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쳇바퀴에서 내리는 내면의 몸 명상
한 가지 질문을 드릴 테니 나만의 답을 해 보세요.
"왜 다들 시계가 태양의 자식이라고들 하는 걸까요?"
아마 이 질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답이 나올 것입니다.
태양을 보고 시계가 만들어졌으니 태양이 부모다. 태양이 먼저 있었고 시계는 후에 발명이 되었으니 태양의 나이가 더 많기 때문이다. 태양이 시계보다 크기 때문이다. 태양을 보고 배우는 것이 시계이기 때문이다. 태양과 시계는 늘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가족이다. 시계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것이 마치 자식이 부모를 따라 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등등 온갖 다양한 재미난 이야기가 대답으로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답은 정답이 아닙니다. 시계는 태양의 자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계가 태양의 자식이라고 말한 사람도 없습니다. 다들 그런 말을 하기는커녕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아마 제가 처음일 겁니다.
우리의 두뇌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질문을 듣자마자 자동적으로 생각을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처음 질문을 들었을 때 잠시 의아한 생각이 들었더라도 일단 생각이 시작되면 이야기에 빠져 질문의 진위는 잊힙니다. 이런 자동적인 생각이 반복되면 믿음이 됩니다. 시계가 태양의 자식이라는 것이 사실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하는 상당수의 생각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대부분의 생각이 그저 반복된 습관으로 인해 믿음이 된 내용들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선사 에카르트 톨레는 우리의 괴로움의 원인이 지나친 생각의 습관 즉, 생각 중독에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마음에는 끊임없이 생각이 떠오릅니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생각, 실용적인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이 일어납니다. 같은 생각이 쳇바퀴처럼 돌아갑니다.
단지 중독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생각은 현대인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일등 공신입니다. 생각의 노예로 살아가며 일어난 생각이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믿고 살아갈 때 괴로움이 일어납니다.
생각의 특징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 잡히면 좀처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한 가지 생각이 일어나면 비슷한 종류의 다른 생각들이 연이어 일어나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끈적끈적한 생각이 좀처럼 우리를 놓아주지 않아 괴로웠던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 생각이 우리의 머리를 맴돌고 있는지는 명상을 해 보면 쉽게 알게 됩니다.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으며 그 많은 생각들을 내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평소에 명상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명상을 하면서 우리는 생각의 쳇바퀴에서 내려지는 것을 연습하게 됩니다. 적어도 명상하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오로지 현재에 집중합니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 심지어 현재에 대한 판단도 다 내려놓고 그저 찰나찰나 지금 이 순간 그저 존재하면서 생각이 내려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생각이 내려놓아 지는 데 특히 도움이 되는 명상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명상은 에카르트 톨레가 내면의 몸 명상 (Inner Body Meditiation)이라고 이름 지은 것을 초보자 분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조금 변형한 것입니다.
명상 자세는 크게 구애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안하게 의자에 앉으시면 됩니다. 허리를 꼿꼿하게 그러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앉습니다. 발바닥이 바닥에 잘 지지될 수 있도록 높이가 적당한 의자에 앉으시길 추천합니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곳의 느낌을 느껴봅니다. 눈을 뜬 채로 지금 내가 여기 이 장소에 존재함을 느껴봅니다. 잠시 후 눈을 감고 평소보다 깊은 호흡을 하며 명상을 시작합니다.
호흡을 천천히 배꼽까지 깊게 하고 잠시 2-3초 멈추어 에너지가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낀 후에 숨을 천천히 내 쉽니다. 천천히 배꼽까지 들이 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깊은 호흡을 약 10번 정도 반복 합니다. 그 후 서서히 평소에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숨을 쉽니다. 잠시 고요히 앉은 채로 자연스럽게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천천히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몸 구석구석의 느낌을 느껴줍니다. 각 부위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을 느껴줍니다. 잘 느껴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느껴지는 만큼 내 몸의 각 부위를 느껴줍니다.
잠시 후 전체적으로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느낌을 느낍니다. 눈을 감고도 느낌으로 내 몸이 여기 존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나마 내 몸의 에너지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몸, 에너지체로서의 몸을 에카르트 톨레는 Inner Body, 즉 내면의 몸이라고 칭했습니다.
몸의 미세한 에너지가 잘 느껴지지 않으면 몸의 이미지를 상상해서 떠올려도 좋습니다. 보이지 않는 내 몸의 에너지체의 모양을 상상하며 느낍니다. 그러다 서서히 몸의 모양은 잊고 그저 존재하는 느낌에 머뭅니다. 존재 그 자체, 지금 이 순간 여기 그 자체로 존재합니다. 나의 생생한 존재감을 만끽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려는 마음도 내려놓고 그저 지금 이대로 그저 존재합니다.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여기 이대로 존재하기만 합니다. 나를 단 한치도 바꾸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머뭅니다.
명상을 마칠 때는 나의 존재감을 느끼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겠다는 의도를 세웁니다. 명상을 마치고 눈을 뜨고 난 후에도 잠시 그대로 앉아 내면의 몸을 느끼면서 주변의 것들을 둘러봅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의 존재감을 느끼며 생활합니다.
명상은 잘하려고 하면 더 잘 안됩니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내려 놓으려고 하는 명상을 생각으로 잘하려고 하면 잘 안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니 잘하려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 명상을 잘하는 방법입니다.
그저 10분이라도 잠시 나의 존재감을 느끼며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나를 위한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미 명상을 잘하고 계신 겁니다.
정답을 찾으려는 것은 생각이 하는 일입니다. 명상은 그 생각 너머의 자리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뭔가를 찾거나 바꾸려 하지 말고 그냥 지금 이대로 느껴지는 것이 무엇이든 그대로 고요하게 지켜봅니다.
몸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은 명상에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 뿐만 아니라 익숙지 않은 분들께도 도움이 됩니다. 그 이유는 내면의 몸에 관심을 두면 생각이 상대적으로 쉽게 내려놓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 있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명상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이 순간 그저 존재하는 몸의 느낌에 머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본모습에서 드러나는 평화와 은은한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