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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느네 Oct 24. 2024

관계의 유지: 연락

승호는 아직 친구 윤아의 연락처를 몰랐습니다. 승호는 윤아에게 어떻게 연락처를 물어봐야 할지, 혹시 연락처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연락처를 받으면 어떻게 통화해야 할지 막막해했습니다.          


승호: 윤아야, 네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

윤아: 내 전화번호? 왜? 나한테 연락할 일이 있어?

승호: 가끔 연락하려고. 시간이 나면 같이 놀러 나가거나 물어볼 게 있을 때 연락할 필요가 있어서.

윤아: 나는 일 때문이 아니면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데, 너는 친구니까 알려줄게. 010-123-4567이야. 너는?

승호: 내 번호는 010-987-6543이야.

윤아: 그런데 너, 상대방에게 연락처를 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승호: 음... 전화해도 괜찮다는 거 아닌가?

윤아: 맞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방이 전화했을 때 내가 내 생활을 잠시 멈추고 그 사람에게 시간을 내준다는 뜻이야.

승호: 하긴, 나도 밥 먹다가 전화가 오면 식사를 멈추고 전화를 받곤 하니까.

윤아: 전화는 상대방의 시간을 마치 일시정지(∥)시키고, 강제로 상대방과 대화하게 만들어. 문자메시지 또한 상대방에게 자기 글을 일단 보게 만들잖아? 그만큼 연락처를 많이 알려줄수록 내 사생활이 불편해져.

승호: 전화기의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윤아: 연락처를 줬으면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연락을 받는 게 예의야. 만약 그 사람이 전화로 무례하게 굴면 차단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미 기분 나쁜 상황을 피하긴 어렵지.

승호: 서로 잘 모르는 사람끼리 연락처를 주고받으면 안 되겠네.

윤아: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아니야.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일이 있다면 모르는 사람과도 연락처를 주고받을 수 있지. 그런데 연락처를 물을 때는 솔직하고 확실하게 이유를 말해야 해. 일이나 과제 때문이라든지, 약속 때문이라든지. 그래도 친한 사람끼리 주고받는 게 가장 낫지.

승호: 예전에는 말을 잘하거나 성격이 좋아야 상대방 연락처를 받는 줄 알았는데, 나름 필요한 과정이 있었구나. 

윤아: 친한 사이에서는 대부분 연락처를 교환하지만, 가끔 거절할 때도 있어. 그럴 때는 참 곤란해. 거절하려고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승호: 나도 그런 거절이 어렵더라. 그런데 거짓말을 하면 더 복잡해지니까 그냥 “부담스럽네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게 나은 것 같아.

윤아: 맞아. 그리고 거절당한 사람이 그걸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정중하게 “불편하게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해주면 더 좋고.

승호: 사람이 보통 거절을 당하면 부끄러워하거나 화를 낼 때도 있어. 그런데도 사람 관계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할 필요가 있어.

윤아: 응. 내가 못생겼거나 가난해서 연락처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굴었는지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지. 

승호: 그런데 나 고민이 하나 있어.

윤아: 뭔데?

승호: 상대방과 전화 통화를 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해?

윤아: 그럴 때는 안부를 주고받는 게 제일 무난하지.

승호: 안부? 상대방이 잘 지내는지 묻는 거 말이야?

윤아: 응. “요즘 잘 지내니? 혹은 “오늘 하루 어땠어?” 같은 인사말이지.

승호: 간단한 대화이긴 한데, 좀 형식적이지 않아?

윤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려면 상대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게 중요해. 안부를 묻는 건 그런 관심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야. 

승호: 그러니까 안부 인사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거구나?

윤아: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 형식적이고 따분하게 생각하면 실패한 대화가 돼. 서로가 안부 이야기하는 걸 하찮게 여기지 않으면 충분히 좋은 대화가 된다고.

승호: 그러면 안부를 주고받다가 자연스럽게 잡담으로 이어가면 되는 거네.

윤아: 맞아. 하지만 통화가 너무 길어지면 상대방 시간을 많은 뺏으니까 적당히 끊는 것도 중요해.

승호: 그동안 약속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통화하기가 쉬웠는데 별일이 없을 때는 통화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그냥 안부 전화를 하면 되는 거였네.

윤아: 안부 전화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

승호: 문자 메시지가 통화보다 부담이 적으니까.

윤아: 문자 메시지는 실시간 대화가 아니라 생각할 시간이 있어서 편하지. 하지만 문자도 일단 보내면 상대방에게 강제로 도착하니까 그만큼 신중하게 써야 해.

승호: 그래서 광고 문자나 홍보 메시지가 문자로 많이 오는 거구나.

윤아: 얼마 전에 어떤 친구가 장난친다고 욕설을 문자로 보냈더라. 아무 이유 없이 보고 싶지 않은 욕설을 보게 되니까 기분이 너무 나빠서 차단했어. 이제 그 친구랑은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아.

승호: 문자 메시지가 사용하기 쉬워서 인간관계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상당히 강력해서 함부로 쓰면 인간관계를 순식간에 망치기도 하네.

윤아: 문자 메시지는 잘못이 없어, 그걸 잘못 쓰는 사람이 문제지. 문자 메시지를 잘 쓰면 꽤나 좋아. 상대방과 대화가 끝난 뒤에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문자 메시지로 보완하면 좋아. 조금 말실수한 게 있다면 문자메시지로 사과하는 것도 좋고.

승호: 나도 가벼운 사과는 문자로 했을 때 부담이 덜하더라.

윤아: 요즘은 다양한 글씨체나 이모티콘 덕분에 문자 메시지 쓰기가 더 재미있어졌어.

승호: 확실히 글을 예쁘게 꾸밀 수 있는 도구가 요새 많아졌어. 그런데 글이나 말은 결국 사람의 생각에서 나오는 거고 사람의 생각을 좋게 만들어 주는 도구는 딱히 없다는 게 문제야. 

윤아: 자기 생각이 삐뚤어졌다면 아무리 꾸밀 것이 많아도 좋은 말이나 글로 나타나지 않겠지. 결국 실제 대화나 전화 통화나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

승호: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마음이 삐뚤어지지 않으려나?

윤아: 책을 많이 보면 도움이 되겠지만 독서만으론 자기 마음을 지키긴 어렵지. 자기 마음이 어두워지지 않으려면 아무래도 사랑이 많이 필요해.

승호: 방금 너한테 문자 보냈어.

윤아: “윤아 바보?” 이거 네가 보낸 거 맞아? 차단당하기 싫으면 다시 보내봐.

승호: “그레이트 울트라 미녀 윤아”로 다시 보냈어.

윤아: 이제야 제대로 됐네.          



통화로 주고받는 안부 인사는 할 말 없을 때 하는 말, 형식적인 인사말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부 인사는 특별한 이야깃거리 없이도 나눌 수 있는 좋은 대화입니다. 안부를 주고받을 때는 상대방이나 상대방 가정의 평안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상대방의 학교나 직장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습니다. 친구뿐만 아니라 일 때문에 만난 사람과도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지내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줍니다. 
오늘날 외모를 꾸미는 도구는 많지만, 생각과 말을 좋게 만들어 주는 도구는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자기 스스로 좋게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포장지만 좋아 보이고 내용물은 별것 아닌 선물은 실망이 더 큰 것처럼, 아무리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생각과 말이 예쁘지 않으면 크게 실망스러운 사람이 됩니다. 자신이 비뚤어지지 않게 사랑을 잃지 않고 생활하길 바랍니다.      

윤아는 승호에게 주말에 만나서 놀자고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놀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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