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Sep 27. 2021

언젠가는

"엄마 배고파"

'체중계 건전지 사야겠네'라는 말로 요즘 간식을 줄이고 있다는 것을  은근슬쩍 내비쳐


"살이 좀 빠진 것 같네 먹고 싶은 것 없어?"


"없어요 딱히"

어제저녁을  간단히 먹은 둘째 아이가  쓱 옆에 와서 이야기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얼마 전 저탄 고지 다이어트로 논쟁을 했던 아이와 기분 좋게  밀당의 기술을  배워간다.

한 번도 부딪힌 적인 없었던 아이와 신경전을 벌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석가가 일생에 한번 화를 냈다고 하는데 대상이 아들이었다고 한다.


맘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이란 말이 딱 맞는다. 아기 때부터 먹거리를 통제했던 아이들은 더더욱 어렵다

어릴 때 입맛을 잘 들여야 평생 간다고 하는데 이것은 좀 더 지내봐야 답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고기를 먹었던 아이는 된장국과 김치 현미밥을 아주 잘 먹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김치는 잘 먹지만 된장국과 현미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 들면 또 바뀐다고 하는데

아직은 미짓 수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밤에 친구들과 라면 타임을 갖더니 살이 쪄서 오곤 하던 아들이

조절을 하는 눈치여서 마음이 좀 놓였다.


어젯밤 갑자기 치킨을 사러 가자는 남편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피곤한데 아이들과 갔다 와"


아이들 모두

"생각 없어요"


아이들의 심드렁한 대답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저녁에 과식하지 않으면  야식을 찾는 남편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술을 좋아하는  나 역시 같이 즐겼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나와 데이트를 빙자한 야식타임을 원하는 남편과 늘 줄다리기 중이다


부유하게 성장한 것도 아닌데  결혼하면서  문화적 충격이 적잖았다. 그것도   남다른 세명의 육아과정을 겪으면서 먹거리와 양육방식에 의한 갈등도  심했다. 지금은 누군가 이겨야 끝나는 싸움에 승자도 패자도 없는 부부의 일이라 서로 적정한 선에서 이해와 타협을 하고 있다.  


남편을  이해했던  코드가 '처절했던 가난'이다.


그래서 시가에 가면 아침 6시에 밥상을 차려야 하고  음식은  많을수록 좋고  식당에 가서 고기 끊어지지 않게 미리 옆 불판에서  구워대야 했다.   먹을 만큼만  만들어 먹는 친정집과 달라 먹고 남은 것은 버려야 하는 것이 불편해    다시 냉장고에 넣는다. 하지만 결국 음식은 버려진다.  

지난 명절에는 당뇨약을 먹게 된 시숙이 소주를 3병 마시는 것을 보고 절망했다. 모르면 속편 할 텐데 알고 모르는 척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작년 초 임플란트로 치아 전체를 갈면서 얼굴의 형태가 변했었다. 잘생긴 얼굴이   임플란트로 인해  할아버지가 되었다

임플란트는 치아의 문제라기보다 뼈의 문제다

하긴 치아도 넓은 의미의  뼈다


그래서  당뇨 조심하셔야 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었는데 결국 당뇨약을 먹고 있었고  이제  곧 고혈압약을 추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씁쓸했다. 형님 역시 고혈압약을 먹게 됐다고 한다. 먹거리가 육식 위주이니 당연한 결과일 것인데 여전히 부부의 먹거리가 잘 맞는 것을 남편은 늘 부러워한다. 게다가 형님의 여동생은 뇌졸중으로 몸에 마비가 와서 이번 명절에 오지도 못했다.  치매의 두 부모님, 당뇨, 고혈압 조카들의 아토피  눈에 보이는 문제에  손 놓고 있으려니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그리고 아이들마저 엄마가 너무 예민한 것이라고 반응하니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다.


어릴 적 김치도 없어 소금에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 이해하자'로  정리하지만 어제처럼 아이들이 종료하지 않았으면 밤 10시에 치킨을 사러 가거나  나의 볼멘소리에 서로 기분 나쁘게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동물성 단백질 즉 고기, 생선, 계란 등이 고혈압 심장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각종 매스컴과 연구자료에서도 알려져 있다. 어떤 나라보다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는 미국인은 비만율이 가장 높고 평균수명은 낮다. 동물성 단백질은 건강에 좋지 않으며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암 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물에도 단백질이 있다는 사실은 잊은 체 단백질을 먹어야 살이 빠진다며 더 많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한다. 당뇨의 원인이 동물성 단백질이라고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장수마을의 식단을 보면 저지방 저단백 식물 위주 식단으로 고기를 먹으며 장수하는 집단은 없다고 한다.

그들은 암과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고 100세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

그렇게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할 수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로 삶의 질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 아픈 부모로 인해 생활의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세대이다.

80세 노인을 50대에 돌보면서 불화와 갈등이 만들어지는 것이  비단 남의 집 이야기일까? 시어른들을 볼 때마다 악화되는 상태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짐을 지우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도 한다.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양치를 한 후 차를 마신다.

오늘은   토마토를 갈았다. 어제 산  토마토가 아주 싱싱하다. 데쳐서 소금을 넣고 갈아  달고 신선하다.  12시 정도 간단히 과일을 먹이고 늦은 점심을 차렸다.



그리고 갑자기 짜장면 주문이 들어왔다.



