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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mini Oct 30. 2020

아슬아슬 외줄타기 6개월, 진짜 승무원으로 거듭나다!

<2016.11.03 수습기간이 끝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day off다 뭐다 늑장을 부렸더니 어느덧 포스팅을 안한지도 일주일이 되어간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땐 그냥 내 일상을 끄적여야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페이스북 승무원 페이지에 몇 번 공유되고 나니, '좀 더 도움이 될만한, 유익한 글을 써야하지 않을까' 라는 무언의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겼다.


한국의 국내 항공사들과는 달리 우리 항공사는 온라인에 정보도 부족한 편이었고, 그렇다고 지인 중에 우리 항공사에서 일하는 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면접과 트레이닝을 준비하며 갈피를 못 잡고 어려움을 겪었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내 블로그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 외항사, 특히 "미국 항공사"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내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딱히 지식이라고 할건 없다, 난 이 분야에 있어서 전문 지식인은 아니기에. 하지만 가끔은 책에서 고대-로 베껴온 정보보다 real life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에 대해 얘기하는게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내가 취업을 준비했을 때도, 현직 승무원과의 대화가 정말 정말 간절했으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 위주의, 나에게만큼은 (그리고 내 동기들에게도) 기분이 좋은 얘기를 하고자 한다.


정확히 올해 5월 3일 (2016년), 우리 아빠와 동생이 같은 생일을 나누는 그 날, 나는 휴스턴에서 승무원 트레이닝 졸업을 했다.


휴스턴에 무더위가 시작되던 그 시기.


찌고 습한 그 날씨에 하나같이 까만 스타킹을 올려입은 여자 동기들과,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 동기들과, 지난 6주 반의 손에 땀을 쥐었던 트레이닝을 되돌아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기도 하며. 그렇게 졸업을 했다.


그리고 6개월.


드디어 3 후면 probation 끝난다. (수습기간이라고나 할까..)
비로소 우리 회사의 .. 승무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프로베이션이 끝난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다.
사소하게는 유니폼을  몸에 맞게 자유롭게 수선할  있는 것부터, 크게는 노조의 완전한 써포트를 받는 것까지.
자유의 몸이 되는 6개월이 언제 지나가나 생각날 때마다 달력을 쳐다보며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돌아보니 6개월이란  시간은 총알처럼, 벌새처럼,. 그렇게 빠르게 흘러갔다.

그래서 지난 날을 쭈욱 되짚어보면 괜시리 찡하다.
모든 것이 처음인  휴스턴에 와서 가족도 없이 정말 -무것도 없이 정착하는데 걸린  .
많지도 않은 월급으로 (승무원으로서의  5년은 급여 신경쓰지 말고 그냥 " 죽었소" 하고 열일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다)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힘쓰던 .
갈수록 내야하는 bill 많아지고, 어깨에 지게  "어른"이라는  짐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지만, 죽으란 법은 없다고 이젠 제법 나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혼자 외로움과 지루함과 싸우던 날들.
불면증에 시달리던 날들.
발과 다리가 퉁퉁 부어 코끼리같이 느껴져도 다음날 새벽 비행을 위해 얼음마사지하고 침대에 몸을 뉘어야했던 날들.
남들은 휴일과 주말을 즐길  나는  목적지까지의 매개체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던 날들.
 머리는 깨질  아파도, 머리가 아픈 손님을 위해 웃으며 조치를 취했던 날들.

사실  날들은 나에게 앞으로도 - 있을 나의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너무 적응이 안돼서,  많이 울었다.
분명   일이 즐거운데, 너무너무 행복한데, 마음  켠이 너무 공허해서.
적막한 호텔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모습이 처량해서  날들을 생각하면 아주 비련의 여주인공이 따로 없다..ㅋㅋㅋㅋㅋ 가뜩이나 생각이 많은 내가, 처음 겪는  라이프스타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마  답답한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아주 -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견디고나니 세상에 이런 직업이  없다.
 이만큼의 보상이 있을  알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견뎌냈고, 견뎌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름 많은 일을 해봤지만..  유니폼을 입고, 비행기를 타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 시간이 잦아진다.
 하늘이 나의 일터라서 그런진 몰라도 점점  사랑하게 된다.
뭉개뭉개 새파란 예쁜 하늘, 어두컴컴한데 달빛에 살짝 구름이 보이는 하늘, 손에 구름을 한웅큼 쥐었다가 흩뿌려놓은  같이 알록달록 화려한 하늘, 해가 지는 노을까지.
A부터 Z까지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A부터 Z까지 만족한단 얘기는 아니다, 분명 이 직업에도 ups and downs 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들마저 감사하다.
어찌됐든 누군가에겐 꿈이고 소망일 이 일을 하고 있다는게, 나에게도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유난을 떤다고 하겠지. 아직도 이 직업에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도 알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고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눈물 쏙 빼는 트레이닝도, 고군분투해야하는 비행도, 시차와 싸워야하는 레이오버도, 혼자인듯한 근본적 쓸쓸함도,. 어쨌든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프로베이션이 끝나는 이번주 만큼은 매일을 들뜬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리고 처음 졸업하던 그 날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맘 같아선 평생..) 내게 주어진 이 삶을 진정으로 완전히 누려야지.
그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룰 수 있게끔해주는 직업이니까.
잘 견뎠다. 앞으로도 내 멘탈아, 내 몸뚱아리야, 잘 부탁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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