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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연말정산

오 마이 미스테이크

by 책그림 Feb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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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연말정산을 하기 위해 집에서 나이스 원격업무지원 시스템에 접속했다. 방학 전 나이스로 상신했던 기억이 확실했기에 클릭을 했다. 그러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슬픈 예감은 어쩜 그렇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걸까?


 '안되면 어떡하지? 학교 가서 해야 되는 데... 그러려면 한 시간을 운전하고 갔다가 다시 한 시간을 운전하고 와야 한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돼' 컴퓨터 자판기를 클릭할 때마다 나타나는 화면이 그날따라 심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로그인 화면이 뜨고 비번을 입력한 후 동글동글 돌아가는 화면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 후 유효기간 만료라는 메시지가 띠용 하고 떴다. 안돼! 이러면 영락없이 학교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 원격업무 외부신청을 클릭했다. 그런데 처음 기억했던 승인요청이 아직도 요청 중으로 있었다. 말하자면 결재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내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상신을 내 이름까지만 했었고 결재라인을 더 추가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시간은 흐르고 1시간을 운전해서 가기엔 부담되고 해서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 행정사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인증서를 카톡으로 보내드릴 테니, 학교업무포털에서 원격업무지원서비스 승인요청을 부탁드렸다. 그런데 카톡으로 보내려던 인증서 파일이 오류가 났다. 하는 수 없이 겸사겸사 인사도 나눌 겸 학교로 가겠다는 말을 드렸더니, 오후 3시부터 본관건물이 공사로 인해 폐쇄된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모두 도서실로 옮기니 작업을 하려면 그전에 와야 한다는 것이다. 흠,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결국 옷을 대충 걸치고 모자를 눌러쓴 후 빛의 속도로 작은 방을 나가려는 데 막둥이가 문을 열고 불렀다.

"엄마, 배고파요!"

"야, 밥통에 밥 있고 냉장고에 김치 있어. 계란 꺼내서 프라이 해서 먹어. 나 지금 학교 가야 해. "

배고프다는 아들 표정이 금세 환하게 바뀌더니, 언제 오냐고, 혹시 내일 오냐고 계속 필요 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배고프다며! 엄마 나간다니까 표정이 바뀐다? 너 지금 옆방에서 엄마가 통화하는 거 듣고 나왔지. 게임할 생각하지 마. 학교 갔다가 한 시간 안에 올 거니까"

"히히히"

능청스럽게 웃는 아들의 배웅 아닌 배웅을 받으며 현관을 나섰다.


간신히 연말정산을 끝내고 집에 다시 왔을 때 5시 정도였고, 매년 하는 연말정산이 해가 바뀔수록 간소화됐지만 그만큼 버벅대는 자신을 발견한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잘 마무리되는 듯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건 다시 말해 연말정산이 잘 안 됐다는 의미다. 기회가 왔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2월 5일쯤 행정실에서 연락이 왔다. 딸아이 보험비를 삭제해야 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잘 부탁드린다며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만약 그때 한 번 더 나이스에 들어가 확인을 했더라면(ㅠ.ㅠ) 얼마나 좋았을는지, 후회는 한 들 뭣하겠는가! 바로 어제 갑자기 은행일때문에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확인차 나이스를 열었다가 환급비가 확 줄어든 걸 보고 식겁했다. 문제는 그 당시 인적공제와 경로우대에 체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기억을 더듬어보면 처음 연말정산을 하기 위해 학교로 갔을 때부터 뭔가 징조가 있었다. 교무실 컴퓨터를 사용해야지 하던 바람은 점심시간이라 문이 잠겨있어서 패스했고, 행정실로 갔다. 다행히 실장님이 있었고 컵라면을 드시면서 반겨주셨다. 실장님 컴퓨터로 나이스 작업을 하라고 해서 자리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데,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실장님은 원래 그런다며 잠시 기다리면 자판이 인식된다고 했다. 그러나 계속 버벅대자 하는 수 없이 다른 컴퓨터로 옮겨갔다. 문제는 비번이었다. 모니터 앞에 부착된 포스트잇에 씐 번호는 계속 오류가 났다. 한참 컴퓨터와 실랑이질을 하고 있는데 점심을 먹고 온 다른 분들이 들어오셨고 다행히 비번을 알려 주어 그 자리에서 본격적인 나이스 작업을 했다. 홈텍스에서 자료를 불러오고 나이스로 여러 작업을 하는데 환급비가 예전보다 줄어들어 살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우습게도 이미 기운을 소진한 상태라 올해는 다른가? 하는 생각만 하고 그대로 제출했던 것이다.


부랴부랴 행정실과 교육지원청에 전화를 했지만, 그 전날 이미 마감이 된 상태라 누락된 부분은 5월에 신고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힘이 죽 빠졌다. 뭔가에 홀린 것 같기도 하고 새삼 늙어서 그런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연말정산 5월에 환급받는 법을 급하게 검색했다. 친절한 내용에 안도감이 들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5월에 다시 한번 글을 쓰려고 한다. 


이번에는 '누락된 인적공제 수정신고 성공'이라는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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