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석러가 되기로 결심했다.

외로움을 즐기는 나 -『나의 구석』

by 책닮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엄마가 몇 번을 말하니?”

좋은 말로 여러 번을 말했는데도, 위험한 장난을 반복하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


“.... 네.”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곤, 아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단단히 화가 났던 터라, 아이 마음을 토닥여 줄 여유가 없었다. 모르는 척 내버려 두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조용했다.

‘울고 있나?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걱정스러운 맘에 방문을 열었더니 어두컴컴했다. 한 구석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아이가 보였다.


“불도 끄고 뭐 하고 있어?”

나는 아무 일 없었단 듯이 물었다.

“그냥.”

아이도 딴청을 피웠다.

“엄마한테 혼나서 그러는 거야? 왜 구석에 그러고 있어? 여기 넓은 곳으로 나와”

내가 아이를 살포시 감싸 안았다.

나의 손길에 아이는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는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구석에 있으면 마음이 좀 괜찮아지거든.”


그렇다. 벽과 벽이 만나는 구석진 자리는 편안히 기댈 수 있어 포근하다. 마치 벽이 두 팔 벌려 백허그를 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나도 어린 시절 구석을 참 좋아했다. 내 방 옷걸이와 책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나만의 구석을 만들었다. 그리곤 담요를 깔아놓고 책을 읽거나 인형놀이를 했었다. 물리적 구석은 놓아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속 ‘구석’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의 구석.PNG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조오 작가의 <나의 구석>.


텅 빈 구석에 까마귀가 있다. 까마귀는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을 가진 구석을 이렇게도 바라보고 저렇게도 즐겨본다. 그러고는 자신만의 색깔로 구석을 채워나간다. 아끼는 물건을 가져다 두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화분을 두고,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어, 이번에는 하얀 벽에 차곡차곡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여전히 2프로 부족하다. 오랫동안 구석을 바라본 까마귀는 맘을 크게 먹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 바로 '구석에 만든 나만의 창'


텅 빈 구석을 즐기는 까마귀를 보며 나의 마음속 구석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득 나는 언제 구석을 찾는지 생각해보았다. 외로울 때인 것 같았다. 인간은 누구나, 언제나 외롭다고 하지만, 유독 아주 강력한 외로움이 찾아올 때가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로 상처 받았을 때, 함께 있어도 공감받지 못할 때, 나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 때, 그런 순간들이 나를 구석으로 마구 몰아넣었다. 그렇게 구석으로 들어간 나는 까마귀처럼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구석 한 곳에 어린 시절 쓰던 담요를 깔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외로움에게 떠밀려 들어왔지만 구석의 두 벽이 나를 포근히 안아주기에 어느 순간 외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새로운 것에 눈뜨고, 배우고, 나를 가꾸었다. 그렇게 내 방식대로 텅 비었던 하얀 벽을 꾸미고, 열심히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러고 보면 외로움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친구가 아닐까? 외로움 덕분에 나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고, 내 구석을 나만의 방식대로 꾸밀 수 있으니까.


신경과학자 존 카치오포는 이렇게 말했다. '외로움을 느껴야 다른 이들과 함께 살 의지가 생겨나고, 협동을 하며 살아간다. 외로움이 새로운 친구를 찾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니 외로워서 힘들다고 생각하기보단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좋다. 외로움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을 것이다. 그러다 자신의 구석에 작은 창을 내어 타인과 마주할 용기도 얻을 것이다. 그림책 속 까마귀가 그랬던 것처럼.


‘나의 구석’을 만들자.

그리고 구석에서 즐기자.

진정한 구석러가 된 순간,

더욱 선명해진 나를,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나를 만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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