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를 내려놓고 호기심으로 채우기로 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내가 더 배운다.

by 프로스트

얼마 전에 지인을 통해서 한국사람 대상으로 마케팅 강의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평생 직업으로 난 마케팅만 했다. 한국에서 90년 초반에 시작한 광고 대행사와 홍보 대행사를 거쳐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하이테크 회사 마케팅 책임자로 일해왔다. 이것만 하면서 평생 먹고살았기에 난 그다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인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언젠가 한 번은 나의 그리운 모국의 한국인을 위해 재능 기부를 하고 싶었던 차라 흥분과 설렘으로 허락을 했다.

강의 안내가 해당 사이트에 떴고 참가자 접수가 시작되는 순간 내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참가자가 관광 사업에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라는 것이다. 나는 BtoB 마케팅 전문가이고 관광은 내가 여행하는 것만 좋아했지 관강 사업 마케팅은 근처도 가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관광은 오로지 국내 관광으로 집중되었기에 한국을 떠난 지 20년이 된 내가 한국의 관광 트렌드를 어찌 알겠는가?


내 이름이 강사 프로필로 공고가 이미 나갔지만 더 늦기 전에 그만두자는 생각에 “죄송한데 제가 적합한 강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 소개해주면 안 될까요?” 하고 이메일도 보냈지만 그냥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의 복잡한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강의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가 모르는 것이 드러나고 체면이 구겨질까 봐 두려워서다. 강의를 2주 정도 앞둔 며칠 전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엇이든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나의 자만이고 ego 일 것이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끄러움을 용기로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호기심을 갖고 공부해서 강의 준비를 하기로 결심했다. 준비하면서 내가 그동안 같은 일만 반복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음을 발견했다. 마케팅도 트렌드가 계속 바뀌고 나 자신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30년 전문가의 ego를 내려놓고 마케팅 관련 책을 새로 주문해서 한 권을 통째로 읽어 버리고 과거에 읽었던 책들도 다시 들쳐 보았다. 관광 트렌드에 대해 조사하면서 한국의 소비 트렌드도 알게 되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살면서 관광 트렌드는 다른 무엇보다 많이 바뀌었으니.


강의를 일주일 두고 있다. 참석자가 어느 정도 마케팅 지식이 있는지 그들의 기대치는 무엇인지 난 알지 못한다. 내가 성의껏 준비한 강의가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고 그들의 창업 준비에 있어서 마케팅을 하는데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창업”이라는 두 단어는 가슴 뛰게 하는 무엇인가 있다. 월급쟁이로 30년 가까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남을 위한 일만 해온 내가 나 자신의 사업에 대한 갈증이 왜 없었겠는가. 나는 자기 것을 만들고 창업을 도전하는 그들의 젊음과 용기가 부럽다. 나이 서른에 혼자 미국에 왔던 나의 용기를 다시 떠올려 본다. 아마도 그때 내 인생에서 쓸 수 있는 용기는 다 쓴 듯하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강의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나를 겸손하게 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내가 가장 많이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용기로 연결하고 ego를 호기심으로 채우니 도전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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