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부 티칭 경연 대회

by Chiara 라라


캠퍼스에는 월, 수, 금요일에 수업을 듣는 주 3일 반과 화, 목요일에 수업을 듣는 주 2일 반이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요일을 주 2회나 주 3회로 선택해서 들을 수는 없다. 이 두 반의 차이점은 수요일 수업의 유무이다. 보통 월요일 수업은 화요일과 진도가 동일하고, 목요일 수업은 금요일과 진도가 동일하다. 그래서 수업을 빠지게 되면 진도가 같은 다른 요일의 수업에서 보강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요일은 특화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강을 할 수가 없다.

수요일에는 레벨 별로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추가해서 수업이 진행된다. 이제 막 영어를 시작한 낮은 레벨 아이들의 경우에는 흥미와 재미 위주로 단어나 파닉스 관련된 수업을 하고, 중간 레벨의 아이들 경우에는 재미도 있고 학습도 되는 어린이 영자 신문으로 수업한다. 잘하는 아이들일 경우에는 디베이트 수업을 하기도 하고, 토플 같은 조금 더 학구적인 수업이 추가되기도 한다.

나는 이 당시에 저 레벨에서부터 중상위 레벨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들어가는 특화 수업의 대부분은 영자 신문으로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분당의 캠퍼스에 있을 때 영자 신문으로 진행하는 수업이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나에게 수요일은 준비할 것은 많지만 신나고 기대되는 요일이었다.

어린이 영자 신문은 난이도 별로 세 종류가 있었다. 키즈 에듀, 주니어 에듀, 에듀 타임즈. 이 영자 신문안에는 국내, 해외, 과학, 연예,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가 실려 있었고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기사들도 많이 있었다. (좋은 신문이었는데 몇 해 전부터 발행이 중지된 것 같아서 아쉽다.) 하지만 신문은 신문이다. 어른들도 신문에서 관심 가는 기사만 쓱 흩어보고 접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 아이들은 또 어떠하랴. 기사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읽고, 내용 파악하고, 따라 읽고, 대화 나누고, 바로 워크북 작업을 하는 식으로 그렇게만 진행된다면 아이들은 수요일 수업이 정말로 재미없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수요일마다 적당한 게임을 준비해서 수업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게임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하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기까지 한다. 아이는 아이다. 게임을 하면서 공부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영어 습득까지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수업인가!!

하지만 신문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은 약간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건 바로, 매번 같은 게임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직은 초등학생들이기에 게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아이들이 열광하듯이, 같은 게임이 반복되면 지루하게 생각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그래서 게임을 찾아보고 연구하고 새롭게 만들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 일주일에 한 번의 수업을 위해서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상당하다. 선생님들은 모여서 신문 수업 스터디도 하고 게임도 공유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아이들은 신문 수업을 좋아했고, 신문 수업만 따로 수강할 수 없냐는 문의도 종종 들어오곤 했다.

본사로부터 캠퍼스별 교수부 티칭 대회 공지를 받고 원장님을 포함한 교수부의 모든 선생님은 머리를 맞대고 어떤 것으로 발표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각 캠퍼스 별, 정말로 실력이 뛰어난 선생님들이 많아서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습 흥미를 높일 수 있는 재미있고 특이한 수업으로 발표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우리 캠퍼스에서는 수요 신문 수업이 제일 인기가 많으니까 그걸로 하기로 했고, 결국은 신문 수업의 경험이 그나마 많은 내가 대표가 된 것이었다.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시키니까 준비를 시작하기는 했는데, 과연 내가 타 캠퍼스의 그 쟁쟁한 선생님들과 겨루는 것 자체가 가능할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또한 캠퍼스 교수부의 대표이기 때문에 나로 인해서 우리 캠퍼스 교수부의 실력이 평가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 최선을 다해서 즐기면서 열심히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게임을 선생님들에게 요청하여 취합하고, 함께 신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발표 자료를 준비했다. 다른 교수부 선생님들 앞에서도 발표를 연습하고, 상담부 선생님들 앞에서도 발표를 연습하면서 피드백을 받았다.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는 선생님들은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저 대충 보고 무조건 잘한다고만 하고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지 않아서 속상했다. 하지만 준비를 도와주는 선생님들과 상담부, 관리부의 친한 선생님들이 많은 응원과 피드백을 주어서 계속 발전시키고 준비해 나갈 수 있었다.

드디어 캠퍼스 교수부 티칭 경연 대회 당일이 되었다. 대회는 캠퍼스의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오전에 이루어졌고, 분당에 있는 본사의 강당에서 진행이 되었다. 모든 캠퍼스의 대표 선생님들이 참석하는 큰 행사이다 보니 시간적 공간적 제한으로 캠퍼스별로 임원진만 참석을 할 수 있었다. 본사의 간부들과 임원진들, 그리고 각 캠퍼스의 임원진들 앞에서 하는 발표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떨렸다. 또 이 떨림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내가 외향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활발한 성격이지만 내향적이고 다수 앞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하는 것을 즐기고 그 안에서 에너지를 받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 발표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나의 모습이 있었다. 다수 앞에서 나도 모르게 재미있게 그들과 하나가 되는 모습이었다. 많이 떨지도 않았고 오히려 웃으면서 신문 수업 발표를 하였다. 다 하고 나니까 갑자기 덜덜 떨려와서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결과는 바로 발표되었다. 드라마틱하게 1등! 상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꽝!이었다. 상위 3등 안에는 못 들었다. 그리고 우리 캠퍼스는 4등이었을 것이 분명하다며 너무 좋은 발표였다고 칭찬받았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서 내가 한층 더 라라쌤으로 성숙해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어서 뿌듯했다.

1,2,3등 캠퍼스 외에 다른 모든 캠퍼스는 캠퍼스 회식비를 지원받았다. (수상한 캠퍼스는 추가의 부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받은 게 아니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며칠 뒤, 그 회식비로 캠퍼스의 전 직원이 출근 전에 브런치 뷔페에서 맛있는 것을 잔뜩 먹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앞으로도 더 즐기면서 더 열심히 해야지! 마음먹기까지 했다. 아무리 작은 경험이라도 나에게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크든, 작든 그것들을 통해서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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