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평등할 수 없다
며칠 전 내 블로그를 보신 한 분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인스타그램 메세지로 질문하시는 분들은 자주 있지만, 이렇게 이메일로 상세히 질문해주신 분은 첨이라 나 또한 정성 들여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자세한 내용은 공유할 수 없지만, 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나이가 걱정이라는 내용이었다.
각설하고 긴 얘기를 짧게 하자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30대, 40대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우리 트레이닝 클래스에는 62년생 미국 여자분도 계셨고, 소방관 하다가 승무원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트레이닝에 온 40대 미국 남자분도 있었다.
지금 나와한 집에 살고 있는 일본인 승무원도 아주 오~래전에 승무원을 하다가 관두고 다시 시작한 40대 여자분이고, 우리 반에 나와 함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내가 너무 좋아하는 언니도 오래 승무원의 꿈을 갖고 있다가 30대에 트레이닝에 오게 되었다.
또한 휴스턴에 베이스 되며 만난, 나보다 2주 일찍 트레이닝을 졸업한 다른 한국 언니도 서른 중반을 넘어서 승무원이 되었고, 나와 함께 비행했던 정말 너-무 좋은 미국 남자분은 30년을 넘게 시카고에서 경찰로 근무하시다가 은퇴하시고 도전해보고 싶어서 50대가 넘어서 승무원이 되셨다.
나열하라면 한없이 길게 나열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인지 설명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보통 아시아권 항공사들과는 낯설도록 다르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우리 항공사를 포함한 미국 항공사들이 입사하기 쉬운 곳이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아무 기준도 조건도 없이 사람을 뽑는 곳이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분명 우리 항공사에도 우리 항공사만이 요구하는 자격 조건, 기준, 이미지, 외모 등이 있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실제로 지인들 중에서 지원했다가 좌절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우리 항공사만이 찾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 지. 만. 내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나이"가 그 조건 중 하나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항공사 측의 계획은 내가 알 순 없지만, 현재 채용한 승무원들을 보면 확실히 내 또래의 젊은 남녀분들이 대다수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트레이닝에 가본 분들은 아시다시피 나이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일이 전혀 없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가족이 되어서, 통과하여 졸업하기를 온 맘 다해 진심으로 바라고 서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니 말이다.
그러니 "나이"라는 단어가 스스로에게 장벽이 되도록 허락하지 말고, 꿈이 있다면 도전하시고 성취하시길.
우리 아빠가 늘 하는 말처럼 "길은 어디에나 있다".
길을 잃은 것 같아도 분명 목적지로 이어지는 다른 길은 열려있을 테니, 승무원이 되고자 하시는 분들은 각 항공사의 자격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시고 스스로에게 맞는 항공사에 지원해보시길!
왜냐면 승무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when you want to be a flight attendant, it doesn't matter where you end up. You just WANT TO BE A FREAKING FLIGHT ATTENDANT!" (승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어디 항공사든 상관없이 그냥 승무원 자체가 되고 싶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