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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Oct 21. 2020

토끼는 왜 무거운 향로를 지고 있을까? -칠보무늬향로

청자칠보무늬향로 첫번째 이야기

받침의 한 쪽 끝이 깨어진 칠보무늬향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칠보무늬향로.

국보 95호로 향이 빠져나가는 뚜껑과 향을 태우는 몸체,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받침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발견하지 못하지만, 이 향로는 받침 한쪽 부분이 깨져있다.

답사를 가서 이 부분을 살펴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아무도 이 부분이 깨져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초중고의 교과서에도 자주 사진이 나오지만 깨진 부분을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깨진 것일까?

이 향로가 왜 깨졌는지를 알기 전 향로를 받치고 있는 토끼를 살펴보자!



이 향로에서 사람들이 쉽게 놓치지만, 너무나 멋진 부분이 바로 향로를 받치고 있는 세 마리 토끼이다.

특히 토끼의 눈은 어떤 다른 청자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눈이 초롱초롱하다.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샵에 있는 현대작가들의 복제품 속 칠보무늬향로의 토끼 눈과 비교해보면 이 토끼 눈의 아름다움을 더욱 더 느낄 수 있다. 복제품 속 토끼의 눈은 하나같이 흐리멍텅하다.

가만히 앉아서 토끼의 눈을 바라다보면 토끼가 마치 이렇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하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나에게 이런 무거운 향로를 천년이나 가까이 짊어지고 있게 하는거야?"

그래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관람객도, 박물관의 직원도 사라지고 어둠이 깔린 국립중앙박물관 3층.

청자 속 원숭이, 분청사기 속 물고기, 동종의 용이 깨어나 움직인다.

칠보무늬향로 속 토끼 세마리도 언제나처럼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향로를 내려놓은다. 

 그런데, 아뿔싸! 오늘이 수요일, 박물관 야간개장하는 날이다보니 토끼들이 더 힘들었나보다. 토끼 한마리가 성급하게 조금 일찍 내려놓는다. "쨍그랑" 받침 한 부분이 부서진다. 옆에 있던 오리들이 '어떡해, 어떡해!'하면 주위를 빙그르 돈다.

다음날 아침, 다시 향로를 짊어진 토끼의 눈.  깨져 있는 부분을 발견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발견한 사람들 역시 원래부터 깨져있었는지 안다. 시치미를 떼는 토끼의 눈은 어제와 다르게 웬지 능청스러워보이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칠보무늬향로에 실었던 바램

사실 이 향로는 보관하거나 사용하면서 깨진 것이 아니라 처음 만들 때부터 굽는 단계에서 깨진 것이다. 왜 다시 만들지 않고 깨진 향로를 넣었을까?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깨진 부분과 상관없이 무덤에 묻혔고, 그 아름다움을 오늘날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귀여운 토끼가 이 무거운 향로를 짋어진 까닭은 두 가지가 있다. 옛 사람들은 토끼가 달에서 불로장생 약을 만들고 있다고 믿어서 토끼를 장수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래서 부장품인 이 향로에 토끼를 조각함으로서 후손들의 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또한 토끼는 새끼를 자주 낳으므로 다산의 상징이다. 자손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담은 것이다. 

향은 고려 귀족들이 일상 생활에 많이 사용하였으며, 국가나 불교행사에 많이 쓰였다. 또한  향은 제사에 사용되어 영혼을 부르거나 영혼을 위로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부장품인 이 향로는 죽은 이의 영혼이 저 세상에서도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담고 있다. 


칠보무늬향로 다시 바라보기

이 칠보무늬향로는 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청자 제작 기술이 가장 전성기에 있을 때 만들어졌으며,  최고의 명품이다.  향이 잘 피어오르도록 뚜껑은 투각기법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고, 둥근 화로부분은 몇 겹의 꽃잎이 정성스럽게 받치고 있으며, 3마리의 토끼가 등으로 지탱하고 있는 받침도 멋스럽다. 이런 고급스러운 향로에 향을 피우고 화려한 잔에 차를 마시며,  시를 짓고 읽는 고려 귀족들의 모습 또한 멋스럽다. 하지만,  이 시기는 무신들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무신들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느라 백성들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고 세금도 많이 걷어들였다.  3마리의 토끼가 이 무거운 향로를 짊어지고 있듯 백성들은 소수의 귀족들을 위한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 국민 '80% + α'의 인원을 대상으로 오늘(202년 9월 6일)부터 지급된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해야한다' 또는 ' 코로나로 어려움을 더 많이 겪는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한다' , '재난지원금은 투자에 비해 효과가 없으니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 등 많은 다른 의견이 있다. 각각의 의견 모두 합리적인 근거를 들고 있어 매 지원금을 줄 때마다 지원대상과 금액이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021년의 대한민국은 3마리 토끼에게만 짐을 지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무거운 짐을 모두가 함께 지고 묵묵히 걸어나가는 실천과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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