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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봐, 신기하지~

by 자유

제목을 보고 무슨 이야기지? 하셨을 겁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재미있다며 저에게 들려준 말이에요.


소위 밈이라고 하지요.


학예회 준비 중인 아이들 몇몇이 작품 소개서를 쓰면서 자기네들끼리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면 좋을까 하며 궁리하다가 남학생 한 명이 이 '이것 좀 봐, 신기하지~'를 흥얼거리면서 그다음에 이어질 문구를 정하자는 거예요.


저는 컴퓨터로 공문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그 노래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다음 가사가 궁금해져서 아이들에게 그 노래가 도대체 무슨 노래냐며 물었지요.


"그게요. 밈이에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그래? 들어보자."


저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제 핸드폰을 꺼내서 유튜브로 검색을 해봤지요.

고양이에게 파란색 인어공주 옷을 입혀놓은 영상에서 우스꽝스러운 남자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이것 좀 봐 신기하지~문어 마녀가 날 이렇게 만들었지~......"


대충 인어공주를 패러디한 내용이더라고요. 인간으로 만들어 준 게 아니라 고양이로 만들어 주었다는(?) 내용인 것 같았어요.


아이들과 저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답니다. 웃음도 타이밍이고 분위기를 타잖아요. 그다음부터 '이것 좀 봐~'를 '저것 좀 봐~, 요것 좀 봐~그것 좀 봐~'로 바꿔가며 다양한 상황에 맞춰 가사를 바꿔 부르니 너무 웃긴 거예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는 저대로 배꼽을 쥐고 웃다가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먼저 이제 그만 하자라고 아이들에게 부탁하고는 다시 공문을 작성하러 자리로 돌아갔어요.


그러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막내아들(고1)에게 너 혹시 이 노래 아냐면서 불렀더니,

아들 얼굴이 묘하게 바뀌면서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엄마, 그거 유행 지난 건데요..."

"그래? 오늘 우리 반 애들이 부르길래 너무 웃겨서 따라 해봤어. 은근히 중독성 있다."


분명히 낮에 교실에서는 아이들과 웃겨서 죽는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막내에게 불러보니 또 그 분위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남편(58세)에게 똑같이 이 노래 아냐면서 불렀죠. 남편은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피식하고 웃더라고요.


아마 나잇값을 못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요즘 우리 아이들과 이런저런 수업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생겨나는데 왠지 그런 웃긴 상황이 참 좋더라고요. 해맑게 웃는 아이들 모습을 제가 어디서 볼 수 있겠어요.


교실이니까 가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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