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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에 따 먹은 오디맛

오디맛_107회

by 광풍제월

도서관 가는 길에 따 먹은 오디맛

2025.6.7. 토(D-207)


8시 30분에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으로 갔다. 걸어가기 힘들어 중랑교 버스정류장에서 201번을 탔다. 홍릉초교 앞에서 내려서 도서관으로 올라가는데 오디가 바닥에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위를 올려다보니 제법 큰 뽕나무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서 몇 개를 따 먹었다. 옛날 먹던 그 맛이 났다. 오디는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해서 완전히 익으면 검붉은 색으로 바뀐다.


뽕나무는 잘 아시다시피 오디가 열리지 않는 것은 수그루이다. 암수딴그루로 암그루만 열매가 있다. 요즘은 오디가 익어도 따 먹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중랑천 자전거길에서 동두천 쪽으로 가다 보면 길가에 오디가 몇 군데 달려 있어도 라이더들이 거의 지나친다. 나는 자전거를 세워 잠시 휴식 겸 오디를 먹어보면 옛날 맛 그대로이다.


야생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오디를 사람들이 보고도 지나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어릴 때 오디를 먹어본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자랄 때 시골은 가게가 없었고 학교 앞 구멍가게가 있었지만 군것질할 용돈이 없어 먹거리는 자연에서 나는 과실수나 산딸기 등을 획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디도 그중에 하나였다. 물론 오디를 배부르게 먹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맛과 향에 친숙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건강을 지켜주는 원천이 어릴 때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먹은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검붉은 오디를 몇 개 따 먹으면서 행복을 느낀다. 어린 그 시절 시골생활이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오디 맛도 즐길 줄 아는 건강한 도시인으로 살아감에 긍지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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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초입의 뽕나무와 오디(20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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