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지 언제든지!
고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특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정말 옛날부터 지금까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나라를 떠나서는 반드시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 것이기에 중요하다.
우리 가족은 20KG의 짐을 들고 이스라엘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선교의 본부인 싱가포르 센터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여권 덕분에 쉽게 관광비자를 받고 들어갔다.
갑자기 입국하게 되었지만 싱가포르의 선교사님들이 정말 잘 대해 주셨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 하심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는 우리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담대하게 행동하고 다음 상황으로 담대하게 나아가게 만들었다.
도착한 날 밤에 리더분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우리를 위로해주시고 함께 선교 사역을 하자고 제안해 주셨다.
리더의 제안은 방금 전쟁을 치르고 들어온 병사에게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해 주었고, 그래서 더 멋진 전쟁을 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를 믿게 만들어 주었다.
피곤함과 부상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선택하기에 충분한 위로와 인정이었다. 당한 것을 안고 치유에 매달려 살아가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다른 전쟁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하기에 충분한 위로와 인정이었다.
주위의 동남아시아 나라들에 복음이 많이 전파되는 시기라 우리 팀들은 신나게 개척도 하고 선교사역도 감당하고 있었다.
열심히 섬기다 보니 우리 부부도 리더 쉽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되었고, 주어진 일들을 최선을 다해하고 있었다.
내심 너무 행복했다.
리더라는 위치 보다, 이제 리더십이 되면 장기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너무 행복하게 했다.
"아! 이제 이 나라에서 오래 머물고 일을 하면 되겠구나!
주님 감사합니다"
우리 부부와 그 당시 리더 쉽이 되신 두 미국인 부부가 같이 장기 비자 서류를 제출했다.
대체로 모든 리더들이 장기 비자를 받았기에 우리도 걱정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 부부들은 장기 비자를 받게 되었는데, 우리 부부는 거절 통보를 받았다. 그 순간 마치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 위에 얹힌 것처럼 숨이 턱 막히고, 그간의 고생과 헌신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남은 비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실망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다른 길을 예비하셨을 거라는 믿음을 붙잡고 싶었지만 마음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실망이 가득한 마음을 누르고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이시니 우리에게 길을 주실 것이라고 믿고 같이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하나님의 군사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서 한줄기 빛을 만난 것처럼 너무 기뻤다.
물론 우리의 삶이 군인처럼 살기도 했지만 이렇게 하나님이 우리의 헌신을 알아주시고 우리에게 관심이 있으시다는 것에 감동받아 울었다.
“하나님 군사라 하시니 그럼 어느 부대 소속입니까?
그리고 우리가 같이 머물러 일해야 하는 군인들의 막사는 어디입니까?
우린 여기도 저기도 오래 있지 못하고 이렇게 자꾸 들락날락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라고 기도를 하고 있는데, 또 마음깊이에서 감동이 있었다.
“혜경아! 군사에게는 여러 가지 임무가 있단다.
너희 부부는 특수 부대 요원이라서 개척할 때마다 투입될 것이다.
그러니 떠나는 것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떠날 준비를 해라.”
나는 남편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우리는 하나님의 특수부대 요원이래, 이번뿐만 아니라 계속 들락날락거릴 거라고 잘 준비하라고 하셔.”
남편과 나는 다음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번 여행에 하나님이 무엇인가 특수한 프로젝트를 주실 것을 기대하며 잠시 두 아이를 공동 생활하는 선교사님들에게 맡기고 5일간 인도네시아로 비자 여행을 갔다.
무작정 떠난 우리에게 인도네시아의 한 선교사님이 그곳에 사역을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우리 부부는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그 당시 성경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고, 나 또한 제자화 학교에서 통역으로 섬기고 있었기에, 일단 어떤 일이든지 할 마음과 열정은 가득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주신 사인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도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다.
며칠 동안 하나님의 군사로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면 아마도 주님은 여러 나라에서 현지인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주실 것이라고 확신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오히려 이 상황에 기쁨과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주어진 선교 사역을 잘 마치고 다시 싱가포르로 들어올 때는 비자기간을 얼마나 줄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하나님이 주신 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들어올 때 남편은 1달간의 비자를 받았다.
그 이후로부터 우리는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주위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디아, 태국 등에 있는 베이스에 적극적으로 연락을 하여 우리가 나가야 하는 시간과 필요한 강의나 선교사역들을 잘 연결하여 준비하기 시작했다.
관광비자로서의 선교사의 우리를 더 자유롭게 사역할 수 있게 했다.
싱가포르 주변 나라들의 필요를 전체적으로 보게 되었고, 그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다.
하나를 갖고 하나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다 갖고 있지 않아도 서로 연합하고 연결하면 멋지게 선교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그물처럼 연결하게 되었고, 각 나라마다 성경학교 와 제자화 학교 또 내적 치유 학교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 마음의 벽이라는 책을 쓰시고 내적치유 전문가 브루스 탐슨 강사님이 오셔서 강의하게 되었는데, 내가 한국 학생들을 위해 통역을 하게 되었다. 이는 내게도 너무 중요하고 소중한 강의였다.
통역하는 내내 내 안에 하나님의 더 깊은 통찰력과 치유의 바람이 나를 치유하시기 시작했고, 그 강의를 끝난 후에도 더 알고 싶어서 그 책을 사서 남편과 같이 읽으며 서로의 치유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다음 해, 인도네시아에서 연락이 왔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제자화 학교에서 내적치유 강사님이 갑자기 오실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브루스 탐슨의 강의를 통역한 우리가 와서 그 내적치유 강의를 해 주실 수 있느냐고 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비자 때문에 나가야 했기에 그 강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으로 영어로 내적치유강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그 영어 원서를 읽고 또 읽으며 한 달 내내 준비한 끝에 드디어 인도네시아에 갔다.
다행히 짧은 영어를 그 인도네시아 통역하시는 분이 너무 좋아했다.
아무리 긴 영어보다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려면 짧고 간결한 것이 좋은데, 우리 부부의 영어는 늘 짧고 간결했기 때문이다. 주어와 동사 목적어를 중심으로 모든 문장을 만들었기에 늘 짧았다.
모처럼 이번 여행에는 아이들도 데리고 왔다.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치유의 역사는 우리 부부에게도 기쁨의 열매가 되었고, 이후로 우리는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사역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관광비자를 주시고 이런 전략을 주시며 순종하기를 원하신 것을 알게 되었다.
장기비자를 얻지 못한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길이 되었고 빛이 되었고 생명이 되었다.
다 갖지 못한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겸손히 섬기는 마음을 주었고, 불러만 주면 달려가고, 필요가 있으면 달려가는 선교사가 되었다.
때로는 한 발짝 물러서는 순간이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일 때가 있듯, 하나님은 우리를 더욱 넓은 사역으로 인도해 주셨다.
하나님이 열어 주신 그 길 위에서, 더 자유롭게, 더 용감하게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처럼 느껴졌다.
관광 비자는 우리의 선교 사역에 걸림돌이 아니고 오히려
도전의 디딤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