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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느네 Oct 24. 2024

관계의 유지: 함께 놀기

윤아는 주말에 승호와 함께 놀고 싶었지만,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윤아는 승호에게 일단 전화를 걸었습니다.      


윤아: 승호야, 이번 주말에 같이 놀러 나갈래? 요즘 일을 많이 해서 좀 놀아야겠어.

승호: 난 주말에 별다른 계획이 없어서 괜찮아. 그런데 뭐 하고 놀 건데? 참고로 저녁엔 가족과 식사 약속이 있어. 그리고 최근에 지출이 많아서 돈도 별로 없어.

윤아: 아직 정해진 건 없고, 너랑 통화하면서 괜찮은 곳을 찾아보려고 했어. 예전에 친구랑 무리하게 돈이 많이 드는 약속을 잡다가 사이가 나빠진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웬만하면 부담이 적은 약속을 잡으려고 하거든.

승호: 시간이나 돈 부담 없이 놀려면 아무래도 평범한 곳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윤아: 난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소하게 노는 것도 좋아. 굳이 말하자면 ‘일상생활 약속’이랄까? 연인끼리 시간을 보내는 데이트도 따지고 보면 함께 일상적인 시간 보내는 경우가 많잖아.

승호: 평범한 장소라면 근처 공원이나 산책로, 시장이나 마트 같은 데도 괜찮겠네. 익숙한 곳에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

윤아: 오 좋은데? 흔히 노는 것이라 하면 뭔가 특별하고 자극적인 걸 떠올리기 때문에 적당한 취미나 놀이로 약속을 잡기가 쉬워. 하지만 익숙한 곳을 걸으며 대화하는 것도 꽤 재밌어. 가족과 시장에 가는 것과 친구랑 시장에 가는 것은 똑같은 곳을 가더라도 기분이 꽤 다르거든. 

승호: 같이 영화를 보거나 놀이 공간에 가는 건 어때?

윤아: 그것도 좋지. 그런데 그건 취향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서로 불편할 수도 있어.

승호: 하긴, 공포 영화 싫어하는 친구와 얼떨결에 무서운 영화를 보러 가면 친구가 무척 괴롭겠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놀이기구도 마찬가지고. 누구나 딱히 싫어하지 않는 놀거리는 없을까?

윤아: 그런 놀거리는 현실적으로 없지. 그나마 직접 활동하는 것보다 구경하는 것이 낫고.

승호: 아하, 남녀가 함께 축구공을 차는 것보다 축구를 구경하는 것이 훨씬 쉬운 것처럼? 그런데 구경하는 것도 취향이 많이 다르면 상당히 지루할 수 있겠다.

윤아: 그래서 꽃이나 강, 바다 같은 자연을 구경하는 것이 가장 무난해. 이건 사람의 취향을 거의 타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쉽게 질리지도 않아. 근처에 유명한 자연경관이 있다면 거길 가면 되고, 그런 곳이 없다면 다른 관광 명소를 찾아봐도 되고. 수목원이나 지역 축제에 가는 것도 좋고. 찾아보면 자연을 구경할 곳은 꽤 많아.      

승호: 난 보통 친구와 놀러 간다면 놀이동산이나 극장, 콘서트장 같은 델 가는 걸로만 생각했어. 지역 축제나 수목원, 산 같은 곳에 가는 건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성격이나 취향,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그런 거였구나.

윤아: 함께 구경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그러면 꽤나 즐겁거든.

승호: 그것 말고 함께 노는 일로 식사 약속을 잡는 건 어떨까? 식사가 놀이는 아니지만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니까. 익숙한 일상생활이기도 하고.                              

윤아: 맞아. 밥 먹는 건 일상적인 일이지만, 함께 하면 즐거운 시간이 되지. 굳이 멋진 장소나 비싼 음식을 고집하지 않아도 친구와 함께 음식을 나누면 꽤나 즐거울 것 같아.     

밥 먹는 일은 사람에게 흔한 일이면서 중요한 일이기도 해. 흔한 일이니까 자연스럽고 중요한 일을 함께 하니까 의미도 있지. 사이가 가까워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좋은 음식과 멋진 장소를 따지는 것도 좋겠지만 함께 식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서로 편하게 즐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승호: 가끔은 근사한 곳에 가는 것도 좋지만, 너무 자주 가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아.

윤아: 그런데 이런 일상생활 약속을 만들어서 놀려면 자신의 일상을 하찮게 여기지 않아야 해. 만약 자신이 동네 산책길 걷는 것을 지루하게 생각하면 친구와 산책길 걷는 것도 싫어할걸? 그러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을 즐기지 못하게 되니까 친구와 함께 즐길거리가 많이 줄어들 거야. 이건 생활하는 데 큰 손해야.      

승호: 요즘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유명인의 특별한 생활을 보는 일이 너무나 많아.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재밌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봤자 남의 생활보다 내 일상생활이 훨씬 더 소중한 건데. 그걸 친구랑 함께하면 더 소중한 거고.

윤아: 그럼 이번 주말에 밥이나 같이 먹을까? 내가 좋아하는 중국식당에 같이 갈래?

승호: 저녁엔 식사 약속 있다니까.

윤아: 나랑 같이 먹고 나중에 또 먹어.

승호: 싫어, 배가 너무 뽈록해진다고. 

윤아: 단칼에 거절하기는. 그럼 동네 공원이나 가자. 다음 주까지 거기서 코스모스 축제한데.

승호: 오케이.      


주말이 되어 윤아와 승호는 공원에서 만났습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두 사람은 밤송이가 달린 밤나무를 보았고, 즐겁게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도 보았습니다. 어떤 가족은 그늘 밑에서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공원을 걸으며 주변을 구경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윤아는 영화관에서 말 한마디 없이 영화만 보고 나오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윤아와 승호는 더 가까운 친구가 되었지만, 친해진 만큼 다툼도 많아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다툼을 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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