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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느네 Oct 22. 2024

모르는 사이 → 아는 사이

윤아와 승호는 친목 동아리에서 신입생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1년 동안 이 일을 함께 해왔지만, 여전히 새로 들어온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쉽게 아는 사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승호: 윤아야, 저기 새로 들어온 세 사람 좀 봐봐. 서로 어색해서 우물쭈물하고 있어. 

윤아: 서로 모르는 사이니까 그렇지. 너랑 내가 처음 동아리에 왔을 때는 저 사람들보다 더 심했잖아? 

승호: 맞아. 그때 나는 너한테 말 한마디도 못 했어. 완전히 얼어붙었었거든. 그런데 이젠 너랑 꽤 친해졌잖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모르는 사이에서 아는 사이가 되는 걸까? 

윤아: 인간관계는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야. 학창 시절에 오랫동안 같은 반이었어도 반 친구들 모두랑 친해지진 않잖아. 다른 사람과 뭔가를 주고받아야 인간관계가 생기지. 

승호: 그럼 함께 시간을 보내도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으면 그냥 남남이겠네? 

윤아: 그렇지. 같은 장소에 있어도 말 한마디조차 주고받지 않으면 남남이지. 우리는 그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으니까 이제는 꽤 친해진 거고. 

승호: 그런데 뭔가를 주고받는다는 건 거래 같잖아. 인간관계를 그렇게 보면 너무 삭막한 것 같아. 

윤아: 주고받는 걸 돈이나 선물로만 생각하면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 하지만 주고받는 건 그 외에도 많아. 

승호: 뭔데? 

윤아: 사랑이나 미움, 관심 같은 것도 주고받는 대상이 될 수 있지. 쉽게 말해,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면 사랑하는 관계가 되고, 미움을 주고받으면 미워하는 관계가 되는 거야. 

승호: 아는 사이가 되려면 무엇을 주고받아야 할까?

윤아: 아무래도 좋은 느낌이나 관심을 주고받아야 하지 않을까? 서로에게 싫은 느낌을 주고받거나 무관심하면 아는 사이가 되지 않으니까.

승호: 음, 그럼 비싼 선물을 주거나 상대방 요구를 다 들어주어야 되는 건가? 그런 건 꽤나 부담스러운데. 모르는 사이에서 부담 없이 주고받을 만한 건 없을까? 

윤아: 돈도 들지 않고,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건 아무래도 사람의 말이지.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느낌을 가지면서 아는 사이가 되니까. 우리도 그랬잖아. 

승호: 맞긴 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쉽지 않아. 

윤아: 당연하지.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아. 

승호: 그럼 간단한 유머는 어때? 

윤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한다고? 너 동아리 신입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음처럼 굳어 있었던 거 기억 안 나? 

승호: 잠시 잊고 있었어. 아 참! 그런데 우리가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말이 있네. 바로 인사말, 안녕하세요. 

윤아: 그러네, 인사 한마디 주고받는 건 어색한 사이라도 충분히 할 만한 대화이니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대화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승호: 인사가 사람이 서로 주고받기에 가장 쉬운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말만 주고받아서 과연 효과가 있을까? 

윤아: 서로에게 좋은 느낌을 많이 주면 모르는 사이에서 아는 사이가 되기 쉬워.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화를 매우 잘하거나, 뛰어난 외모로 좋은 인상을 주거나, 멋진 기술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것은 너무 어렵거든. 하지만 인사말은 그런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되고 매우 크진 않아도 상당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 

승호: 좋은 느낌을 여러 번 주고받으면서 점점 크게 만들자는 거구나? 

윤아: 맞아. 그러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거지. 

승호: 근데 가끔 인사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인사하기 애매한 분위기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윤아: 정답은 없지만, 웬만하면 뒤늦게라도 인사하는 게 좋아. 인사를 하는 게 큰 노력이 드는 일은 아니지만 인간관계에 이득이 있어. 그러나 인사를 안 하면 상대방이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 있어서 인간관계에 손해가 나지. 

승호: 그러니까 인사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하면 이득, 안 하면 손해"인 거네. 

윤아: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인사만 잘해도 꽤나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지. 우리 고모 생일 때 ‘생일 축하해요, 고모’라는 짧은 인사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다음 날 치킨 교환권을 보내주시더라고. 기대도 안 했는데 말이야. 

승호: 그래서 치킨 맛있었어? 

윤아: 아직 안 먹었어. 말 나온 김에 우리 고모가 준 교환권으로 같이 치킨이나 먹으러 가자!          



일반적으로 사람이 평생 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약 150명 정도라고 합니다(던바의 수). 세계 인구 80억 명에 비하면 이 숫자는 약 0.000002%에 불과합니다. 150명을 1,500명으로 늘려도 차이는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사람은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 극히 일부분과만 아는 사이가 되며, 인간관계는 이처럼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인간관계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죠. 하지만 꾸준히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인사하는 것이 어렵다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연습을 일부러 해보세요. 인간관계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작은 인사부터 시작해 자신의 인간관계를 서서히 넓혀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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