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연말이 되면 회사는 어김없이 연봉협상 및 조직개편에 들어간다.
올해의 팀별 성과를 바탕으로 평점이 매겨지고, 사무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잘한 팀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고,
결과가 아쉬웠던 팀은 내년의 목표를 높게 조정한다.
이 시기가 되면 회사 전체의 공기가 묘하게 달라진다.
팀의 분위기에 따라 팀원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표정도 변한다.
누군가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누군가는 유난히 분주해진다.
인사시즌에는 ‘얼마나 잘했는가’만큼이나
‘어떻게 잘했는지를 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성과는 숫자로 남지만,
그 과정은 스스로 설명하지 않으면 쉽게 사라진다.
올해까지 나는 8년 차 대리였다.
그리고 내년이면 9년 차,
과장급으로의 승진을 앞두고 있다.
명함 한 줄이 바뀌는 일처럼 보이지만,
회사 안에서는 분명한 경계선이 된다.
요즘 회사에서는 나에게 시니어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누군가의 질문에 답을 해주길 바라기도 하고,
방향을 제시해주길 기대하기도 한다.
회의에서의 말 한마디가 이제는 ‘선배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주니어의 시각에 머물러 있다.
모든 걸 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고,
확신을 가지고 방향을 제시하기엔 조심스럽다.
여전히 배우는 입장에 가깝고,
실수 앞에서는 책임지기 보다 회피하는 쪽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매년 인사시즌이 오면
나에 대한 평가로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긴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잘 운영하고 있나?”
“직급에 맞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걸까?”
“나의 능력에 비해 회사가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탈하게 인사시즌을 넘겼다고 해서
마음까지 편안한 건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엔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아마 이건 승진을 앞둔 사람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다음 단계로 밀려나는 느낌,
그 앞에서 생기는 불안과 기대가
인사시즌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나는
인사시즌을 ‘잘 넘겼는지’보다
이 시간을 지나며 나를 얼마나 솔직하게 바라봤는지를 묻고 싶다.
나는 올해 성과를 잘 표현을 했을까?
내가 해온 일들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설명했을까?
나는 내년에도 조금 더 성장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확신은 아직 없다.
다만 분명한 건 평가의 결과보다 이 질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올해의 나를 조금은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사시즌이란 순위를 매기는 시간이 아니라,
한 해 동안의 나를 조용히 돌아보게 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