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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Jul 06. 2024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그녀는 아파트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다. 병원 빈대와 한바탕 푸닥거리를 한 뒤 주변인들에게 그녀에 대한 평판이 박살 났다는 걸 직감한 지 오래였다.

  제아무리 그녀의 남편이 건설자재 철강공장과 세 개의 야적장, 전국 각지에 지사를 둔 임대사업장이 있어도 지역 종합병원 병원장 사모의 입김을 이길 방도는 없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고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려봤자 피만 보지 않았던가.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외로움에 어깨동무를 한채 묵묵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침 등원 때 병원 빈대가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건 예사였고 그녀만 쏙 빼고 홍콩여행에서 사 온 쿠키를 나눠 준다거나 부러 그녀를 의식해 오버하며 다른 학부모들과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딱 그뿐이었다. 내면에 타격이 전혀 없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이렇게 멘털이 강하다니 놀랄 정도였다. 오히려 그녀를 힐끔힐끔 훔쳐보며 과한 몸짓과 격양된 목소리로 주도권을 가져오려 애쓰는 빈대가 가여웠다. 도대체 종합병원 사모님이 뭐가 아쉽다고 자신을 추앙하고 수발 들 시녀에 목을 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도준맘과 의사 사모님 중 그녀를 대신할 빈대의 타깃이 누가 될지 궁금했다. 표면적으로 같은 의사 남편을 두었기에 의사 사모님이 시녀가 될리는 없어 보였고 과연 도준맘이 족쇄를 찰까?

  며칠 뒤 하원 때 병원 빈대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그의 아들을 도준맘이 데리고 가는 걸 보며 아차 싶었다. 님아 제발 그 강을 건너지 마요! 그녀는 외치고 싶었지만 도준맘도 빈대에게 세뇌당해 그녀를 모른 척 한지 오래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과연 도준맘은 얼마 만에 족쇄를 끊고 도망칠까? 셈이 빠르고 눈치가 백 단인 그녀도 탈출까지 석 달이 걸렸는데 평생 바이올린만 켜고 집에서 살림만 한 도준맘걱정되어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에 자꾸만 자꾸만 눈길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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