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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Sep 24. 2021

지금  먹은 것이 곧 나라는 사실

 아토피라는 오랜 지병이 있었던 그녀는 4년전에 단식을 했었다.

내가 단식한 모습을 지켜보았고 아토피아이를 어떻게 키웠는 지 알고 있었던 그녀는 바로 시작하고 싶다고 했었다. 새해를 시작하는 1월1일 부터 시작했으니 그 각오가 대단했었다.

하지만 나는 명함에 잉크도 안마른 초짜 단식지도사였다.

그렇게 단식지도는 처음이었지만  아토피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경험이 있다고 생각해서

두려움 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아토피는 만만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큰아이는 4살에 했던 단식을 기점으로 서서히 나았기에 나의 기대감이 훨씬 더 컸다.

생각해보면 큰아이도 언제 나았는지 모르게 나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물어보면  무엇이 아이의 아토피를 낫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단지 내가 해준 것중에 가장 탈이 없던 것이 단식이었고 단식을 하면서 배웠던 다양한 요법들이 아이를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기에 좋아진 시점을 단식으로 잡았던 것이다.



누구든지 질병에 걸리면 좋다는 것은 다 해보게 된다. 특히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에는 좋다고 떠도는 것이 더 많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이것 저것 하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찾아진다. 누구에겐 좋다는 것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구는 이 약을 먹고 나았는데 나는 별 효험이 없어 좋지 않다고 말을 할 수도 있다.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좋다는 것이지  그 방법을 해보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인체의 매커니즘이 너무도 다양하기 떄문에 '이거야' 라고 자신있게 권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단식은 인체에 영양 공급을 끊고 몸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혈액과 세포를 바꾸기에 어떤 방법보다

자신의 몸에 맞을 수 밖에 없다.  단식의 시작은 자신의 몸안의 것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해결책도 몸안에서 찾아지게 된다.


그래서  몸을 초기화하는 단식은  누구에게나 다 통용되는 것이다. 


처음에 단식을 하면서  많은 정보와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멋모르고 아이를 단식시켰던 때와 달랐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뭐야, 단식이 만병통치야? "


위염, 식도염등 모든 염증이 사라지고 고혈압도 당뇨도 심지어 축농증에 비염까지 좋아지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만병통치는 아닌데 만병통치인 것이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와 혈액을 깨끗이 만드는 것이니 해결되는 것이 많아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처음에 가졌던 의구심은 믿음이 되었다.  

높고 파란 하늘에 걸맞게 높게 뻣은 소나무이다. 늘 푸른 소나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누렇게 변해 떨어진다.

하지만 그 사이 푸른잎이 갈아타고 있어 소나무는 늘 푸르게 보인다. 우리의 몸도 늘 똑같아 보이지만 7년을 주기로 새로운 세포로 갈아타기를 한다. 죽은 세포들과 노폐물들을 태워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일은 우리몸이 결핍되었을때 일어난다고 한다.  부족해야 몸은 노폐물을 재활용한다는 것이니 건강과 항 노화는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것이 해법이되는 셈이다.  아토피역시 영양의 과잉, 단백질과잉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그 옛날 아토피아이들에게  현미밥과 된장국에 덧붙여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하는 녹즙,지금의 채소반찬이 약이 되었던 것이다.


15년전 강원도약사회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아토피에 대해 낯선 사회적 환경속에서 '약이 없는 아토피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의 강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자신감으로 강의를 했는지 모르겠다.


오래되 명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스테로이드제에 대처할 만한 대안이 없었고 부작용사례가 많아  약을 먹이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궁여지책으로  단식을 하고 나서는 자연속에서 땀나게 뛰어 놀게 했고 풍욕과 냉온욕, 그리고 산야초효소를 만들어 먹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무엇으로 아토피가 나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떻게 아이를 굶길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먹이면 가렵고 잠을 못자면 진물이 나오고 가려운 아이와 밤을 지새보면 굶는게 차라리 쉬웠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모진 엄마가 되었고 단식후에도 바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어요. 하지만 하루 하루 지낼수록 새살이 돋아나고 다시 나빠지기도 하지만 주기는 점점 길어지고 강도도 약해져 갔어요. 그리고 언제 나았는지 모르게 좋아졌어요


 어떤 일을 해결할 때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좋다는 방법을 해주기보다 좋지 않은 방법을 하지 않는 것도 해법이었다. 약이 없는 질병은  대체 약을 쓰지 않는 것이고 대안이 없으면 문제의 원인만 찾아도 해답을 찾는 열쇠는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열쇠에 맞는 구멍만 찾으면 되니까.




