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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L Mar 01. 2024

행복을 찾아서

조종실에서 만난 오로라




핀란드는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라고 한다.

요즘 내 소셜미디어는 내가 핀란드에서 일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자꾸만 핀란드 관련 피드를 나에게 보여주며 휴무일에도 나의 직업적 정체성을 상기시켜주곤 한다.


어느 날, 피드에 이런 게 떴다.

'행복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

핀란드 사람들과 일하는 사람으로서 클릭을 안 해볼 수가 없었다.

이 글에는 핀란드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으로, 1. 그들은 자신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 그들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3. 그들은 큰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등등이 적혀있었다.


일의 특성상 동료들과 꽤나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대화들을 토대로 생각해 보니, 포스트에 나온 말들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핀란드의 세율은 기본이 35%-40%로, 북유럽 국가답게 복지에 최적화되어있다. 이러한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복지를 통해 국민들의 기본 소득이 모두 한 달에 1600유로 정도로 맞춰져 있다고 한다. 나의 핀란드 동료들은 가끔, 자신의 월급에서 세금과 렌트비, 기본 생활비를 제외하고 나면 핀란드 거지보다 돈이 적게 남는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라와서 그런지, 딱히 그걸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몸서리치지는 않더라.


결과적으로 핀란드의 국민들은 일정 수준의 생활환경이 보장되는 대신 엄청나게 부자이거나 엄청나게 가난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잘 안 한다고 한다.

개인 대신 나라가 부자가 되는 것을 택한 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왔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가라고 말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의 그 말씀 때문에 오랜 시간 혼란을 겪는다.

자기 자신이 무의미하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행복해진다는 말인가.

그러면 주인공의 아버지는 또다시 말씀하셨다.

'삶의 의미란 없어.'

얼핏 보면 회의적이고 어이없게 들리는 이 구절을 읽으며 문득 핀란드 동료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의미를 찾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발버둥 치지 않지만 분명히 편안해 보이고 나름의 행복을 매일매일 느끼고 있었다.


북극의 하늘을 항해하던 중 우리는 거대한 오로라는 마주쳤다. 조종실의 전화를 받고 조종실에 들어가 만나게 된 자연의 신비는 나도 모르는 새에 우리 비행기를 집어삼킬 듯 둘러싸고 있었고, 그 빛은 크루와 승객을 포함한 300명 정도의 사람들을 감싸 안아 비행기 창문이 초록빛과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오로라 주위를 항해하고 있는 또 다른 비행기가 조종실의 창 밖으로 점처럼 보였다.

땅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렇게 거대하게 보이던 비행기가 하늘에서 마주하니 한없이 작은 개미처럼 보일 수가 없었다.


이쯤에서 나는 그 책의 구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작은데, 이렇게 작은 내가 세워놓는 의미란, 목표란, 그게 아무리 대단한들 내가 날고 있는 이 하늘 위를 뚫고 올라갈 수도 없을 만큼 하찮은데.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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