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3일 토요일
목은 어때? 좀 괜찮아졌어?
응, 나아졌어. 그런데 몸살감기가 오려나 봐… 왜 이렇게 춥지?
오한과 근육통이 올 조짐이 보였다.
남편은 내 머리에 손을 대 본 후 열이 있는 것 같다며 체온계를 가지고 왔다. 38도였다.
혹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 봐야 되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난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방 안에서 나오지 않기로 했다.
감기 몸살에 걸릴 때마다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땀을 쭉 빼고 나면 금방 회복이 되곤 하였다.
남편이 차려준 아침을 방에서 혼자 먹고 잠시 이불속에 파묻혀 있다가 나오니 열이 저절로 떨어져 있었다.
열이 이렇게 쉽게 떨어지는 걸 보니 그냥 몸살감기인 것 같아… 괜히 마음 졸였네
점심 무렵, 열이 다시 올랐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두통.
이게 뭐지?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느낌의 두통이 시작되었다. 머리 전체를 조여 오는 극심한 두통. 누군가가 내 뇌를 휘젓는 느낌. 참을 수 없는 두통이었다.
나는 공포 영화를 싫어한다. 영화를 본다면 보는 내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나 잔잔한 드라마 위주의 영화를 보는 편이다. 그런 내가 사실 어린 시절에는 공포 영화광이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극장가에는 어김없이 공포영화가 등장했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며 구입한 조조할인이 된 영화표를 들고 상영관에 들어서고는 했다. 스크린 외에는 모든 빛이 차단된 암흑 속. 으스스한 음악과 함께 사운드 효과를 제대로 받아 극심한 공포감을 자아내는 장면을 만날 때면 간담이 서늘해지고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 그 느낌이다. 마치 전기가 오르듯이 머리카락이 쭈뼛 솟는 오싹한 느낌. 그 느낌이 머리 전체를 감쌌고 계속 머물렀다. 머리에서 시작한 그것은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발끝까지 닿았고 온 몸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찌릿찌릿한 느낌에 나는 마치 전기뱀장어가 된 기분이 들었다.
타이레놀이 다른 증상은 완화시켰지만 두통은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다르다. 오한, 두통, 근육통… 증상은 비슷하지만 분명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다르다는 것에 확신이 들자 내가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게 뭔지 확인을 해야 했다.
팬데믹 초반에는 아무나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높은 나라에 간 적이 있는 사람 중 뚜렷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별 다른 절차 없이 Drive-thru 테스트를 예약할 수 있었다.
다음 날로 예약을 마친 나는 방 안에 누워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뇌를 파먹을 기세로 거침없이 파고드는 두통 때문에 쉽게 잠들 수는 없었다.
저녁 무렵 남편이 정성스레 준비한 식사를 문 앞에 놓아주었다.
엄마가 되고 나면, 즉 내가 밥 차려 주는 사람이 되고 나면, 누가 차려주는 밥은 뭐든 다 맛있다.
2020년 초반.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지인의 경험담이 생각났다. 검사 키트가 충분하지 않았던 터라 증상이 있어도 나을 때까지 집에 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상황. 목이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물만 마시며 견디고 있다고.
남편이 차려준 밥상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 술 떴다.
맛있다.
순식간에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운 후 밥상을 문 밖에 내놓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감기 한번 앓은 적이 없다. 내가 그냥 너무 오랜만에 아파봐서 예민하게 반응을 했나 싶다. 그냥 조금 심한 감기를 앓고 있는 것일까.
Cover Image by Lucija Rasonja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