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백 배 더 노력하라 - 퇴계 이황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은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미래를 좌우합니다. 내 아이가 앞으로 만날 미래의 수준은 부모인 나의 언어의 수준을 통해 지금도 하나씩 결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즉,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 인생의 길잡이가 됩니다.
남보다 백 배 더 노력하라.
이 말은 퇴계 이황의 어머니인 춘천 박 씨가 퇴계에게 어릴 적부터 자주 들려준 말입니다. 퇴계는 생후 7개월쯤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의 보살핌 아래에서 성장하였습니다. 퇴계의 어머니는 남들이 과부의 자식이라고 비방할 것을 염려하여 남보다 백 배 노력하라는 말을 퇴계 이황에게 자주 들려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비록 글도 모르는 분이었지만 지식에만 치우치지 말고 몸가짐과 행실을 바르게 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덕분이었을까요. 동방의 주자라고 불릴 정도로 이황의 학문은 조선 사회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도산서원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업적을 남긴 대학자라는 이미지와 달리 매우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화가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탤런트 최수종 님의 아내 사랑에 버금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퇴계 이황이 첫 부인과 사별하고 2년 후쯤 귀양 가 있던 권질이라는 사람이 집안의 참극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자신의 여식을 퇴계에게 부탁합니다. 결국 퇴계는 정신병이 있던 권질의 여식을 아내로 맞아들였는데 아내 권 씨 때문에 종종 난처한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제사가 시작되기 전에 제사상에 올려진 배를 치마 속에 감춘 아내 권 씨가 퇴계의 형수에게 질책을 받고 있자 조상님도 귀엽게 봐주실 거라며 퇴계는 아내를 감싸주었고 제사가 끝난 후에는 직접 배를 가져다가 아내에게 손수 깎아주었다고 합니다. 유교의 영향으로 남녀 차별이 심했던 조선시대에 이렇게 다정다감하게 사랑을 표현한 유학자 퇴계의 모습이 놀랍기만 합니다.
퇴계는 제자인 김성일에게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글을 읽고 또 읽어 음미하라는 독서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충 읽고 말하면 깊이가 없고 천편의 글을 읽고 말한다해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낮에 읽은 것을 밤에 깊이 고민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게 몸에 배인 이황은 제자에게도 하대하지 않고 제자를 벗으로 대하고 아무리 어린 사람도 '너'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시대의 신분에 관계없이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5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가 퇴계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건 아닐까요.
남보다 백 배 노력하라는 글 모르는 어머니의 말씀을 이정표로 삼아 학문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존경하는 인품의 경지에 오른 퇴계 이황의 삶을 떠올리며 오늘도 아름다운 말과 글로 채워나가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