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feat. 제주도

by eunjin

이전에 여행에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정확한 구절은 기억이 안 나지만 여행할 때 호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의 이유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에게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낯선 곳에서의 긴장감. 새로움, 나를 모르는 이들과의 만남, 나를 구속하고 있던것에서 자유로워지는 바로 그 순간. 흔히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가장 작은 단위로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여행하는 그 순간에는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걸 기대하게 된다.


나에게 누군가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난 항상 배낭여행을 꼽곤 한다.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그때 당시 나는 스스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원래 성격이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고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어서 약간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고 긍정적인 성격도 아니었다. 행복한 유년시절은 아니었기 때문에 은근히 삐뚤어진 부분도 많았다. 어렸을 때는 그걸 누르지 못해 따돌림도 당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었다. 그래서 남들한테 내 얘기를 잘하지 못하며 힘든 일이 있어도 그냥 혼자 꾹꾹 눌러 담고 있다가 처리하기도 하며 약간 음습한 구석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더욱 외향적인 사람들이 부러웠고 난 왜 저렇게 될 수 없나 하는 자괴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환골탈태까지는 아니지만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긍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고 뾰족했던 성격도 다는 아니지만 많이 눌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게 되었고 인정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혼자서 한 달 동안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지내면서 스스로 깨우친 게 많았다. 인간관계부터 스스로의 대한 모습까지. 이 머나먼 땅에 와서 이렇게 내가 잘 살아갈 수 있다면 한국에 돌아가서는 못할게 무엇일까 싶었다.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규칙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돌아와서 평소 나라면 절때 하지 않았을 것들을 해보고 친구들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바꾸었다. 실제로 내 삶에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찾아온 건 아니었지만 내 기본적인 마음 가짐이 달라지니 새로운 기회가 엄청나게 많아진 기분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아무리 못 살아도 기본 80~90까지는 평균적으로 사는 시대가 됐다. 내가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죽지 않는다면 아마 그렇게 살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바쁘게 살아간다.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그런 루틴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나 싶다가도 현재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또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옛날에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당히 평균적인 삶을 살면서 살아갔을 것인데 지금은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면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간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이순간 만큼은 늘 젊고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있고 스펙도 화려하고 경력도 많은 사람들은 꾸준히 많다. 하지만 내가 20살이었을 때도 나 보다 어린 사람이 없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요즘은 나이 때 상관없이 관리만 잘하면 그 나이 때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나이가 들면 오히려 어렸을 때는 겪지 못한 경험과 연륜이 생겨 꼭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발레리나 강수진 님의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다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인터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젊음을 그리워해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강수진 님은 그 시절 단 1분도 낭비하지 않고 만들어진게 지금의 나이기 때문에 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라고 한 그 말이 너무 멋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나를 포함해)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남겨 지금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나를 가장 최고로 생각하며 만족한다는 게 부럽기도 했고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돌릴 수는 없고 돌아간다 하더라도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에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보았다. 그게 뭐냐, 눈 가리고 아웅 아니야 할 수 있는데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만 바꿔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누구나 기회로 보진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 구글 입사 사례 중에 무슨 문제를 그냥 인터넷 상에 올려두고 그걸 풀어서 들어온 사람을 합격시킨 사례가 있다. 누구에게나 구글 입사의 기회가 열려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기 때문에 기회를 놓친 것이다.


생각의 전환.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 나는 그걸 여행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물론 나도 아직 많은 기회들을 버리면서 산다. 하지만 좌절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나에겐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들을 찾아가며 경험을 쌓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싫어하지만 그 속에서 꼭 욕할 것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상사를 만나면 저런 부분은 배우지 말아야지 하는 것도 나는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끔 너무 화가 나고 열 받는 날들이 있지만 글로 털어내면서 함께 털어 낸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있는 것에서 만족하려고 노력한다. 굳이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로 만족할 수 있게 계속 노력한다.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사연들을 만나고 그렇게 경험해 보면 꼭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구나를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진 모르겠으나 내가 겉으로 보인 모습들이 전부가 아닌 것처럼.


여행은 여행 두 글자 자체의 어떠한 설렘이 있다. 오늘과는 다른, 일상과는 다른 어떤 것을 기대하게 하는 느낌. 사실 멀리 가는 것만이 꼭 여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이 아닐까? 일상의 지루함, 리프레쉬가 필요하다면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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