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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실 Dec 02. 2024

[ 오늘은, 여기 ] 20. 심리상담사, 초록

우리 모두 엉망진창입니다.

20번 째 인터뷰이는 프리랜서 심리상담가이자 대학 강사인 초록 님입니다.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프리랜서 심리상담사

3.    어쩌다 심리상담

4.    삶에 대한 평가

5.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6.    기타질문

7.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8.    마침


이름(별명) : 초록

나이 : 30세 

성별 : 여성

학력 : 석사 / 심리상담

경제력 : 프리랜서라 편차가 크지만 일반 사회초년생 수준




1. 인물소개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 나이, 성별(성 정체성)

 안녕하세요. 초록입니다. 저는 여성이고요, 심리학을 전공해서 심리상담을 계속 공부하며 심리상담학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인터뷰일 기준) 만으로 30세가 된 지 하루 지났습니다.

     

(하루 지난 생일축하드립니다공부를 계속 하고 계시다는 건 박사지도 생각하고 계신다는 걸까요?)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년 여름을 계획하고 있어요.

 저도 뭐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     




2. 오늘 여기의 나 프리랜서 심리상담사


 심리상담학계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제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서 일하는 분야가 조금 다양합니다.

 먼저 대학교에 출강 나가서 진로 쪽 강의를 하고 있고. 청소년 공공기관에 소속돼서 청소년 상담도 하고 있고요. 종종 부모 교육이나 아니면 청소년 및 청소년 지도자 대상으로 강의를 나가고, 사설센터에서 유료 상담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다양한데생활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우당탕탕 돌아가고 있어요. 또 제가 유난히 또 변화가 큰 프리랜서여서.


 사설센터 같은 경우는 상담이 잡히는 시간에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제 업무를 하거나 밖에 나가도 상관이 없어요. 그래서 상담이 언제 잡히느냐에 따라서 제 퇴근 시간 출근 시간이 결정이 나요.


 청소년 상담도 사실 아이들한테 맞춰서 상담을 해주기 때문에 그렇게 변동이 있고, 강의가 어디서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그때그때 프로젝트처럼 착수했다가, 때때로 자문 의뢰가 들어오면 그거에 매달렸다가, 이런 식으로 일거리에 따라 많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엄청 불안정해요.
 
(불안정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문제점은 없나요?)
 
 스트레스가 엄청 큰데, 저는 제 성향을 잘 알아요. 제가 틀에 박힌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감수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다 가질 순 없어서.
 

 현재 경제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평균을 내면 제 또래 사회초년생들만큼 벌기는 하는데, 프리랜서라서 격차가 되게 커요.

 이런 불안정한 경제력 수준이 또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3. 어쩌다 심리상담


 어쩌다 심리상담이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는 꿈이 심리상담가는 아니었어요.     


(그럼 심리학과는 원해서 진학한 게 아니었던 걸까요?)     


 어릴 적에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그것도 꿈이었다기보다는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제가 글을 쓰는 걸 저희 아버지가 좋아하셨거든요. 강요하진 않으셨지만 아버지는 제가 작가가 되기를 바라셨어요.


 저도 글 쓰는 게 어렵지 않았고, 할 수 있는 게 글 쓰는 거여서 심리학과로 왔어요. 사람의 심리를 잘 알면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어 가지고. 근데 명확한 꿈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때 제가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 교수님께서 상담을 하고 계시는 분이셨고, 영향을 많이 받아서 상담을 하고 싶어졌어요.


(두루뭉술한 생각을 가지고 진학을 했다가 대학에서 만난 은사님을 통해 현재 심리상담사라는 길에 이르게 된 것이군요.)     


 근데 제가 좀 방황하는 시기가 길었어요. 상담이 하기 싫어서 방황한 건 아니고, 원래 해보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어서 이것저것 해보는 시간이 길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것들을 해보셨나요?)     


 아르바이트를 이것저것 했었죠. 그래서 지방에 가서 아르바이트도 했었고 여기저기 판매업도 했었고. 학원 강사도 했었고.     


(어떻게 보면 단번에 내 진로를 결정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걸 찾아내신 거네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방황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배운 것도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심리상담사가 되셨고또 강의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혹시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든 점이 있다면?

 제일 힘든 건 사설 상담센터에서 상담하는 일이에요. 상담가로서 제가 가진 역량을 측정해 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면서도 가장 가혹한 거 같아요.
 
