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버리면 새로운 세계의 지평이 열린다
새벽 독서 모임을 시작한 후로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온몸으로 느끼며 새벽 기상을 하고 있다. 새벽이 왔다는 것은 지구의 자전으로 하루가 시작한다는 의미이고 새벽에 일출 시간이 빨리지는 것을 느끼며 깨어나는 요즘은 지구의 공전으로 여름이 다가온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표현한 것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과학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번주에 읽은 책은 마쓰바라 다카히코의 <물리학은 처음인데요>다. 수식과 도표없이 주요 물리학자들 중심의 과학사가 담겨 있다. 물리학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한때 물리학을 포기했던 사람들도 물리학 입문서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천동설과 지동설부터 시작하여 양자 역학과 상대성이론까지 물리학의 큰 흐름을 알 수 있다.
큰 흐름 속에서 등장한 상식을 뒤엎는 생각이 세상의 관점을 바꾸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먼저 물리학을 모르는 사람도 다 아는 뉴턴의 만유인력은 “왜 항상 사과는 땅으로 떨어질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천상 세계와 지상 세계는 서로 다른 법칙이 지배하는 개별적인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라는 공간 속에 천상과 지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운동법칙을 다 설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뉴턴의 운동 법칙은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에서 적용되지 않았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최초의 물리적인 상황을 완전히 알고 있다 해도, 다음에 전자의 에너지값이 어떤 값으로 바뀔지는 확률적으로만 예상할 수 있다. 즉, 양자 세계에서는 뉴턴의 상식이 통하지 않으며, 인간의 경험을 초월한 세상이 펼쳐져 있다.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상태를 거쳐 상자를 열어 고양이를 관측하는 순간, 중첩상태는 깨지고 고양이는 비로소 살아있거나 죽은 하나의 명확한 상태로 확정된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가설과 같이 양자의 세계는 기묘한 일들로 가득하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버렸다.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초속 30만km라는 생각을 버리고 시간과 공간이 관찰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보인다는 비상식적인 이론을 펼쳤다. 이것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뉴턴의 고전적인 중력 이론을 대체하며, 중력은 시공간의 휘어짐이라는 ‘일반상대성원리’를 주장한다. 뉴턴은 중력을 질량을 가진 물체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으로 설명하였다면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고 보았다.
이처럼 물리학은 세상의 원리를 알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소망으로 발전해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인간의 상식적인 감각과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아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기도 하지만 이는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원동력이다. 상식이라 믿어 왔던 생각을 버리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지평이 열린다.
p.283
물리는 말 그대로 사물의 이치라는 뜻이다. 사물의 이치 즉, 세상의 원리를 알아가는 학문이 바로 물리학이다. 물리학은 이 세계의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물리학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즐거움을 느꼈다. 물리학이라는 세상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즐기며 세상을 바꾸었던 그들처럼 상식을 버리는 생각을 연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