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026년 새해가 되니 야심차게 계획을 세웠다.
가장 큰 결심은 본가에서 독립하기로 한 것이었고,
올해는 이전과는 다른, 루틴한 삶을 살아보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집을 보러 다니지도 않았고 부동산 앱을 켜두고는 몇 장 넘기지 못한 채 닫아버리기 일쑤다.
결심은 분명한데 몸은 늘 그 다음 단계에서 멈춰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결심만 한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끔은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불안을 곧바로 자책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대신 묻는다.
"이 불안은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싶은 걸까?"
"이 상황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예전 같으면 자책으로 끝났을 모든 상황은
나를 알아가는 질문을 통해 모두 배움과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이 브런치북에 담긴 이야기들은 대단한 깨달음이나 분명한 결론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독립을 결심했지만 아직 움직이지 못한 마음,
계획을 세웠지만 완벽하게 실행하지 못한 시간,
작심삼일과 다시 시작을 반복하며 나를 알아가던 순간들의 모음이다.
돌아보면 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이 글들을 쓴 게 아니라,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써 내려왔다.
조급해질 때마다 멈춰 서서 나를 확인했고, 흔들릴 때마다 질문을 남겼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나는 이미 많은 선택을 하고 있었다.
자책 대신 관찰을, 포기 대신 질문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나를 믿어보기로 하는 것.
이 브런치북을 덮는 지금, 나는 여전히 준비 중이다.
하지만 예전과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제자리 걸음을 실패로 부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본다면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성장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