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동탄에서 내렸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그가 열차에서 내리는 나를 발견하고는 두 팔을 벌려 기쁘면서도 쑥스러운듯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고는 당신아~ 부르며 나에게로 온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보든 말든 개의치 않고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의 포옹은 너무나 따듯해서 그 순간 터미널에 그와 나만 있는 듯하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켈레이터에서도 그는 긴 팔로 나를 감싸고서 계속해서 내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긴 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당신 향기 너무 좋아~ 그 순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소년 같은 열정을 담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눈빛이 너무 달콤해서 심장이 쿵 소리를 낸다. 나도 참을 수가 없어서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는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그는 커다란 오른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운전하는 내내 놓아주지 않는다. 부드럽고 따듯한 그의 손길을 느끼면서 운전하고 있는 그의 옆모습을 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의 콧날이 외국인의 것처럼 우뚝 솟아있다. 언제 봐도 감탄을 하게 된다. 한국사람이 저런 콧날을 가질 수 있다니 하고 생각하면서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그의 눈은 앞을 주시하지만 나의 시선을 느끼고 있다. 잠시 신호대기가 걸렸고 그 순간을 이용해서 나를 보고 웃는다. 그를 뚫어지게 보고 있던 나도 그와 눈이 맞춰지면서 따라 웃는다. 그리고는 그의 코 쪽으로 손을 쭉 뻗었다. 찰흙 소조를 위해 먼저 만들어 놓은 기초 같은 단단한 뼈대가 만져진다. 그는 더 잘 만지라고 목을 내 쪽으로 쭉 뺀다. 그 모습이 우스워 큭큭 거리며 웃는다. 나를 따라 웃던 그가 불쑥 던지는 말 한마디 "사랑해~"
그는 만나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사랑해라는 말은 하기 시작했다. 그 말이 어색해서 모른 척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랑해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보낸 사진에 하트를 그려서 다시 보내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서 클린 한 식단을 하고 있는 나를 따라서 인스턴트, 밀키트 위주의 식단을 클린 하게 바꾸고는 나한테 인증사진을 보내고 나는 그런 노력들이 고마워서 칭찬의 메시지를 보냈다.
만나지 50일 정도가 되었는데 내 생일이 있었다. 그는 뭐를 선물로 받고 싶냐고 한다. 자신이 여자들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은지 잘 모르니까 부담 갖지 말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나 역시도 평생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이라 필요하면 내가 사고 말았지 남에게 뭐뭐 사주세요, 뭐뭐 갖고 싶어요 라고 한 적이 없어 무엇을 요구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그렇게 해서 선물 받은 것이 에어팟이다. 그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더 필요한 것 없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나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길을 걷다가 문뜩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으며 무작정 들어가서 즐기고, 재밌어 보이는 공연이 있으면 고민 없이 같이 가고, 음악적 취향이 다르면 어쩌나 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것을 즐기려는 그의 모습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둘이 닮았다, 서로 어울린다 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곳을 가던 그의 신경은 나에게만 쏠렸다. 그런 그를 보면서 사람들은 중년이 넘어서 이런 순정남을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말을 한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내게 맞추는 그를 보면서 이런 사람이라면 조건도 필요 없고 돈이 없어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쏟아내는 러브밤잉에 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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