깍둑썰기를 하던걸 채에 쳤다. 일부는 저녁에 감자볶음으로 먹으려고 많은 양을 볶았다

꼼수 아닌 꼼수다. 오랜만에   코코넛 오일에 볶으며  코코넛 오일을 대체할 만한 기름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라기보다  볶는 요리 방식이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니  기름을 덜 먹기 위한  찌는 방식이 좋다는 것이다.


gmo콩으로 만들어진 식용유는 gmo도 문제이지만 만드는 방식이 더 문제이다.

참기름과 들기름처럼 분쇄와 압착방식이 아니라 용매를 거친 화학작용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압착방식보다 만들어지는 기름의 양이 많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인공방부제와 추출과정에서 화학물질이 들어가니 먹으면 먹을수록 좋지 않게 된다. 그래서 식용유가 좋지 않아 올리브유나 카놀라유로 튀긴 치킨이라고 광고하는 치킨도 있지만 열에 의해 변질되고 공기 중에 산패가 되니 볶음이나 튀김에  적당한 기름은 아니다.  

  

엄마 이거 버터야?

세상에 싱크대에 잠시 놔둔 빨랫비누를 보고 버터냐고 물어보는 중딩소녀

버터를 사본적이 없으니 구경조차 못했던 아이가 빨랫비누를 보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디 가서 바보 소리 듣는 거 아니야?'


캐슈너트을 갈아 우유를 대신하고 포도씨유로 버터를 대신해서 빵을 만들어 먹이곤 했는데  요즘엔 그것도 꾀가 나기도 하고 아무래도 만들면 더 먹게 돼서 빵도 만들지 않는다. 치킨도 집에서 튀겨주었다가 방식도 중요하지만 횟수도 중요해서 그것도 하지 않고 언젠가부터 조리과정이 단순한 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만들어주는 것은 아이들이  어릴 적에나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다. 집에서 만들어 먹인다고 밖에서 먹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하는 매식은 기분 좋게  인정, 그 외 집에서는 가급적 단조롭게 먹기로 정하니 집에서 치킨을 하거나 빵과 피자를 만들어 매식을 대신하는 일은  줄었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한결 마음도 편하고 일도 단순해졌다.


무엇이든 대안이 있으면 실천 가능하데 기름을 먹지 않는다라는 단순한 원칙을 대체할 만한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여러 번 튀겨낸 기름은  변질의 과정을 겪게 된다. 일명 트랜스지방으로  붉은 고기보다 더 좋지 않다고 한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건강에 좋은 기름이지만 역시 열을 가하면 산패가 되니 나물을 무칠 때나  열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때 쓰는 것이 좋다.  참깨나 들깨를 볶을 때는  덜 볶는 것이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기름의 양을 늘리기 위해  오랫동안  볶는 것은 좋지 않다. 얼마 전부터 덜 볶은 기름이 좋다고 해서 덜 볶아 달라고 했더니 전보다 한 병 정도가 덜 나왔다.

오래  볶을수록 기름이 많이 다 온다는 것을 방앗간 사장님이 설명해주셔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트에서  파는 들기름은 오래 볶아서 진하고 한번 짠 기름에 화학용매를 넣어 다시 짜거나 식용유에 참기름을 섞어서 팔기에 가격이 반도 안된다는 것이다.  기름 하나 선택하는 것도  처음에는  굉장히 복잡한 것 같지만 습관을 들이면 단순하다.


먹는 존재는 욕구에 따르는 것 같지만 결국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다



열을 가하지 않고 쓸 때는 들기름 , 참기름, 올리브유 그런데 익힐 때는 비교적 열에 강한 코코넛 오일을 썼다.

아이들은 무향 코코넛이어도 싫다고 유채유를 쓰기도 하는데 최근 자연식물식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기름을 쓰는 것도 꺼리게 됐다. 식물성 기름이 동물성 기름보다 낫다는 것이지 식물성 기름이 몸에 좋은 것은 아니어서 꼭 챙겨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리할 때는 필요하지만 볶음보다는 찌거나 삶는 방식으로 튀기는 것보다는 볶음으로 기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 짜장 소스, 오늘은  귀찮아 채칼로 썰고 코코넛 오일 조금 넣고 물로  볶았다. 양파를 많이 넣으면  채수가 나와 수월하게 볶아진다. 양파와 감자가 싸서 많이 쟁여놨더니 아주 유용하다. 간식거리로도 반찬으로도 감자는 훌륭한 탄수화물 공급원이며 가격도 착한 채소다.

심드렁하게 뒤적거리지만 이미 두 아이는 두 그릇을 먹고 일어났고 큰아이도 다 먹고 더 달라고 한다

맛있게 먹으면서도 "배달어플 들어가 볼까?'로  농을 친다


"네가 매을 부르는구나"

"엄마 좀 편하라고 그러는 거죠"

대단한  자연식 집밥을 해서  먹이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적당한 원칙과 갈등 속에 단조로운 일상을 넘긴다


.



얼마 전 내 생일에 케이크를 먹을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는데 그냥 넘어갔다. 쿠폰이 있다는 말로 사 오지 말라했다

그날 배스킨*빈스에 이야기를 글로 썼는데 도저히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주문할 수없었다. 은근슬쩍 넘어간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아이와 데이트 중이다.  세상 행복한 얼굴로 나 역시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아이는 엄마를 이해는 하나 엄마의 뜻대로만 하기엔 세상에 맛난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 음식은 습관이기도 하지만 감정이기도 하니깐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애야, 이번 가을에는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 보렴"

부모는  나이가 오십이 된딸도 한숨돌리지못하며 살고있을까  여전히 노심초사이시다

.






이전 25화 자, 이제 행복하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