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학기말이 되면 교실의 공기가 달라진다.
아이들은 긴장을 풀고, 교실의 질서는 조금씩 느슨해진다. 그동안 말하지 않아도 해 오던 습관적인 일들조차 굳이 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끝이 보인다는 사실은 언제나, 몸과 마음을 가장 먼저 풀어놓는다.
교사 역시 학기말을 지나고 있다. 다만 아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기말이 되면 교사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성적 처리와 교과 진도 마무리, 각종 기록 정리까지. 아이들의 하루가 느슨해질수록, 교사의 하루는 오히려 더 촘촘해진다. 학기의 끝은 늘 조용한 분주함 속에서 다가온다.
큰 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학기말은 늘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성적을 처리하고 교과 진도를 맞추느라 하루가 모자랐다. 학기의 끝은 정리해야 할 목록으로만 기억되곤 했다. 하지만 작은 학교의 학기말은 조금 다르다.
작은 학교는 연중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11월에는 학예발표회가 중심이었다면, 12월은 아나바다 행사를 준비하느라 또다시 분주해진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데서 출발한 행사는 어느새 작은 마켓으로 확장되었다. 이제는 학교 예산으로 필요한 음식을 구입해 행사 당일 직접 판매하기까지 한다.
우리 학년은 만두와 호빵을 팔기로 했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기대에 들떠 있다. 하지만 필요한 조리 도구를 챙기고, 위생과 동선을 살피고, 혹시 모를 상황을 미리 점검하는 일은 고스란히 담임의 몫이다. 아이들의 설렘 뒤편에서 조용히 책임을 떠안는 것, 그것이 교사의 책무성일 것이다.
작은 학교의 또 다른 풍경은 전교 어린이회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다모임에서 드러난다. 여러 학년이 섞인 아이들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모아 계획을 세우고 실행까지 이어 간다. 교사는 그 과정 곁에서 방향을 잡아 주고, 필요한 만큼만 손을 보탠다. 이것이 작은 학교만의 방식이다.
오늘도 아나바다 푸드마켓을 준비하며 회의를 했다. 아이들이 제시한 의견을 중심으로 필요한 조리 도구가 하나둘 정리되었고, 도움의 손길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이들의 생각이 실행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학교의 한 구성원임을 배운다. 도움을 주는 어른들과 함께 완성되는 이 시간은 교과 수업을 넘어 또 다른 의미의 교육으로 확장된다.
큰 학교와 작은 학교의 장단점은 서로 양가대립을 이룬다. 효율과 경험, 체계와 관계는 늘 같은 자리에 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은 학교를 더 선호한다.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배우는 존재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만들어 가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학기말의 분주함 속에서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계획이 되고 경험이 되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 그 살아 있는 장면을 매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은 학교의 학기말을 통과한다. 조금은 벅차지만,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