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된 낯빛의 도준맘은 그녀의 미소에 긴장이 풀린 듯 어색한 미소로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병원 빈대가 분명 단톡을 파서 자신을 험담했으리라 예상한 지 오래라 의연하게 도준맘과 대화를 잇다 그만 허를 찔려버렸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이건 도가 넘어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녀는 도준맘이 보여주는 단톡을 읽고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생각보다 순진했고 병원 빈대는 사악했다. 그녀의 예상을 철저히 빗나가버린 단톡에는 그녀의 아이에 대한 추잡한 험담이 가득했다.
"귀엽긴요. 누가 밟고 지나간 찐빵같이 생겼죠."
"게다가 그 집 애는 눈빛까지 맹해요."
"철학원에서 아이 이름 안 지었나. 단명하는 이름이잖아요."
언급된 건 약과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표현들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다른 학부모 그 누구의 호응도 없건만 빈대 혼자 원맨쇼를 하는 단톡에 심장이 벌렁거리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자식을 건드려? 이건 제대로 선 넘었지. 분노한 그녀를 보며 도준맘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남편한테 물어보니 명예훼손으로 고소 가능하대요. 필요하면 도와준다고 했어요."
도준맘의 말에 평생 고소고발은 남의 일이라고 여겼던 그녀도 마음을 다잡았다. 고소를 하겠다고 톡 내용을 보내달라 말하자 때마침 아이가 하원 셔틀에서 내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에게 단명한다니.... 그녀는 밤새 명예훼손 합의금을 찾아보고 어떻게 해야 빈대를 짜 죽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돈 몇백이 우스운 여자인데 타격이나 갈까? 그래도 혼은 내줘야 사람 무서운 줄 알겠지.
무서운 사람?!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찰싹 때렸다. 중요한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병원 빈대는 자신의 남편을 무서워했다. 콧대 높던 빈대가 남편에게 오는 전화를 받을 땐 어려운 상사를 대하 듯 극존칭을 쓰며 쩔쩔맸기에 동등한 부부관계가 아님을 눈치챈 지 오래였다. 게다가 종합병원 홈페이지에 안 좋은 글이 올라오면 남편 명성에 타격이 갈까 고문변호사와 통화하며 전전긍긍했는데.... 그녀는 빈대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고들기로 했다.
찾아가서 와이프의 행실을 까발릴까. 아니면 통화를 할까 고민하다 와이프에게 절망하는 표정이 보고 싶어 어플로 원장에게 진료를 예약했다. 그리고 드디어 예약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