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위, 직책 : 선임 강사

by Chiara 라라


어느 회사에서든지 직위, 직책이 있듯이, 일반 회사만큼 세분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캠퍼스도 직위, 직책이 있다. 우선은 원장님 아래로 부서별 장이 있다. 교수 부장, 상담 실장, 관리 실장. 캠퍼스 직원의 3/4 이상은 교수부 선생님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교수부에는 선임 강사라고 불리는 중간 관리자가 두 명 있다. (캠퍼스 별로 선임 강사의 인원은 다르다. 더 많거나 혹은 없는 캠퍼스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다 평강사이다. 이는 한국인 선생님들의 경우이고, 원어민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헤드 티쳐(Head-Teachers)와 그냥 티쳐(Teachers)들이 있다. 헤드 티쳐가 한국인 교수 부장과 선임 강사를 도와서 나머지 원어민 선생님들을 관리한다. 선임 강사의 역할을 하는 원어민도 있지만 직위를 따로 주지는 않는다.

교수 부장은 원장을 도와 캠퍼스 전반에 걸쳐 교수부 관련 업무를 한다. 전체 선생님들을 관리하며, 특히 원어민 헤드 티쳐와 의논하여 원어민 선생님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선임 강사는 교수 부장의 업무를 돕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한국인 선생님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선생님들 관리에는 여러 가지 부분들이 있다. 일단 수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선생님들은 학기별로 나오는 스케줄에 맞추어서 수업 진도를 나가야 한다. 각 레벨 및 학년에 따라 학생들의 수준이 다르다. 이에 맞추어서 수업을 적절하게 진행해야 한다. 출석 및 숙제 확인도 잘 이루어져야 하고, 초등학생들이 잘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판서도 알맞게 해야 한다. 초등관은 아무래도 아이들을 하나씩 챙겨줘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사항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중간 관리자들은 정기적으로 observation을 진행한다. 캠퍼스에서 observation은 청강과는 다르게 사용하는 용어이다. 청강은 보통 새로운 선생님이 왔을 때 기존의 선생님들에게 수업 프로세스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 기존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것이다. 하지만 observation은 체크 리스트가 있고, 이것에 부합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듯이 중간 관리자가 평강사의 수업을 듣는 것이다. observation 후에 중간 관리자는 평강사에게 피드백을 주어야 하고, 이는 굉장히 민감하고 선생님들이 예민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내 생각에 교수 부장은 원장이나 본사, 즉 회사와 조금 더 가깝고, 선임 강사는 회사보다는 조금 더 평강사들과 가깝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교수 부장은 교수부의 대표로서 선생님들을 대변하고 수업도 진행하지만, 선생님들의 스케줄 관리, 재학생 및 신규생, 휴원생, 퇴원생 관리 같은 사무적인 부분과 본사에서 요구하는 수치적인 부분에 관련된 업무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서 선임 강사들은 평강사 보다는 조금 적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시수로 수업에 들어가고, 다만 관리 업무가 조금 더 느는 것이기 때문에 평강사의 마음을 더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선임 강사는 수당이 더 나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떤 선생님들은 선임 강사보다는 차라리 평강사가 더 낫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선임 강사의 애로사항이라면 중간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장과 교수 부장에게는 회사 쪽에 충성한다는 듯이 평강사를 잘 이끌고 조언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또 평강사에게는 우리가 당신들의 편에 있고 당신들을 편안하게 해 주고 보호해 주기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observation을 진행하고 나서도 평강사의 기분이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그렇지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채울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양쪽을 다 신경 써야 하고 눈치를 보아야 하는 애매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대처하는 방법은 각자 다를 수 있다. 회사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평강사와의 친목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임 강사도 있고, 회사에게 잘 보여서 빠르게 교수 부장으로 승진하고 싶어 하는 선임 강사도 있다.

나는 첫 휴가를 다녀온 지 딱 11개월, 입사 딱 2년 만에 선임 강사로 발령이 났다. 다른 캠퍼스에 있었으면 경력도, 연차도 부족하여 선임 강사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오픈 캠퍼스이기에 가능했고, 기존 멤버들 중에서 몇몇의 인사이동도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잘해서 선임 강사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나는 정말로 어정쩡한 선임 강사였다. 성격상 맘에 없는 말은 하지 못하는 편이라 원장님이나 교수 부장에게 잘 보이지도 못 했고, 그렇다고 평강사들과 더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전에 이야기했다시피 경력직으로 입사한 선생님들이 나를 곱게 보지 않아서 나는 교수부 은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선임 강사가 된 이후로 가장 먼저 한 노력은, 선생님들과 커피를 마시러 스벅 나들이를 나가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은 출근 후, 첫 수업 전, 잠시의 여유가 생기면 가까운 스벅에 커피를 사러 우르르 몰려 나가곤 했다. 나는 늘 커피를 달고 살았지만 출근 전에 사서 가지고 오거나 공강 시간에 나가서 사 오는 편이어서 선임 강사가 되기 전에는 그 나들이에 자주 끼지는 않았었다. 물론 내가 불편하니까 선생님들과 같이 나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아. 일은 더 많아졌고, 사람까지도 신경을 더 쓰게 생겼다. 쉬운 일이 없다. 인생이 참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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