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이라고 시끌벅적하다.
6학년 몇몇 아이들은 핼러윈 복장을 하고 복도를 돌아다니고, 우리 반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쫓아다닌다. 일주일 전부터 6학년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복도와 교실을 핼러윈 소품으로 꾸며왔다. 바로 옆 반인 5학년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 우리 반은 안 해요?” 하며 부러운 눈빛으로 묻는다. 나는 “6학년 복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니?” 하며 말을 슬쩍 돌렸다.
며칠 전, 한 학부모가 핼러윈을 맞아 사탕을 보내겠다고 연락을 주셨다. 외부 음식은 반입금지라는 교장 선생님의 언질-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식중독이 걱정되심-이 있어 먼저 교감 선생님께 물었다. “그 정도면 괜찮지 않겠어요?” 교감 선생님말에 나는 그 학부모님께 다시 연락을 드렸다.
오늘 그 사탕이 도착했다. 정성껏 포장된 사탕과 젤리를 아이들이 하나씩 받아 들고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미소가 지어졌지만, 마음 한쪽은 묵직했다.
29일은 ‘이태원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핼러윈을 즐기는 날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가슴 저린 날이다. 복도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매일 역사적 사건으로 가득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본능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겐 3년 전 그날의 비극이 여전히 가슴 깊이 남아 있다. 그날의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이였다는 사실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내 제자였을 수도 있고, 내 아이의 친구였을 수도 있다.
교사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그날 이후로 핼러윈날이 오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