(사설센터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상담을 받으러 오는 곳이라 아무래도 그 값어치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걸까요?)
 
 네. 사실 1회 상담 비용이 만만치 않은 비용이어서, 그만큼 내가 해주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서 힘든 게 많아요. 그리고 바로바로 보이거든요. (상담이) 맘에 안 들면 바로 끊어버리는 거고, 맘에 들면 몇 번 더 했다가 끊어버리는 거고, 뭐 이런 식이여서.

 만나고 이별하는 데 있어서 사실 제가 가진 주도권이 없다 보니까 그런 게 가장 가혹하고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면?)
 
 상담가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는 나중에 제 센터를 운영하는 게 꿈이어서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도 생각해요. 
 

 반대로 가장 즐거운 일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가장 즐거운 일은 대학교에서 아이들 만나서 강의하는 일인 것 같아요.
 
(강의하는 게 성향에 잘 맞으시나 봐요.)


 네. 강의 자체도 잘 맞고, 이제 갓 20살 된, 물론 복학생이나 어르신들도 좀 계시지만(웃음) 그 친구들한테 받는 에너지가 되게 커서 교감하는 것도 즐거워요.


 그래서 저한테는 강의하는 일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4. 삶에 대한 평가 – 그리고 타인


• 현재 본인의 삶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저는 불안정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 불안정하다는 게 안정하지 않다는 뜻이지 부정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삶을 부정적이지 않은 불안정함이라고 평가합니다.
 

(지금 초록 님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방식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네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지금보다는 조금 뭐 수익이라던가 출퇴근 시간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제 성향상 앞으로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변화무쌍한 일을 계속하고 싶긴 해요.
 
 (이 불안정함이 오히려 본인이 추구하는 바일 수는 있겠네요.)
 
 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한다면 어떤 식으로 평가할 것 같나요?

 이게 또 재미있게도 주변 사람들은 항상 저한테 아 다 잘하고 있다, 알아서 잘 하지 않냐, 이만 하면 됐다. 그렇게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불안정하긴 한데 오히려 사실 이 불안정함이 제가 느끼고 제가 감수하는 영역이지, 남들이 보기에는 어쨌든 출근해서 퇴근하고 일을 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주변 평가는 제가 평가하는 것보다는 더 긍정적인 것 같아요.      


• 혹시 나를 어떤 방향으로든 평가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제가 노력하고 있는 바가 타인들의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어서 남들한테 해줄 말은 없고 신경 쓰지 말자고 스스로한테 말해 주고 싶네요.


•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신 가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저는 이제껏 또 제 맘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제 맘대로 살고 싶습니다. 
 

(마음대로 살고 싶다는 말에서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의 주체가 뭘까요?)

 

 그게 제 삶인 거 같아요. 제 삶을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 그래서 또 프리랜서를 했고.


 예를 들면 제가 상담이 9시에 있고 그다음 상담이 3시에 있다면 10시부터 2시까지는 제 시간이거든요. 제가 뭘 하든 제가 선택할 수 있어요. 어디 잠깐 갔다 올 수도 있는 거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해도 되는 거고, 널브러져 있어도 되는 거고.


 그 선택권을 갖는 게 저한테는 되게 매력적이어서 앞으로도 제 맘대로 살고 싶어요.
 
(나중에 상담 센터를 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
 
 제 맘대로 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이 돈과 시간 그리고 건강이더라고요.

 제가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게 말씀하신 대로 센터를 여는 거랑 강의하는 일이에요.


 대학에서 강의를 계속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필요한게 내가 내 센터를 운영해서 내 시간을 꾸리는 거라 생각해요.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제가 상담하는 요일을 고르고 강의하는 요일을 골라서 꾸려 가는 거. 그게 저한테는 가장 잘 맞는 삶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센터를 차린다라는 그 센터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 프랜차이즈나 대형화를 시키는 것보다는 좀 소규모로 하고 싶어요. 규모가 커지면 또 책임질 것들이 많아지잖아요. 그러면 또 제 맘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내 강의하면서 1인 센터를 운영하거나 혹은 마음이 맞는 한 두세 사람이랑 같이 소규모의 상담센터 하고 싶습니다.
 

(정말 자유에 대한 욕망이 강하네요.)
 
