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오사카, 도쿄 등 일본에는 재일 한국인이 무척 많다. 오사카만 해도 약 30만 명가량이라고 한다. 한일합방부터 해방 전까지 이주한 조선족들이다. 많은 동포들이 일본 국적으로 바꿨기 때문에 그 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들 동포들은 이방인으로서 못 배운 탓에 주로 막노동, 장사, 택시 운전사 등 소위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고 지금도 상당수가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생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의 지문 채취, 공직 취업 제한 등 차별화 정책을 계속하고 있어서 상당수의 한국인 동포가 창씨개명을 하고 영구 귀화한 경우가 많다. 한국인으로서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왜 한국인 신분으로 일본에서 살 수 없을까? 중국 화교들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몇 대에 이르러도 중국인임을 자처하고 한국 속, 일본 속의 중국인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은 조선족이다. 그러나 완전히 창씨개명을 하여 일본인으로 행세하며 살고 있다. 여주인이 어느 날 내게 자신의 과거를 대충 얘기해 줬다. 남편은 조총련계 집안이고 자신은 민단계였다고 한다. 자신의 언니들이 일본인 남자와 결혼하였으나 하나같이 모두 조선인이라며 홀대받은 탓에 이혼하였다. 그래서 자신은 언니들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할 수 없이 조선족인 남편과 결혼하였으며, 내친김에 일본인으로 귀화까지 해버렸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도쿠시마(德島)’라는 성을 사용하는 일본인으로 알고 있어서 혹시라도 조선족임이 탄로 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한국말도 어느 정도 구사가 가능했지만, 아내가 일본에 방문할 때 가져온 선물을 줄 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한 것 이외에는 모두 일본어로 소통했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려는 방편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들 부부가 먹고사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조선족임을 알 수 있다. 김치며 막걸리, 된장과 고추장 모두 우리의 음식 그대로이다. 이처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일본인 행세를 하며 사는 한국인 아닌 한국인들은 우리 민족을 대할 때 일본인들보다도 더 싸늘하고 냉담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재일동포들이 음식점을 운영할 때는 주로 ‘야키니쿠(燒肉, 돼지고기나 소고기 구이집)’점을 운영한다. 집 앞의 ‘야키니쿠야’에 친구와 간 적이 있었는데, 조선족인 아주머니가 그렇게 쌀쌀할 수가 없었다. 분명 한국인임을 다 알고 있고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는데도 우리에게 단 한 마디의 한국말도 하지 않고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왜 이들은 이토록 자신을 죽이고 감추며 살 수밖에 없을까?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들을 흉보고 나무라기에 앞서서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 주었는가를 생각하니 할 말이 없다.
여기 일본에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여기고 이런 모습을 터득한 것일까?
해가 갈수록 일본으로 귀화하는 조선족의 숫자는 많아지고 반대로 재일동포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쯤 더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이들 모두 어느새 일본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어쩌면 우리의 적으로서 우리의 가슴에 총을 겨눌지도 모른다. 물론 지나친 망상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