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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a Jan 08. 2024

집중

집중할 때 못 보던 것을 발견할 수 있어. 당신도 그래

"이게 무슨 소리지요? 우걱우걱 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요즘은 저녁을 먹자마자 잠에 든다. 하루에 5시간 정도 자가다 일정 시기가 되면 이렇듯 저녁을 마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빠져들고 하는데 요즘 그런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렇게 일찍 잠들다 보면 자정이 지나서 한 번은 꼭 잠에서 깨게 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저녁 9시경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새벽 2시 50분이다.

 '그가 전화를 했을 텐데?' 싶어 핸드폰을 살펴보니 전원이 꺼져있다. 충전도 하지 않은 것이다. 

바로 충전 케이블을 꽂아 놓고는 부엌으로 가서 치우지 않은 그릇을 얼른 씻고 난 후 폰을 살펴보니 

역시나 늘 그렇듯이 그의 문자가 와 있었다. 

혹시나 잠들었을 수 있는 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서 

문자로 어제 일찍 잠들었다는 보내고는 일어난 김에 책을 좀 읽어야겠다 하고 책상에 앉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이미 나의 사적 공간에 깊숙이 들어와 버린 그의 전화이다.


"깨어 있었어요?"

"응, 당신은?"

"어제 일찍 자서 지금 일어났어요"

"그렇구나. 그럼 이제 뭐 하려고요?"

"음~~ 일어난 김에 책을 좀 읽으려고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요" 

라고 말하면서 나는 출출함을 느꼈다. 

한밤이니까 간단하게 먹어야겠다 싶어 냉장고에서 고구마를 꺼내서 

흐르는 물에 씻고는 책상으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는 생고구마를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내가 방금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냈어요, 한번 보세요. 최근 흥미 있게 본 영상이에요"

"네, 알았어요. 지금 볼게요" 

라고 답한 후 나는 계속 고구마를 씹으면서 카톡으로 그가 보낸 영상을 확인했고

"아~ 나 이 사람 알아요. 교과서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했던 분이네요." 

라고 답했다.


그때 그가 그런다

"이게 무슨 소리지요? 우걱우걱 소리가 나는데요?"

"ㅎㅎㅎ 출출해서 고구마를 먹고 있었어요" 했더니

"당신 생고구마 잘 먹네~"라고 말하고는 웃는다. 

살짝 민망하기도 했는데 그의 웃음소리에 나도 덩달아 웃었다. 


이어서 그는

"그런데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세요. 여러 가지 한꺼번에 하지 말고요. 

영상을 볼 때도 가급적 쇼츠는 보지 말고 

하나의 강의를 차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세요. 그래야 맥락도 잡히고 이해도 잘할 수 있어요." 

항상 이것저것 동시에 한다고 분주한 나를 떠올리면서 하는 소리다. 

지금도 전화하면서 유튜브도 보면서 고구마를 먹고 있다. 

한 번에 하나에 집중해야 효과가 나는 것을 잘 알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 당신 말이 맞네요~"

 라고 대답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당신도 그래요"

" 네? "

"당신도 가만히 집중하고 보면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러워요~"

만난 지 두 해가 되어서도 여전히 내 귀를 간지럽히는 말을 하는 그이다. 


외모는 상남자인데 어디서 이런 달달함이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를 만난 것은 참 행운이다. 눈도 즐겁지만 귀가 더 즐겁다.

요즘처럼 세상에 홀로라는 느낌이 드는 때에는 더욱더 그의 존재가 감사하다.


나한테 집중할 때 내가 더 사랑스럽다는 말을 들으면서 

얼마 전 그가 내게 보내준 군중 속에 혼자 서있는 나를 찍은 그의 사진이 떠올랐다.

어디를 가든 그는 관심과 초점을 나한테 집중하고 그의 눈은 항상 나를 쫓아다닌다. 


카메라를 인지 못한 피사체로서의 나의 모습을 

자신의 폰으로 찍고는 나중에 카톡으로 보내준다. 

거기에는 그의 눈에 사랑스럽게 보였을 내가, 

사진 찍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피사체로서의 내가 있다.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사진 속의 나는 그의 눈에 사랑스러웠을 나이다.

내가 볼 수 없는 나, 다른 사람의 눈에 비추어진 인지할 수 없는 나이다. 

나에게 집중한 그가 찾아낸 소중한 또 다른 나이다. 


집중하자. 

나에게 그리고 그에게


우리 모두는 특별한 존재이며 자연의 가장 위대한 기적임을 깨닫자


무수히 많은 자갈 속에서 보석을 찾듯이, 

모래 속에서 사금을 채취하듯이

서로에게 잠재된 소중한 가치를

귀한 황금을 캐듯 

지금 바로 찾아보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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