 것을 알기 어렵듯이 몸안에서 필요한 것들이 점점 생기는 것 역시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자기 몸에서 무언가 만들어지는 것을 자기가 거의 알지 못합니다. 만약에 그럴 때마다 특별한 느낌이 온다면 사람은 제대로 생활하지 못할 것입니다.
증상이 나타나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몸이 멀쩡한데 심심하다고 병원에 가지는 않습니다. 자기 몸에 나타난 증상을 자기가 잘 알아야 병원에 갑니다. 그러나 사람은 병의 원인이 달라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에 증상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몸속에 생긴 병, 천천히 드는 병은 병이 매우 커지기 전에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증상은 부족한 점이 많아 자기 병을 자기가 아는 일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암이 아니면 가벼운 병이라고 생각하거나 심각한 병에 걸리더라도 병원만 가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뚜렷하게 나타나는 증상까지 무시합니다. 결국 병이 심각해진 뒤에 병원에 갈 때가 많습니다. 의료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심각한 병은 낫는 일이 잘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작은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병원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입니다.
병에 걸리면 부모님이 책임져 줄 것으로 생각하거나, 어떤 병이라도 병원에서 알아서 치료할 것으로 믿거나, 자기 몸은 항상 튼튼하다고 자만하는 것은 병을 쉽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병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큰 병을 만드는 주된 이유가 됩니다. 병을 우습게 여기지만 않아도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잘 모를 땐 물어보고 찾아봐야 합니다. 자기 몸에서 특별한 증상이 느껴지거나 비슷한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봐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시간을 내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몸이라도 자기가 모르는 것이 굉장히 많기에 자기 몸에 대해 함부로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합니다.
병을 고치고 건강을 관리해 주는 전문 시설이 병원이긴 하나 자기 건강을 병원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평상시에 병과 건강 관리에 관한 다양한 상식과 정보를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람마다 자기가 자주 걸리는 병이나 자기에게 예민하고 약한 곳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거나 ‘에라 모르겠다’라고 함부로 자기 약점을 대하지 말고 자기 약점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건강검진이나 의사 진료 때 자기 약점은 더 자세하게 검사하고 상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 수많은 의료인이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살리려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쌓아온 지식과 기술이 의학입니다. 그만큼 의학에는 수많은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 의학을 함부로 여기는 것은 매너가 매우 부족한 태도입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치료법인 민간요법이 치료에 더 도움 될 수도 있고, 병원 치료가 더 도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방법이 무조건 옳은지 따지는 것보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이용하여 병을 고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 몸에 관한 지식과 의학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멉니다.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입니다.
죽을만한 병이라고 하면 대부분 ‘암’을 떠올립니다. 한 해 사망자 중 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은 대략 30%입니다. 나머지 60%는 암이 아닌 다양한 병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암이 아닌 평범하게 생각되는 질병도 쉽게 생각해선 안 됩니다. 특히 심장・폐・뇌 같은 곳은 아주 잠깐만 잘못되어도 생명이 매우 위험하기에 이런 곳에 병이 생기는 일은 암보다 무서운 병으로 봐야 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88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