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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Aug 03. 2022

우산을 한 뼘 내어주는 그 마음

하나의 시점


길고 길었던 장마가 어느덧 끝이 보인다. 기후 변화 탓인지 예년과 달리 여러 날 꾸준히 비가 쏟아지지는 않지만, 요즘 장마는 느닷없이 나타난 불청객처럼 불쑥불쑥 찾아와 사람을 괴롭힌다.

얼마 전 나와 아내는 한창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두고 외출했었다. 일기 예보에는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지만 아침부터 해가 쨍쨍했고, 계속되는 오보로 일기 예보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 우리는 그냥 맨몸으로 집을 나섰다.

늦은 오후, 카페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날씨가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퍼붓자 급하게 편의점에 들러 우산 하나를 샀다. 임시방편으로 산 우산은 둘이서 쓰긴 조금 작았다. 나는 아내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며 걸었다. 내 왼쪽 어깨가 비에 젖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중에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의 오른쪽 어깨 또한 빗물로 얼룩져 있었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위해 조금씩 우산을 양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그날, 작은 우산 안에 몸을 욱여넣으며 걷던 우리. 비록 한쪽 어깨는 약간 젖었지만 서로를 향해 우산을 기울이던 한 뼘의 넓은 마음 덕에 조금도 찜찜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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