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찾아가기

걱정을 잠재우는 아빠의 지혜

by 그랑바쌈

우리 동네 맘스터치, 창밖이 보이는 스탠드바 테이블에 아들 둘과 나란히 앉아 새로 출시된 닭강정 3종 세트를 먹고 있었다.(광고 아님)

"아빠, 보육원은 어떻게 찾아가?"

뜬금없이 막내가 물었다.

"보육원은 갑자기 왜?"

봉사활동이라도 가고싶어 그러나 했다.

"엄마 아빠 죽으면 가야 될텐데 어딨는지 몰라서"


보육원이란 곳이 고아들을 맡아 기르는 곳이란 걸 알고 나서 이 아이에게 생긴 인생고민이 맘스터치 창가에서 닭강정을 먹다가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이다.


"보육원은 네가 직접 찾아가기가 힘들어. 대신 저기 있는 경찰서 보이지? 거기 가면 경찰 아저씨들이 보육원에 데려다 줄 거야"

아이는 그제야 안도하며 다시 신나게 닭강정을 뜯기 시작했다. 어려운 숙제를 해결한 듯 자유로워지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실은 장난 섞인 대답이었다

그런 걱정은 왜 하냐고, 너한텐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말하려다 옆에 경찰서가 보이길래 그리 말해본 것이다. 그런데 이 대답에 안도하는 아이의 모습이 의외였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행복을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한 소망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0.0001의 가능성을 압살 해버리고 마는 것일 뿐.


하늘에서 운석이 우리 동네에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하고 궁금해한 적이 있다. 아주 어릴 적 일이다. 실제로 운석은 종종 떨어진다. 다만, 지구 표면의 70%를 바다가 차지하고 육지에서도 실제 사람이 사는 지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서 운석이 도시에 떨어질 확률은 미미하다고 한다. 운석 걱정에 그럴 일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하는 게 정답일까?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게 제일 편하겠지만 걱정이란 놈은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다. 걱정의 방아쇠가 당겨진 순간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은 더 이상 처방이 될 수없다. 경찰서로 가는 것이 맞든 틀리든 아이의 걱정을 잠재운 적절한 한방이었다.


"참, 엄마 아빠가 없어도 누나랑 형은 있겠지? 그러니까 혼자 경찰서를 찾아가기 전에 누나 형한테 붙어 있으면 된단다." 내가 덧붙였다.

"아 그렇구나" 하며 아이는 다시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끄덕 한다. 이중삼중 빈틈없는 비상행동계획 앞에 보육원 찾아가는 걱정일랑 완전히 떨쳐버린 듯했다.


우리의 불안은 걱정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이미 불거진 걱정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무시해버리기 때문에 싹이 뜨고 점점 커지는 게 아닐까. "난 이렇게 대처하겠어"하는 소박한 계획만으로도 걱정이 불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겠다는 소소한 배움을 닭강정을 앞에 두고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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