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솔직히 말해서 우리 한국을 잘 모른다. 어쩌면 한반도로부터 문물의 유입 자체를 일부러 부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인 교수가 수업 시간에 대륙 문물의 일본 열도 유입 등에 관해서 얘기할 때면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다고 하지, 한반도에서 왔다는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고대 시대의 한자나 불교의 전래까지도 이들은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그나마 중국이라도 인정해 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왜 일본인들은 한반도라는 문물 전래의 한 과정을 아예 생략하려고 할까? 더 속상한 것은 언젠가 문화사 강의 시간에 한 일본인 교수가 참고 자료로 조선의 연표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적이 있다. 한눈에 볼 수 있는 한반도의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 표였다. 놀라운 것은 고구려‧백제‧신라‧고려‧조선이 끝나고 1910년부터 1945년까지는 ‘일본’으로 표기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연표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실재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있는 가운데라 뭐라고 불평을 할 계제가 못 되었다. 혼자 속으로만 끙끙거렸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을 어찌할 것인가!
일본은 한반도의 동남쪽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들은 우리의 것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가르치지 않는 학교 교육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들의 저변에서는 한국을 과거에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중국 끝자락의 한 조그마한 나라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를 보고 우쭐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젊은 대학생들과 얘기해 봤더니 대다수가 한일 합방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냐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이러한 일본인들의 태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편으로 지난날 우리의 수치를 들추어내어 교만하게 구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아예 그런 일이 있었는가 하는 정도로 무관심하다. 우리의 중‧고등학생이 일본의 역사를 줄줄 외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말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유리한 지형 때문에 단 한 번도 외침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단지 일본 열도 내에서 자기네들끼리 싸우기는 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인들이 자기네가 마치 동양의 왕자인 양 행동하는 것을 곧잘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동아 공영권의 망상을 아직도 저버리지 못한 일본인들이 상당히 많이 있으니 말이다.
세계의 선진국, G7의 회원국으로서 이들은 동양에 살면서도 자신들은 서양인과 같다는 착각 속에서 사는 것 같다. 서양을 흉내 낸 머리 염색, 옷, 음식 등 그 종류는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려면, 먼저 양국의 최고 지도자가 과거의 역사를 사실대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즉, 일본은 한반도로부터의 문물의 전래 등에 대하여 감사하고 또 지난날의 과오인 임진왜란이나 일제 강점기 등에 대해서 정중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비록 우리가 일본에 일부의 문물을 전해 줬지만,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는 적잖은 일본의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할 것은 감사해야 한다. 그래야만 양국 관계는 서로 믿을 수 있고 우리의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앙금이 녹아 없어질 테니 말이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둔 두 맞수는 경쟁과 동반자 관계를 함께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