 그런 것 같네요. 저도 말하면서 더 깨닫네요. 
 집시같이 돌아다니고 싶네요. (웃음)




5.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을까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한테 잘 못 한 거.
 이제는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 반대로 내가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을까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일은 없고 앞으로 좀 생기지 않을까?
 사실 모든 일에 다 장단점이 있는데 ‘가장’이라는 말이 붙어서 고르기 어려운 거 같아요.

모든 선택들이 다 괜찮았고, 다 아프기도 했으니까.
 
(내가 해온 선택들은 늘 그 순간 그 순간에 잘했지만후회하는 점들이 공존해 왔던 것 같다.)
 
 그런 거 같아요.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잃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경험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험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그 이유가 뭔가요?)
 

 경험 자체가 권위라고 칼 로저스가 얘기하기도 했고, 경험을 평가하는 순간 스스로를 평가하는 게 되더라고요.

 경험은 그냥 경험일 뿐이지 나한테 나빴으니 이거는 좀 제쳐두고, 나한테 좋았으니 이건 더 기억하고 이런 게 제가 생각할 때는 오히려 정신 건강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정신건강 쪽에서 종사하시는 분이다보니까 질문에 대한 대답도 그렇지 않은 분들과는 양상이 좀 다른 거 같네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어요. 직업적인 영역이기도 해서.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연습하고 있는 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들을 구분하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거예요. 연습을 되게 많이 하고 있어요.


 저도 평가가 무섭고 아프고, 누가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그들의 평가는 그들의 몫이고 그들의 자유니까 제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럼 제가 바꿀 수 있는 건, 신경 쓰지 않는 것, 내가 내 일을 하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근데 저는 또 제가 하고 있는 일 자체가 매 순간 평가를 받는 거거든요.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것도 평가를 받는 일이고 또 평가를 하기도 하죠. 그리고 상담도 그래요. 매 회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제가 평가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구요. 오늘의 상담이 도움이 됐는지.
 

(그러면 지금 초록님의 상황은 늘 평가받는 삶이지만 타인의 평가에 의하여 내가 좌지우지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6. 기타 질문


•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혼은 모르겠고 인생의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있어요. 
 

(결혼이란 제도에는 관심은 별로 없는데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어떤 동반자를 원하는 욕망 욕구는 있다.)
 
 네. 그게 이성일 수도 있고 동성일 수도 있고요.


(앞으로 남아있는 삶에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군요.)
 
 그거는 좀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원래는 비혼에 대한 생각이 강했어요. ‘내가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행복할 수 없으면 하지 말자는 조금 극단적인 생각을 했었거든요.


 지금은 인간이 혼자 살 수 없으니, 꼭 한집에 사는 동반자는 아니더라도 내 인생을 같이 논의하고 때로는 같이 감당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초록 님과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결혼 제도 자체에는 회의적이지만 삶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어떤 공동체에 대한 욕구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렇다면 출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아이를 출산한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로망을 조금 가지게 됐어요.

 여러 고전심리 이론가들 중에 아이를 임신해서 출산하고 나서의 엄마의 심리 변화를 자세히 설명해 놓은 이론가들이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변화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더라구요. 
 
(아이 자체에 대한 로망이나 사랑도 있겠지만거기에 수반될 수 있는 어떤 학구적인 호기심도 함께 있는 거군요.)
 
 네. 그리고 상담가는 학구적인 공부도 중요하지만 경험이 되게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을 해요.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경험이 될 것 같거든요.

 근데 제가 몸이 약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이가 이제 만 30이면 솔직히 신체적으로는 늦어 가는 나이죠.)
 
 네. 선택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나이긴 해서.

 근데 제가 진짜 몸이 약해서 고민이 있어요. 저희 어머니도 엄청 고생을 하셨고. 또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 초록 님이 생각하는 저출산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은 사회적인 변화가 큰 몫을 하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뭐 예전에는 아이 자체가 재산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아이를 기르려면 재산을 팔아야 되잖아요.


 그리고 SNS가 엄청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전시하기 시작했는데. 아이를 기르면 전시하기 어려워지잖아요. 그것도 한몫한다고 봐요.


 결국 사회적 변화가 크다고 생각이 들어요. 
 



7.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혹시 마지막으로 심리학(특히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을까요? 

  이 분야에 대해 제가 어떤 조언을 해주기 어려운 게, 사실 저도 아직은 초년생이고 저도 모르는 분야가 너무 많거든요.

