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방학 특강

by Chiara 라라


'아침 7시. 앗, 출근해야 한다!'


오늘은 방학 특강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래서 평소와는 다르게 점심 출근이 아니라 아침에 출근한다. 오랜만에 회사원들과 같은 시간대의 출근이다.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해야겠다. 지난밤에도 평소대로 늦게 잤더니 잠을 몇 시간 못 자서 좀 피곤하다. 그래도 특강 스케줄은 처음이니까 한 번 더 마음을 새롭게 다지며 집을 나선다.


'아침 시간에 이렇게 전철에 사람이 많았었나. 정말 다들 부지런하다. 하루를 이렇게 일찍 시작하다니. 평범하다는 건 이런 거구나. 뜨겁고 진한 커피가 정말로 절실히 마시고 싶다.'


방학 기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므로 아침부터 수업이 시작된다. 정규 수업을 듣고 이어서 특강을 듣는 아이들도 있고, 특강을 먼저 듣고 정규 수업을 이어서 듣는 아이들도 있다. 또 정규 수업만 듣는 학생들도 있고, 특강 수업만 들으러 학원에 오는 신입생들도 있다. 그래서 방학 기간에는 굉장히 다양한 학생들을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반에서 만날 수 있다. 특강 수업이 늘어난 만큼 학생들도 늘기 때문에 학원은 늘 생기가 넘치고 복작복작하다. 그만큼 사건사고도 많이 벌어질 수 있다. 조금 더 예민하게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초등학생들은 방학기간이 아니어도 주의가 많이 필요하긴 하다.


8시 반까지 출근을 하고 9시부터 첫 수업이 시작된다. 여유 있게 출발한다고 나왔는데도 8시 넘어서 도착했다. 내일은 더 일찍 나와야 하나? (조금이라도 더 일찍 나오는 건 아-주- 힘들다는 것을 일주일이 채 다 지나가기도 전에 깨닫게 되었다.)


8시 반부터는 아이들도 서서히 학원에 도착한다. 학원 셔틀을 타고 오는 아이들이 많아서 로비는 아이들로 와글와글 난리가 난다. 8시 반 딱 맞추어서 출근을 하면 등원하는 아이들에 둘러싸여서 교무실 진입마저도 쉽지 않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재잘재잘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몇몇은 선생님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초등관의 진풍경이 아닐까 싶다.) 또 너무 정신없이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 와중에 10분 정도 짧게 교수부회의가 진행되기도 한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30분 정도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오후 수업이 시작된다. 나는 밥 먹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30분 만에 밥을 먹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말이 30분이지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을 조금 챙기고 아이들과 얘기하면서 내려오면 5-10분은 훌쩍 지나있다. 또 오후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챙겨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적어도 5분 전에는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길어야 20분이다. 베테랑 선생님들은 수업 마침 종이 땡! 하고 울리면 칼 같이 내려와서 아침에 미리 준비해 놓은 김밥이나 도시락을 먹고 휴식시간을 갖기까지 했다. 점심시간 바로 전에 있는 쉬는 시간에 미리 음식을 주문해 놓고 수업 후 밖으로 나가서 식사를 하고 들어오시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나는 긴장과 피곤함에 첫 주에는 점심시간을 거의 활용하지 못했다. 쓰러지기 일초 전에 빵 한 조각을 입에 넣거나 초콜릿으로 연명하며 한 주를 보냈다.


그다음 주에는 조금 익숙해질 줄 알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수업을 하고, 약간 쉬고, 또 수업을 했다. 그 이후 바로 퇴근을 하면 좋겠지만 학생들 상담을 해야 하고, 근무일지를 작성해야 하고, 학생 관리를 해야 하고, 게다가 수업 준비까지 해야 했다. 수업은 저녁 6시에 끝났지만, 퇴근도 그 이후에는 바로 해도 되는 것이었지만, 나는 빨리 퇴근해야 8시 전후였고, 마지막 주에 특강만 듣는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 안내를 해 줘야 하는 상담기간이 겹치면서 거의 10시는 되어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나, 라라쌤만" 그랬다. 신규 선생님은 나 밖에 없었고, 당연히 이 피곤한 일정을 소화해 내는 것이 처음인 것도 나 밖에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해도 빠른 편이 아니고 꼼꼼하게 하는 것을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시간도 많이 걸리는 축에 속한다. 게다가 처음 하는 일과 처음 소화하는 스케줄이니 얼마나 느렸겠는가. 6시에 수업이 다 끝나고 나면 쓰러질 것처럼 피곤하고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리면서 배가 고파왔다. 퇴근하는 선생님들에게는 힘들지 않은 듯, 밝은 표정으로 잘 들어가라고, 내일 보자고, 인사를 하고는 멍하니 앉아서 빵을 입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또다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다. 다들 빨리 퇴근하라고 말을 건넸지만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해서 푹 쓰러져 잠만 잘 것 같았다. 수업준비도 다 못할 것 같아서 차라리 교무실에서 다 하고 가는 게 마음이 편했다. 집에서는 단 몇 시간이라도 푹 쉴 수 있도록 말이다. 살이 쪽쪽 빠졌다.


그 이후에도 수차례 방학 수업과 특강 수업을 진행했다. 특강 수업은 평소와는 다른 교재로 하고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다만 첫 교시는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멍-한 기운이 남아있어서 아이들도 나도 수업을 시작하고 그 시간대에 적응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스케줄을 소화해 냈는지 모르겠다. 질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선 휴식과 잠이 정말로 중요하다.


방학에 특강 수업을 많이 하면 단 하나 좋은 점이 있다. 수업 시수에 따라서 월급 외에 특강 보너스가 다음 달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강 스케줄을 짤 때 선생님들에게 미리 물어보기도 한다. 특강 보너스를 원하는 선생님들에게 수업 시수를 몰아주는 것이다. 한 타임의 쉬는 시간도 없이 꽉 채워서 수업을 하면 거의 두 배의 가까운 월급이 나오기 때문에 그 시간을 노리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못한다. 의지만 가지고는 하기 힘든 스케줄이다. 그래서 차라리 수업을 최대한 적게 해서 돈을 더 벌 수는 없지만 본인의 건강과 아이들 관리에 중점을 두는 '현명한' 선생님들도 많이 있었다. 나는 늘 그 중간쯤에 있었다.


또 하나의 산을 넘었다.


매 번 산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 같지만, 그 산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늘 아름다웠다. 그래서 다음번 산을 또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내 앞에 너무 높은 산이 있다고 느껴질 때는, 산꼭대기에서 곧 내려다볼 아름다운 풍경을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발을 내딛으면 된다. 그냥 우선 한 발만 먼저 내밀고 그다음 발을 앞으로 가지고 오면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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