하지만 그녀의 열쇠구멍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3개월간 긴단식과 회복식, 생채식을 거치면서  여러차례 명현을 거쳤던 그녀의 지켜보면서 초짜 지도사는 숨어서 많이 울었다.  명현이라는  것은  오랜 기간  나빠진 몸 상태가 치료과정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근본적인 치유가 일어나는 동시에 강하게 다른 증상이 드러나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하거나 두렵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명현을   병이 호전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분명  축복이다.   30일 가까이 단식을 했던 그녀는 온몸에 진물이 나오고  진물이 구덕구덕 아물어갔다. 그렇게  발진 부위가 낫는 듯 하다가 갈라져 피가 나오기도 하고  피에 누런 고름이 끼기도 했다.  눈이 충혈되기도 했으며 실핏줄이 터지기도 했다. 그리고 살이 거뭇거뭇 색이 변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진물이 송글송글 베어나오는 무한반복의 과정을 겪는다.


'일희일비하지 마라"라는 말은 아토피라는 질병에  딱 맞는 문구이다.


단식을 하는 동안은 대장을 통해 변으로 독소를 내보낸다.  대장으로 미처 나가지 못하면 피부로 눈으로 귀로 온갖 구멍으로 독소를 내뿜게 된다. 50여년간 아토피와 함께 살아왔던 그녀의 명현은 몸안의 깊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지속적으로 드러났다.


그럴때는 이렇게 생각하면된다.

"나올 것은 다 나와야 한다."

아이가 끊임없이 진물이 나올 때도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그래 얼른 나와라. 나올꺼면 지금 다 나와라"



매일 전화를 하면서 그녀의 시시각각 생활과 변화를 체크했다.

영업을 하는 그녀가 단식을 그것도 여기저기 빵빵 터져나오는 아토피 피부를 드러낸 체 영업을 한다는 것은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마스크를 쓰던 시절도 아니었다. 목욕탕에서 쫒겨나는 가하면

고객상담을 하면서 진물이 흘러 바지가 젖었다.  젖은 바지도 모자라 진물은 바닥을 흥건하게 했다.

그녀는 고객에게 표시도 내지 못하고 상담을 마친 후 어쩔 수없이 그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고객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바닥의 진물을 닦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다. 지독한 아토피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그녀가 묵묵히 쭈그려 앉아서 바닥을 닦고 있었을 모습을 생각하니 그 어떤 말도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3개월의 단식을 마무리 하고 일년여의 시간을 현미채식과 자연요법등을 실천하면서  피부가 아물고 새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도 아이처럼 단식후 회복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명확해졌다. 약사회에서 받았던 질문의 대답을 이제야 자신있게 할 수 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분명 단식이었다.'라는 것을 


 진물냄새가 벤 방에 가족들이 들어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다 잊게 되었다. 굳은 의지로 병을 극복하는 모습을 본 그녀의 아들이 '엄마 존경해요' 라고 했다면서 이쁘게 웃는 사진을 보내왔다.   고생했다고 남편에게 자동차 선물도 받았다.  그녀도 힘들었지만 그녀의 가족이 함께 지켜온 시간은  훌륭했다.

온갖 명현의 집합체였던 그녀가  다시 그녀의 아토피아이와  함께 단식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의지는 초인적인 힘이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은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이런 명현은 드문 사례이기는 하지만 단식을 하면  크고 작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그 만큼 단식은 강력한 자연요법이다.  초짜 단식지도사가 감당하기에는 사이즈가 커서 버거웠지만  공부도 많이 되었다.

그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 한명 단식시키면서 열명은 단식시킨 것만큼 힘들었겠다'고 했었다.

드러나는 명현보다 언제 나을까? 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었다.  비만처럼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야 되는 것이 아토피였다.  


질병은 스켓치했던 도화지를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과 비슷하다.  깨끗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지우면서 그리는 것이 시간도 더 걸리고 지리하다. 도화지에 자국이 남아 발색이 좋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웠다 다시 그리면 깊이감은 더 좋을 수 있고  종이의 성질을 알기에 좀더 유연하게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단식은 잘못된 스케치를 지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미술학원을 했던 경험으로 비추면 새로운 종이에 새로 그린다고  더 잘 그리는 것은 아니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밑선으로 형태를 더 정확하게 잡기도 한다. 내 몸을 바꾸고 싶지만 부모로 부터 받은 몸을 갈아치울 수는 없다. 원망도 소용없다.  그 대신 그동안 사용했던  몸을 단식으로 리셋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몸에 대해 잘 알게 된다. 그 것이 큰 자산이 된다. 리셋된 몸을 잘 가꾸는 방법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가꾼다는 것은 몸을 운영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토피 역시 몸에 자국이 남아  세월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피부로 드러나는 염증으로 마음의 상처가 남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먹으면 좋고 나쁜지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내가 먹은 것이 곧 나를 만든다'는 인식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몸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다가 커다란 질병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늘 잔잔한 변화에  즉각즉각 귀기울여 줄 수 있다. 삶도 질병에 대처하는 자세와 비슷하다.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거나 잘못되었을때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개선의 노력을  해야한다. 그러면  점차 성장하고 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실패가 주는 값진 경험이고 질병이 주는 귀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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