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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뇌 – 정세희

꽃길을 걷기 위한 흙길 달리기

by 박소형


지금까지 내 인생에 달리기는 없었다.


그나마 운동이라는 단어와 현실에서 친해진 것도 3년 전쯤부터다.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건강 책을 접하다 보니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과 충분한 수면 그리고 운동이 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3년 전쯤부터 스쾃을 매일 500개씩 하고 있다. 스쾃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한 거 같아 올해 초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올여름부터는 남편과 주말마다 수영을 하고 있다. 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린이 풀에서 물장구치는 수준이지만 매주 물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 정도면 내 삶에서 운동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내심 대견했다. <길 위의 뇌>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번 주 독서 모임은 달리기에 진심인 선배님이 선택하신 책이다.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선배님은 유투버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정형돈 님의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셨고 온라인의 한 채널에서 한자, 어휘 선생님으로도 활약 중이다. 그 선배님의 에너지의 근원이 유전자였는지, 달리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달리기를 예찬하셨다. 달리기는 선배님의 취향 저격인 운동인 걸로 여기며, 듣기만 해도 숨이 찬 달리기를 내 삶에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길 위의 뇌>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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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재활의학과 교수이자 20년 경력의 러너인 정세희 작가이다. 저자는 뇌 손상이 있는 환자들을 접하는 의사이다 보니 운동, 특히 달리기가 뇌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한 사람이라도 운동 저축을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작가의 마음과 선배님의 마음이 독서 모임 선배님들께 통했던 걸까. 이번 주 이 책을 읽으며 나를 포함한 다수의 선배님들이 놀랍게도 달리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던 중요한 사실은 최대산소섭취량, 즉 심폐 체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운동선수에게나 심폐 체력이 중요한 거라 생각했는데 일반인에게도 건강의 중요한 요소였다. 폐와 심장, 혈관, 피와 근육이 건강해야 최대산소섭취량이 높게 나오고 이것이 우리 몸의 구석구석 모두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종합지표였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사망률과 심혈관계질환 사망률, 암 사망률을 결정하기에 심폐 체력의 중요성은 너무나 명백했다. 나이 든 뒤에도 혼자 생활이 가능한지, 노화 속도는 얼마나 될지도 심폐 체력이 좌우한다. 결국 심폐 체력을 잘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최대산소섭취량도 나이가 들면 줄어들기 때문에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이 필요하고, 유산소 운동 중에서도 달리기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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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차는 달리기나 계단 오르기,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중강도, 고강도 운동은 되도록 피하고 저강도 운동만 살살하고 일상에서도 편하게 살아왔던 나의 과거로 인해 나의 노후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노화를 방치하면 아픈 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 시간의 무게는 가족 중 다른 이가 짊어진다는 저자의 말에도 설득력이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나의 건강으로 힘든 삶을 살게 되는 것은 내가 상상하는 미래가 아니다. 내 것만이 아닌 내 인생을 성실히 관리하며 사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소명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평소에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이상적으로 생각해 왔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일들을 죽기 직전까지 스스로 할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모임을 하고 공원 한 바퀴 달리고 와서 맛있는 밥을 먹고 좋은 사람과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잠이 드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당장 달리기를 시작했다.



모든 꽃길은 흙길 위에 있다.

노년의 건강한 삶이라는 꽃길을 걷기 위해 숨차고 땀나는 흙길을 오늘도 나는 달렸다.

내 인생은 끝까지 내가 책임지겠다는 비장한 결심과 함께.



오늘의 달리기는 나이 든 내가
병에 걸렸을 때 쓸 약이 되어 줄 것이다.
오늘의 운동 덕분에 병이 하루라도 늦게 찾아온다면
그것은 더욱 좋은 일이다.

운동은 미래에 당신을 치료해 줄 약이다.
쓸 약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기를 권한다.
하루라도 일찍.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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