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책 쓸거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by 로보트황

내가 책을 쓴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대단하다”, “어떤 책 이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아직 스스로도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장르인지, 어떤 주제인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요즘 나는 다른 질문을 나에게 던지고 있다.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은 어떤 글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거창한 이야기를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누군가를 단번에 설득하는 문장도,

날카롭게 세상을 비판하는 글도 아직은 자신이 없다.

대신 나는 하루를 지나며 마음에 남은 감정,

말로는 넘겼지만 계속 곱씹게 되는 장면,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흔들렸던 순간들을

천천히 되짚는 글을 써보고 있다.

잘 쓴 글이라기보다 내 감정에 솔직한 글,

정답을 말하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글,

나를 정리하다가 누군가의 복잡한 마음에 닿아

작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글을 쓰고 싶다.

아직 어떤 책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은

나를 꾸미지 않은 상태에서,내 속도로,

내 이야기를 꺼내는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책이냐”는 질문보다

“오늘 나는 어떤 마음이었나”를 먼저 적는다.

아마 내가 쓰게 될 책은

완성된 사람이 쓴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중인 사람이 남긴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얻은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서두르지 않고 하루하루의 나를 기록하며

그렇게 천천히 나만의 주제를 완성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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