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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형 Nov 01. 2024

별들은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에 아름답다

장미를 사랑한 어린 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삶이 곧 작품입니다.

명작을 탄생시킨 화가나 고전을 집필한 작가는 그들의 삶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여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고흐의 조현병을 앓았던 삶이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명작이 되고 생텍쥐페리의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삶이 어린 왕자라는 고전 문학을 탄생시킨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으면 그 작가에 대한 퍼즐이 맞춰지면서 다른 작품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상승효과를 얻게 됩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해 <어린 왕자>, <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사랑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독서 모임 선배님의 추천으로 <인간의 대지>를 읽고 <어린 왕자>를 재독 했는 데 몇 달 전에 읽었던 <어린 왕자>가 새롭게 해석이 되는 짜릿한 경험을 했습니다. 2년 전에 읽었던 <야간 비행>을 재독하고 생텍쥐페리가 사랑했던 여인 콘수엘로와 주고받았던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사랑의 편지>까지 읽고 나니 생텍쥐페리의 삶에서 <어린 왕자>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생텍쥐페리에게 20세기는 기회의 시대였습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이 성공하면서 비행을 시작했던 당시 분위기의 영향일까요, 집 근처의 비행장에서 탔던 첫 비행의 감동 때문일까요. 그는 비행사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고 그의 마지막도 지중해 하늘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남긴 문학작품에서 비행사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 당시 하늘을 조망하면서 날 수 있는 소수의 비행사이자 글을 쓰는 작가라는 신선한 조합이 대지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원천이었겠죠.      



초창기 야간 비행으로 우편 업무를 시작했던 1920~30년대를 배경으로 생텍쥐페리가 집필한 <야간 비행>은 페미나상을 수상합니다. 좋은 일에 좋은 일만 따라오는 게 아닌지 그는 작가들과 비행사들 양쪽에서 모두 시기를 받기도 하지만 이후 비행과 집필 활동을 병행합니다.


생텍쥐페리가 기체결함으로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하여 5일 만에 구조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구분 짓기 어려운 <인간의 대지>가 완성됩니다. <인간의 대지>는 <어린 왕자>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 <어린 왕자>에서 등장하는 배경과 사상, 주인공과 키워드를 모두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대지 - 7장 사막 한가운데에서>는 기체결함으로 사막에서 조난하여 물 없이 고통스럽게 지내다 리비아의 베두인을 만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데 <어린 왕자>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인간의 대지>를 읽고 <어린 왕자>를 재독 하니 안 보이던 것들도 다시 보였습니다. 어린 왕자가 만났던 각 행성의 사람들은 내 마음속에 있는 감정이었습니다.

첫 번째 별에서 만났던 왕은 내 안에 있는 권위였고 자만심 강한 사람은 나의 허영심이었고 술꾼은 후회라는 감정이었습니다. 사업가는 욕심이었고 가로등지기는 성실함이었고 지리학자는 책임을 회피하는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왕자가 B612 행성을 떠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 장미가 누구인지 마지막 남은 장미 퍼즐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여러 경로로 찾아보니 생텍쥐페리의 부인 콘수엘로가 장미의 모티브라고 하는데 그녀가 궁금해졌습니다.


때마침 찾아낸 책이 바로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사랑의 편지>입니다. 생텍쥐페리가 실종된 지 77년 만에 공개된 연서로 그의 아내 콘수엘로와 주고받은 편지들입니다. 1930년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점부터 생텍쥐페리가 비행 중 실종된 1944년까지, 15년간 서로에게 부친 168통의 편지들을 읽다 보면 창작의 과정과 장미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의 파혼을 겪고 아파하던 생텍쥐페리는 어느 날 러시아인에게 곧 젊은 미망인과 결혼할 거라는 말을 듣습니다. 러시아인의 예언이 적중했는지 아르헨티나에서 남편을 사별한 화가이자 조각가인 콘수엘로를 만나 서로를 길들이기 시작합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현대적 여성이던 콘수엘로는 자유롭게 자기만의 개성과 독립된 삶을 살기 원했지만, 현실은 비행사의 아내로, 작가의 아내로 살아가야 했기에 쉽지 않은 삶이었습니다. 각자의 정체성과 영역을 지키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현대적인 부부였지만 당시 주변의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해 수군거리기도 합니다.      



가시가 네 개가 달린 도도한 장미, 콘수엘로는 생텍쥐페리가 다른 장미에 눈길을 줄 때도 눈감아 주면서 작은 행성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생텍쥐페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를 지지해 주었고 그도 콘수엘로를 지켜주었습니다. <어린 왕자>의 마지막 장에서 어린 왕자가 한 말은 생텍쥐페리가 콘수엘로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있잖아.... 내 꽃....
나는 그 꽃에 책임이 있어.”     


안타깝게 장미꽃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지중해 비행 중 다시 돌아오지 못한 생텍쥐페리.

는 어린 왕자를 찾아 떠난 것이 아닐까요.




여기까지가 생텍쥐페리의 작품으로 맞춰 낸 생텍쥐페리의 인생 퍼즐입니다. 나의 장미는 누구인지, 장미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남아있는 생에서 나의 인생 퍼즐을 하나씩 맞추어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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