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icebreaker ship!
매일 아침 남편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넓은 유리창 너머 바다와 섬이 사이의 항구와 그 사이사이에 정박되어 있는 배들을 보는 것은 너무나 평안하고 행복한 매일의 시작이다.
고속버스에서 첫 만남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고 뛰어든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전우이기에 우리는 부부 라기보다는 전우애로 똘똘 뭉쳐사는 것 같다.
어느 날 배를 보면서 문득 우리의 삶이 쇄빙선처럼 살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쇄빙선은 남극이나 북극처럼 바위보다 더 단단한 얼음들을 부수어서 항로를 열어 주며 항해하여 다른 배들이 잘 갈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 배다.
누구도 들어가기 쉽지 않은 얼음 꽝꽝 얼어버린 겨울나라와 도시들에 들어가야 했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로 미움이 팽배해서 전쟁이 곧 터질 것 같은 그런 곳에 들어가서 서로 건너지 못하는 강을 건너 다니며 양쪽을 돌봐 줘야 했었다.
때로는 한때는 멋지게 지어졌던 성들이 무너져 잿더미가 된 상황에도 들어가야 했다.
왜 무너졌는지, 어디서 다시 세워야 하는지..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일단 파편에 맞아 상처 나고 아픈 자들을 다독이며 실패와 죄책감과 피해 의식을 이겨내도록 도와주어야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쇄빙선의 역할만 알았지 그 쇄빙선이 어떻게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혼자 서 있어야 하고, 추운데 도울자도 없고, 오해받고, 이방인.. 왜 왔는지, 지금 어떤 시간인데,, 시대적 착오이다.. 등 끝없이 누군가 계속 말하는 그 부정적인 말들을 들으면서 내 몸은 계속적으로 그 상황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얼음을 부서 내야만 하는 쇄빙선이 감당해야 하는 온갖 내적인 갈등들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살아내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게 내 감정은 혼동 가운데로 끌려 들어갔었고, 더군다나 홀로 걸어야 하는 외로움에 같이 어울렸었다.
누가 밀어서 억지로 이길을 가는 것도 아닌데, 내심 나를 여기 오게 한 것이 누군지 원망하기 시작했고,
나만 왜 이렇게 추운 곳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 안에서 홀로 살아야 하는지 억울해했고,
나는 왜 환영하지 않는 곳에 와야 했는지,
나는 왜 언어도 어렵고 문화가 달라 무시당하며 사는 곳에서 살게 되었는지,
내가 하는 일은 느리고 표도 안 나고 그리고 끝도 없는지...
수많은 갈등을 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었다 무엇에 사로 잡힌 사람처럼...
그렇게 꾸역꾸역 긴 세월을 버티다가 드디어 이제 얼음을 깨는 일이 슬슬 익숙해질 즈음에 갑자기 멈추라고 하면 너무 약이 올랐다.
내가 뭘 잘못했나요? 왜 갑자기 멈추게 하나요?
지금 까지 고생하게 해 놓고 이제 익숙하여 편해졌는데 그 일을 멈추라고요?
갑자기 왜 나를 또 어디로 보내나요?
나는 30년이 넘게 이렇게 쇄빙선의 역할을 감당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몰랐었다.
심장에 두근두근 부정맥의 엇박자가 들리고 비문증으로 눈앞에 무엇이 어른거리고 근시 원시 난시 세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복작거리던 집안에는 둘만이 남게 된 계절이 되어서야 차분히 나를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하나님이 내손에 들려준 세상에서의 작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하얗게 끝도 없이 펼쳐진 얼음 바다의 딱 한가운데 당당하게 홀로 떠 있는 쇄빙선은 정말 대단하고 멋졌다.
쇄빙선의 역할을 알게 되면서 행복했다.
그래서 아팠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도 감사한 것이었고, 서러움도 외로움도 다 행복하게 이제는 안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인생에 어떤 삶을 살았던지, 정말 순간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루종일 생각하며 우울에 빠져 누워 있었던 날들이 있었어도,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씨름을 한 것이었다.
여기저기 사방을 쫓아다니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렇게 하루 24시간을 최선을 다해 멋지게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였는데 점수가 좋지 않았다. 할지라도 내 삶에서 그 애쓴 시간은 오히려 남아 더 숙성되고 멋지게 귀한 영양분으로 내 뇌를 채웠을 것이 분명하다.
인생의 계절을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은 나는 나의 시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냈다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을 내가 더 젊은 시간에 알았다면 그리고 느꼈다면
주어진 모든 것을 넉넉히 누렸을 것이다.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
잘했다고 칭찬했을 것이다
수고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나의 시간을 채워간다고 나는 행복했을 것이다.
만족… 진짜 내 삶에 만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들은 좁은 길이라고 하는데 네 명의 아들들을 낳아 잘 기르던 조카부부가 선교사로 파송받아 선교지로 떠나는 날 우리 가족들 모두는 조카 가족이 고속도로길로 올라탔으니 이제 쭈욱 달리면 되겠구나..라고 박수를 쳤다
또 한 부부가 멋진 쇄빙선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기에…
사람이 태어나 한평생 살면서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신나고 멋지게 살아가는 드라마틱한 삶이 무엇일까?라고 묻는 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쇄빙선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림 출처: Png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