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와 승호는 동아리 모임에서 신입생들과 인사를 나누며 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사는 모르는 사이를 아는 사이로 만들어 주지만, 아는 사이를 친한 사이로 만들어 주진 않습니다. 서로 친해지려면 단순한 인사말 외에 어떤 말을 주고받아야 할까요?
승호: 윤아야, 너는 아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애매할 때 어떻게 해? 평소에 특별한 이야기나 대화 주제를 미리 준비해 두니?
윤아: 아니, 난 그렇게 꼼꼼한 사람은 아니야.
승호: 난 평소엔 그럭저럭 대화를 잘하는데, 가끔 대화가 막히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말이 안 나와. 심지어 가족과 대화할 때도 어색하거나 막막할 때가 자주 있어.
윤아: 나도 대화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거나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말문이 막힐 때가 종종 있어. 그래서 나는 근엄하고 진지한 대화는 최대한 피하려고 해. 상대방을 이기려는 식의 대화도 조심하고. 그런 건 토론할 때나 필요한 거고, 일상 대화에서는 가볍게 잡담하는 게 좋아. 흔히 잡담을 쓸데없는 대화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잡담을 쉽게 나눌 수 있는 좋은 대화라고 생각해.
승호: 맞아, 친구나 가족조차 심각한 주제로 대화하는 건 부담스럽지. 그렇다고 양쪽 모두에게 흥미로운 주제만 골라서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근데 잡담도 마냥 쉽지만은 않아. 어느 정도 말재주나 지식이 필요하지 않나?
윤아: 물론 이것저것 아는 게 많으면 좋겠지만 나는 말솜씨나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잡담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것만 있다면...
승호: 그게 뭐야?
윤아: 바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
승호: 관심만 있으면 된다고? 왜?
윤아: 내 주변에 말을 정말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별로 관심 없는 사람하고는 대화를 잘 못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으면 물어보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질문을 받아도 성의 없이 대답하게 돼. 그러면 금세 대화가 끊기고.
승호: 혹시 네가 말하는 관심이 상대방에게 많은 호감을 느끼는 걸 뜻하는 거야?
윤아: 호감을 느끼는 사람하고만 대화하면, 대화할 사람이 너무 적지 않을까? 내가 말하는 관심은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거나 아예 무관심하게 대하지 않는 정도의 관심이야.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상대방에게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충분히 잡담을 할 수 있어.
승호: 그렇다면 잡담할 때 상대방의 어떤 점에 관심을 두면 좋을까?
윤아: 지금 당장 보이는 상대방의 모습이나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상대방의 최근 생활이나 가족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좋아.
승호: 네 말은 상대방이라는 사람 자체에 관심을 조금만 두면 꽤나 자연스럽게 잡담을 할 수 있다는 거네. 그런데 잡담할 때 가족 이야기를 꺼내도 괜찮아?
윤아: 가족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서 공통의 관심거리가 되고, 모든 가족은 제각각 다르니까 다양하게 대화할 수 있지. 각자 가정에서 아침은 어떻게 먹는지, 부모님 성격이나 집안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얼마든지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어.
승호: 아, 맞다. 우리 집은 아침마다 꼭 같이 식사하는데, 너희 집은 어때?
윤아: 우리는 각자 알아서 먹는 편이야. 자유로운 편이랄까? 이렇게만 해도 벌써 잡담이 된 거야. 이런 것 말고도 부모님 성격, 집안 분위기, 가정 규칙 등 얘기할 게 정말 많아. 만약 상대방이 좋아하는 분야를 안다면 그걸로도 쉽게 대화할 수 있고, 모른다면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 결국 중요한 건 상대방에게 관심을 두는 거야.
승호: 나는 그동안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나 가족 이야기를 꺼내면 상대방이 지루해하거나 귀찮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서로 상대방이나 상대방 가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그런 주제로 대화하지 못한 거였어. 실제로는 좋은 분위기든 어색한 분위기든 아무 때나 좋은 대화로 이끌어 주는 중요한 이야깃거리였는데.
윤아: 그럼, 내 얼굴, 우리 아빠랑 엄마 중 누구를 더 닮았을 것 같아?
승호: 갑자기? 혹시 엄마보다 아빠를 닮은 거야?
윤아: 궁금하지? 가족 이야기는 은근히 재밌어, 절대 쓸데없는 대화가 아니야.
승호: 생각해 보니 나에게 5년 넘게 알고 지내는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어. 가끔씩 그 친구를 만나면 할 얘기가 딱히 없을 때가 많았어. 지금 생각하니까 그 친구의 상황이나 그 친구의 가족에 대해 대화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내 관심이 많이 부족했나 봐.
윤아: 만약 다음에 그 친구를 만나면 그때는 관심을 갖고 마음껏 얘기해 봐.
승호: 그런데 혹시 너 부모님 사진 있어? 너 아빠가 아니라 엄마를 닮았니? 한 번만 보여줘 봐.
윤아: 싫은데~
모르는 사람을 아는 사이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사고, 아는 사이를 친한 사이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잡담입니다. 잡담은 인사말 다음으로 쉬운 대화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기본적인 방법이 됩니다. 잡담은 친구, 애인, 심지어 결혼한 사이에서도 매우 중요한 대화 방식이며, 돈이나 특별한 준비물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잡담을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기보다 가볍고 편하게 즐기는 놀이라고 생각해야 좋습니다.
서로 친한 사이가 계속되면 친구 사이가 됩니다. 그렇다면 적당히 친한 사이와 친구 사이는 어떻게 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