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느네 Oct 23. 2024

친한 사이 → 친구 사이

윤아는 승호를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승호는 윤아를 주변의 친한 사람 중 하나로 여겼습니다. 친구 사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서로 생각이 다를까요?          


윤아: 승호야, 너는 친구 사이가 뭐라고 생각해?

승호: 음, 서로 아는 사이에서 친해지면 그게 친구 아니야? 내가 너를 친하다고 생각하고, 너도 나를 친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친구지.

윤아: 맞아. 그런데 그 ‘친함’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한쪽은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쪽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

승호: 자기가 상대방을 가깝게 여기는 건 자기 마음이니까 바로 알 수 있지. 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가깝게 여기는지는 알기 어렵지, 그건 그 사람 마음이니까.

윤아: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보여주는 도구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네.

승호: 혹시... “너 나랑 친구라고 생각해?” 이렇게 물어보는 거야?

윤아: 그렇지. 상대가 “응”이라고 대답하면 바로 확인이 되는 거지.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친구 사이를 이렇게 확인하지 않잖아. 오히려 그렇게 물으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고.

승호: 맞아, 사람들은 “나는 너랑 친구라고 생각해”라고 자기 마음을 선뜻 말해주지 않아. 그래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느낌으로 적당히 추측해야 돼.

윤아: 결국 자기 생각대로 친구 사이를 정할 때가 많겠네.

승호: 맞아. 내 친구 우진이도 친구가 많은데, 자기는 친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더라고. 자기 생각대로 친구 사이를 정하면 상대방 생각과 다를 때가 많은 거 같아. 게다가 서로 친한지 애매하다면, 아직은 가까운 친구 사이가 아니라 적당히 친한 사이로 봐야겠지.

윤아: 친구 사이를 부담 없이 함께 놀거나 일하는 사이로 보는 건 어때?

승호: 같이 놀고 일하는 것도 친하니까 가능한 일이긴 한데, 그걸로는 진정한 친구라고 하기엔 부족한 것 같아. 겉으로만 친한 게 아니라, 속마음도 나눠야 제대로 된 친구가 아니겠어?

윤아: 듣고 보니 그렇네. 속마음이라면, 고민이나 기쁜 일, 슬픈 일 같은 걸 말하는 거겠지?

승호: 응,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 어울려 놀 때도 있고 일할 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고민이나 감정을 함께 나누는 일도 꼭 필요하단 거야.

윤아: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갑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아니라면, 나도 그게 진짜 친구 사이라고 생각해.

승호: 맞아, 어느 정도 친해진 사이여야 속마음을 나눌 수 있지. 낯선 사람이 와서 갑자기 고민을 털어놓으면 당황스러울 것 같아. 내가 무슨 전문 상담사도 아니고.

윤아: 그런데 친한 사이에서 다른 사람을 흉보는 건 어때? 속마음을 나누는 데는 꽤나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승호: 서운한 감정을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해. 흔히 험담을 함께 나누다 보면 친해지기도 하잖아. 하지만 그런 대화를 자주 하면 결국 자기 이미지가 나빠져서 좋지 않아.

윤아: 나는 진정한 친구라면 막말도 용서해 주고, 어느 정도 손해도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내가 상대방 속마음을 모른 채 내 마음대로 정한 거였네.

승호: 친구라고 해서 무례하게 대하거나 희생을 강요하는 건 위험한 태도야.

윤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신입생 수희가 나한테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털어놨어. 그럼 걔가 나를 친구로 생각한 걸까?

승호: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런데 수희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혹시 나야?

윤아: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승호: 뭐야, 나한테 속마음을 안 털어놓는 거 보니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윤아: 아! 그건 속마음이 아니라 사생활이거든? 그리고 너 아니야.         


  

누구나 자기 주변에 적당히 친한 사람이 있고 매우 가까운 친구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시간이 무한하지 않아서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모두와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과 적당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필요하며 이것은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매우 가깝게 지내는 친구 또한 자신의 기나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친구는 사이가 매우 가까운 만큼 함부로 대하기 쉽기 때문에 서로 매너를 잊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속마음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고 해서 자신의 고민이나 감정이 해결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 가슴속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자기 삶에 큰 의미가 됩니다.      

두 사람이 가까운 친구가 되었어도 친구 사이가 영원히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친구 사이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으니까요. 친구 사이를 오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전 02화 아는 사이 → 친한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