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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힙스터 Jan 03. 2024

텃밭의 이유

인생 첫 텃밭_프롤로그


외국 유학 중 팬데믹을 겪다 귀국하면서 고향인 강화도로 돌아왔다. 그 후로 봄이면 엄마 따라 나물을 캐러 가끔씩 들여다본 곳이 있다. 바로, 강화도 북쪽 진고개 너머에 있는 할아버지의 오래된 집과 밭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십여 년, 지난 시간만큼 그곳은 멈춰버렸다. 점차 온기를 잃어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황량한 밭은 과거마저 텅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속상했다. 나의 추억까지도 시간 속에 묻힌다는 것이 말이다.


어떤 의식의 흐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문득 예전에 봤던 다큐멘터리 영화 하나가 떠올랐다.

<Anaïs s'en va-t-en guerre(아나이스 전쟁에 나가다), 2014>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서 허브 농사를 짓는 아나이스라는 스물네 살의 젊은 농부에 관한 영화다. 농부가 꿈이었던 아나이스는 작은 집에 살면서 허브 밭을 관리하고 수확해 판매하기까지의 과정을 고군분투 스스로 해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긴 타국생활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조금은 안주하게 된 나를 되돌아보았다. 내가 얼마나 의존적으로 살며 또 스스로를 책임질만한 어떠한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아침에 먹는 적은 양의 샐러드마저도 슈퍼마켓 없이는 해결하지 못하고 오롯이 내 인생을 책임질 만한 대단한 능력도 없는 것 같다. 이런 나에겐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마침 유학 시절 즐겨 먹던 저렴하고 맛있던 루꼴라가 생각났다. 선택지가 넘쳐나는 큰 도시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골인 이곳은 그럴 수가 없다. 직접 기르는 수밖에.


이런 작은 생각들이 모여 마음속에 묘한 모험심이 피어났다. 

"루꼴라를 직접 길러 먹는 것은 어떨까?"

시골에 산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봐야 하는 것이고 잘 모르면 배우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긴 시간 잠자고 있던 할아버지의 텃밭을 깨우기로 한다.







할아버지의 텃밭, 2022










시골힙스터의 텃밭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영상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시골힙스터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시골힙스터]

"태어난 곳은 시골, 내 꿈은 힙스터"

시골의 일상을 그리고 담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삶과 마음이 따르는 행복을 실천하는 진정한 힙스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Instragram : @countryside.hipster
e-mail : countryside.hips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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