 다만 경험 자체가 엄청 귀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어요. 저도 계속 경험이 늘어가면서 더 나은 상담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상담가가 되고 싶다. 혹은 심리학을 하고 싶다. 결국에는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 들어보는 것도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많은 경험을 해보고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말이군요.)
 
 또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사실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학문이기도 해요.


 지금 제대로 기억은 안 나는데, 어떤 연구에서 상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상담자의 요소 중 하나가 상담자의 나이였다고 하더라고요. 자신감과 상담자의 나이가 1~2위를 다투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저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삶에 경험이 많을수록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니까. 


 그래서 사실 나이 들어서 이 학문으로 들어오시는 분도 많아요. 상담자가 나이가 많아지면 상담할 수 있는 연령대도 넓어지니까.     


(그럼 초록 님이 상담사로서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과 즐거운 점을 이야기해주신다면?)

 
 가장 힘든 점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수치로 확인할 수 없다는 거. 그래서 사실은 되게 불안하고 괴로워요.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게 맞는지,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역량은 있는 건지. 열심히 파고는 있는데, 그 안에 물이 없을 수도 있고.


 내가 하는 일의 결과가 수치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 그래서 불안함과 싸워야 된다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전 막 꿈도 꾸거든요. 악몽도 엄청 꾸고.
 

(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은 역시 생각하지 않는 걸까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내가 이걸 생각한다고 나한테 도움이 되는가? 아니더라구요. 

 공부를 하든, 나를 위한 일을 하든, 하다못해 다른 사람 얘기를 듣든, 그게 더 나으니까 그런 생각을 떨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또 힘든 점이 있다면 제가 프리랜서여서 소속감이 없고 동료도 많이 없다는 점이에요.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을 나눌 만한 사람도 별로 없겠어요.)
 

 네, 없어요. 강의할 때도 그렇고 동료가 없고 소속감이 없는 거 지지해주는 단체가 없다는 건 좀 괴로운 영역인 것 같아요. 
 

(불안정한 프리랜서 생활에서 같이 어려움을 나누고 혹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에서 더 힘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그래도 꿋꿋하게 잘 해나가고 계시네요.)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즐거운 점은 뭐가 있을까요?)     


 어쨌든 (이 일이) 마음을 나누는 일이거든요. 상담뿐 아니라 강의를 하면서도 학생들과도 교감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만나진다는 경험을 한다는 거예요.


 그 경험은 그 누구에게도 공유할 필요가 없는 저만의 경험이거든요.


 특히 상담은 또 1 대 1이고 비밀 보장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에 그런 순간에서 오는 기쁨과 충족감같은 것들이 가장 즐거운 거 같아요.


 타인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수치가 아니니까 평가받지 않아도 되고 그런 것들.
 

(온전히 나 혼자 기쁨으로 즐길 수 있는 부분이군요.)     


• 추가로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선뜻 전문가의 개입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사실 제가 정신 건강이 좋고 1인분을 잘 해나가는 사람으로서 조언을 한다, 이런 생각은 없고,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각자가 선택한 삶이고 각자의 선택이어서, 누군가의 도움과 개입을 요청하지 않는 것도 존중받아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이 들기는 해요. 그래도 제가 상담이 좋았던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대단한 이론가들도 그렇고 많은 상담가들도 그렇고, 그냥 사람 하나 이해해 보겠다고 아등바등 갖은 애를 쓰는 게 전 되게 낭만적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상담을 좋아하는 이유도 사실 엉망진창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어떻게든 같이 살아가 보자 이 마음으로 애를 쓰는 게 좋아서 그래요.

 상담받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게 너무 보잘 것 없거나 너무 약해 보이거나 너무 별로인 사람처럼 보일까봐 내면을 털어놓는 걸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건 당연히 힘들어요.


 그런데 저는 상담가도 너덜너덜한 삶을 어떻게든 기워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부터도 우선 그렇고. 그래서 그냥 엉망진창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고민하면 좀 더 낫더라, 이런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나 혼자만 엉망진창에 볼품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고너무 힘들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용기 내봤으면 좋겠다정말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8. 마침


• 혹시 오늘 인터뷰 소감 여쭤봐도 될까요?

 저도 저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또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서 얘기하니까 조금 더 정리가 되는 것 같고, 저라는 사람의 명확성도 좀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이 경험조차 저에게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가 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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