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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Oct 23. 2020

토끼는 왜 달에서 절구질을 하고 있을까?

청자칠보무늬향로 두번째 이야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태양과 달에 대한 전설이 많다. 태양은 강렬한 힘으로 강한 힘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이야기를 많이 간직하고 있으며, 달은 포근한 어머니에 대한 감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하늘의 신성한 태양과 달에 대해 이를 극복해가는 영웅의 이야기 또한 많다.  자연에 대해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던 고대의 인간들은 자연의 힘을 두려워하며 경배하는 한편 신을 인간과 같이 기쁨과 슬픔, 질투 등을 가진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내 신과 인간을 동일시하였으며, 자연을 정복하는 영웅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무한한 발전과 진보를 꿈꿨다. 


하늘의 해와 달을 쏘아 떨어뜨리는 전설은 세계 곳곳에 있다. 우리나라 제주에도 대별왕과 소별왕의 이야기가 있다. 하늘에 해와 달이 두개씩 있어 낮에는 너무 뜨거워 사람과 동식물이 말라 죽고 밤에는 너무 추워 얼어죽는 일이 생겼다. 이를 대별왕과 소별왕이 쏘아 떨어뜨리는 이야기이다.


달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한 설화가 필요하다. 입으로 전해진 설화다보니 여러가지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옛날옛적 하늘나라에는 옥황상제의 사랑을 받는 활을 잘 쏘는 예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날 하늘에 10개의 태양이 떠올랐다. 옥황상제의 아들이었는데 하루에 하나씩 차례대로 나왔어야하는데, 철부지 아들들이 한꺼번에 나온 것이다. 땅은 지글지글 끓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낮에 너무 더워서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었으며 동물과 식물들도 제대로 자랄 수 없어 먹을 것도 항상 부족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에게 가서 해를 없애달라고 하였다. 예는 자신이 함부로 옥황상제의 아들을 해칠 수 없다고 거절하였으나 사람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결국 하나의 해만 남기고 모두 활을 쏘아 떨어뜨렸다.

 이를 알게 된 옥황상제는 화를 내며 예를 하늘나라에서 쫓아내었다. 아들들의 잘못을 알고 있는 옥황상제는 차마 예를 죽일 수는 없었나보다. 쫓겨난 예는 움직이지도 않고 무릎을 끓고 몇백년 동안 잘못을 빌었다. 그러자 옥황상제는 불로불사약인 천도복숭아를 그에게 내려주었다. 이 복숭아를 먹으면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옥황상제를 만나기 전 깨끗이 목욕을 하기로 결심한 예는 같이 쫓겨났던 아내 항아(하늘나라에서 가장 미인이었다고 한다)에게 복숭아를 맡긴다. 복숭아를 본 항아는 자기도 모르게 한 개, 두 개, ...모두를 다 먹고 말았다. 나누어먹어도 충분히 둘 다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항아. 자신의 남편의 하늘의 태양도 쏘아 떨어뜨리는 사람인데. 무작정 도망을 다녔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결국 달까지 도망갔다. 달로 도망간 항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남편에게 천도복숭아와 같은 불로불사약을 만들어 용서를 비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줄 불로불사약을 만들기 위해 약절구에 재료를 넣고 찧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불로불사약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나? 10년, 20년, 100년이 지나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아름답던 항아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온 몸에 딱지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두꺼비가 되어버렸다. 두꺼비가 되어서도 계속 약절구로 불로불사약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두꺼비는 장수의 상징이다. 그런데 두꺼비의 모습이 흉측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좀 귀여운 이미지를 넣고 싶어서 두꺼비를 토끼로 바꾸었다. 그래서 토끼 역시 장수의 상징이 되었다. 토끼는 새끼를 많이 낳으니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은 토끼가 계속 떡이 아닌 약을 만들기 위해 아직도 달에서 절구를 찧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욕심이 있는데, 그 중 오래살고 싶어하는 욕심은 역사적으로 많은 사건을 일으켰다. 진시황제의 불로불사약을 찾기 위해 벌이는 사건들이 그러하고, 의학 기술의 발달을 있으켰고, 웰빙 열풍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오래살기 위한 자신만의 약절구를 가지고 있고, 그 약절구를 찧는다. 그 약절구는 운동이기도 하고, 좋은 음식이나 약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하니 음악을 듣거나 미술을 감상하는 등 다양한 취미생활 또한 누군가의 약절구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오래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면 항아의 예를 볼 때 욕심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청자칠보무늬향로를 보며 '나의 약절구는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보고, 욕심을 줄여나가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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